"시판 생리용품 대대적 검사해도 문제 제품 지목 힘들다"

"독성물질 비(非)노출 여성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등록 2017.09.04 15:03수정 2017.09.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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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대 사용 후 생리불순 생겼다면 다른 생리대 선택이 대안
- 생리대에서 주목해야 할 유해성분은 무엇?
- "스티렌이 여성의 생식장애 유발 가능성 낮아"
- 4일 상공회의서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 생리용품에 대해 대대적인 독성 연구·역학 연구를 하더라도 '릴리안' 등 특정 생리대가 여성의 생식 건강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는지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4일 환경호르몬 대체물질 개발사업단·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의 공동 주최로,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여성 생리용품 안전성 어떻게 확인하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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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SNS에는 생리에 대한 여성들의 경험담과 생리대를 구매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성에 대한 염려가 이어졌지만, 유한킴벌리는 결국 생리대 가격 인상을 밀어붙였다. 사진은 팬티라이너. ⓒ wiki commons


이날 주제 발표를 한 경북대 의대 이덕희 교수(예방의학)는 "최근 '릴리안'의 부작용으로 언급된 생리불순·다낭성 난소증후군·자궁근종 등은 산부인과 영역에서 흔한 질환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며 "생리대에 함유된 일부 합성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릴 순 있지만 환경호르몬 노출에 따라 인체가 받는 영향을 정확하게 밝히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를 벌여도 정확한 원인과 여성이 사용해선 안 되는 생리용품을 지목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정부가 시판 생리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생리대에 포함된 합성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규제하며,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제품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해도 생리대의 안전성을 100% 보장하긴 힘들다고 봤다. 

다만 이 교수는 "여성의 자궁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쉬운 장기"이며 "특정 생리대 사용 후 생리불순을 바로 감지했다면 해당 생리대의 사용을 중지하거나 다른 생리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는 생리대에서 주목해야 할 유해성분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와 스티렌을 꼽았다.

계 교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대부분 세포와 생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일정수준 이상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전신적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생리불순 등도 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독성물질과 생리불순 등 여성의 이상 증상 사이의 상관성(인과관계)을 밝히려면 문제된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의 성(性)호르몬과 생식기능을 조절하는 다른 호르몬의 수준이 독성물질 비(非)노출 여성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계 교수는 주장했다.

계 교수는 "이런 임상연구에 응할 여성은 없을 것"이며 "동물실험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특정 제품(생리대)의 유해성 여부를 판정해야 하므로 어떤 독성 연구결과가 나와도 논란을 잠재우긴 힘들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가 생리대에 함유된 환경호르몬으로 지목한 스티렌에 대해서도 계 교수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스티렌을 환경호르몬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1회용 라면 용기의 환경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스티렌(모노머·다이머·트라이머)은 흡입·접촉·음식·용기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유입된다. 스티렌이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받게 된 것은 스티렌 생산 관련 공장 근로자의 혈중 프로락틴 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프로락틴 농도가 과다하면 생리주기 교란이나 무월경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 A(BPA)도 프로락틴 농도를 상승시킨다.

계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생활 주변에서 노출되는 정도의 스티렌이 여성에게 생식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스티렌에 노출된 암컷에서 프로락틴이 상승했다는 연구논문도 나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 푸드앤메드'(www.foodnmed.com)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 ⓒ ‘당신의 웰빙코치’ 데일리 푸드앤메드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푸드앤메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생리대 #환경호르몬 #생리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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