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에서 비영리로 전환하자, 인기가 치솟았다

[대전 협동조합을 찾아서] 대전 품앗이마을 사회적협동조합 탁현배 상임이사 인터뷰

등록 2017.09.06 21:53수정 2017.09.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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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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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품앗이마을 사회적협동조합 탁현배 상임 이사 연예인 김제동을 닮은 듯한 인상. "조금 더 진실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품앗이마을로 왔습니다.” ⓒ 박병춘


"재화나 인력이 서울에 편중되지 않도록 우리 지역을 우선으로 지역선순환경제를 추구해요. 공익성을 바탕으로 영리 법인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2016년 매출은 54억 원이었는데, 일자리 창출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우리 지역의 푸드플랜을 구체화하여 실현할 생각입니다."

지난달 29일 대전 품앗이마을 사회적협동조합 탁현배(44) 상임이사를 만났다. 사회단체인 대전청년회에서 청년 운동을 했고, 품앗이소비자생활 협동조합 정책위원 활동도 했다. 2014년에 품앗이생협 사무국장으로 결합하여 품앗이마을에 정착했다.

인터뷰 중 탁 상임이사가 잠시 회상에 잠겼다.

"품앗이 마을에 오기 전, 직업소개 및 직업교육을 하는 작은 회사에서 CEO로 일했어요. 주로 대학생들과 실업계고 학생들을 위한 취업 교육을 맡았지요. MB 정부 시절,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한 실업계고 교장이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을 취업으로 설득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어요. 개인에게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쉽지 않더라고요. 한 학생이 '반도체 공장에 취업하면 백혈병 걸려요?'라고 물을 때 말문이 막혔던 적도 있고요. 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의에 빠졌지요. 조금 더 진실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품앗이마을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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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매장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 실현으로 싱싱한 물건을 당일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박병춘


품앗이마을은 우선 지역의 농산물부터 지역에서 순환하는 방법을 찾았다. 지역의 재화나 인력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을 바로잡고 싶었다. 2012년에 출범한 품앗이소비자생협이 2013년 전문적인 유통법인을 만들었다. 농업회사법인 품앗이로컬푸드주식회사였다. 이후 주식회사는 2014년 12월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2015년에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현재 품앗이생협은 소비자 조합원들의 조직 교육 홍보활동을 맡고 있고 사회적협동조합품앗이마을은 사업영역을 맡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 이후 변화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내부 토론이 치열했다. 전환은 조합의 이원호 현 이사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는데, 기업 초기 어려움 속에 헌신했던 직원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다양했다.

수개월 동안 토론을 거쳐 영리 법인에서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전환은 협동조합 기본법 적용에 사례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첫 사례라서 어려워했고 법원이나 세무서에서도 해석을 못할 정도였다. 영리법인 주식회사에서 비영리법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로서 담당 공무원을 이해시키면서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여러 단체에서 견학을 오고 사례 탐사하여 벤치마킹을 하고 갔다.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으로 얻은 장점은 무엇보다도 공익성에 있었다. 유통에서 갑을 관계 형성은 필수처럼 자리잡았다. 그러나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적인 비영리법인이고 배당이 금지되기 때문에 사익추구가 근본적으로 차단되어 갑질로부터 자유로웠고,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품앗이생협 초기에 노동조합, 시민단체 종사자,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 농업문제에 관심있던 분들, 기업출신들이 모여 힘을 모았다. 협동과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호혜시장 협동조합 경제를 지역에 정착하도록 지역이 힘을 모은 것이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소비자 생협을 만들었다. 소비자 생협은 사업상 어려움이 많았고 전문적인 유통 비즈니스 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주식회사 이후에 현재 매장(대전 유성구 지족동 소재)이 초기부터 자리를 잡았다. 예상보다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자리를 잡아갈 무렵, 이원호 이사장이 공익화를 제안한 것이었다. 비영리법인으로 전환 후 공익적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 어려움과 발전 방향 모색

협동조합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자금 조달이다. 성장기 기업에게 당연히 그렇고 지역의 독자 물류시스템을 갖추는데 당연히 투자금이 필요한데 협동조합은 금융권 대출이 어렵다. 금융권 융자를 쉽게 해달라고 기재부에 계속 건의 중이나 실현되지 않고 약간의 정부 지원금을 활용하고 있다. 탁 상임이사는 향후 외국의 선진사례와 같이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로컬푸드 사업은 기본적으로 농민들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경제가 순환하고 공익성 유지가 가능하다. 지역에서 유통을 위한 물류 창고와 인력이 필요한데 서울 쪽에 편중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재는 유성구와 협력 관계이기는 하나 지역의 대규모 공공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품앗이마을의 바람이다.

향후 품앗이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의 발전 방향이 있다면 지역 푸드플랜을 선도하는 것이다. 먹거리에 대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고 지역 먹거리의 생산, 소비, 유통, 재활용 및 파생되는 연관 분야까지 시스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단절 속에 문제가 심각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먹거리 유통으로 푸드 플랜을 선도하여 지역 경제가 순환하고 활성화하도록 힘을 모으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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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마을 매장 안에 설치한 안내문 "우리에게 좋은 것만 담았습니다." 이 문구가 영원한 현실이 되도록 품앗이마을은 함께 노력합니다. ⓒ 박병춘


현재 품앗이마을로 생산자가 직접 생산품을 싣고 찾아온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을 생산자들이 대신해 주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이 중앙 물류를 거쳐 지방에 오는 폐단이 사라졌고, 가격까지 저렴하고 신선한 상품을 생산자가 직접 가져오는 것이다. 생산자가 수확을 하자마자 소비자들이 먹게 되는 구조다. 유통 단계가 줄어 유통 비용이 적게 드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 농민과 소비자들이 공동 이익을 취한다. 여기에 지자체의 도움도 더해진다. 유성구는 로컬푸드 자체 인증제를 시행하여 잔류 농약 검사, 토양 검사를 하여 '바른유성찬' 인증을 부여하고 수시검사를 진행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들여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달걀 살충제 논란, 국가 관리 체계만 있는 게 문제

요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달걀 살충제 문제를 물었다.

"달걀 영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 조심스럽네요. 식품의 안전 문제는 양쪽 축이 필요해요. 하나는 국가의 안전 관리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소비자 생산자 간의 신뢰 관계 구축입니다. 최근 달걀 살충제 문제는 국가의 관리 체계에 구멍이 났다는 반증입니다. 또 한 축으로 소비자 생산자와의 신뢰와 유대가 중요한데, 소지역의 식품 체계로 지역순환 하는 것이 바로 로컬푸드 체계라고 봐요. 국가만이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함께 노력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유통해야 됩니다.

국가의 친환경 농산물 관리 체계는, 거칠게 표현하자면 '너희들이 안전하게 농사를 해, 우리는 관리감독할 게'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국가의 안전관리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지역이라는 공동체에서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푸드플랜입니다.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소비되는 생산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여 농민들과 계획 생산까지 가능토록 하는 것도 푸드플랜의 일부입니다. 급식 등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지역 농민들과 계약 재배를 하는 것도 좋지요. 실제로 지역의 어린이집 유치원에는 로컬푸드 식재료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들이 도농체험 일환으로 농촌에 직접 찾아가 고사리 손으로 체험을 하고 가면 농민들이 비양심적으로 함부로 농사지을 수 없잖아요."

시민들의 건강 문제, 지역의 경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게 탁현배 상임이사의 바람이다. 관이 변화하려면 민간에서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러운 반성도 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이 이루어낸 성과

품앗이마을 소비자 조합원은 현재 1만5백 명 정도 된다. 2016년 매출액은 54억 원이고, 직원 54명에 직영매장 4곳, 제휴매장 1곳을 운영 중이다. 유성구 어린이집, 유치원 로컬푸드 급식, 가공지원센터 운영, 청년 일자리창출 등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청년 창업을 시작하여 협동조합 분야에 새로운 청년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협동조합 창업 교육으로 기업 순환경제를 이해토록 하고, 지역 농산품이나 가공품도 지역의 것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창업하게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3년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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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마을 안에 있는 제과제빵 매장 청년 창업을 위한 품앗이마을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 박병춘


청년들이 창업한 자연산 수산물과 제과제빵 커피를 매장에 입점시켜 인큐베이팅한 좋은 사례도 있다. 청년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 여성도 참여시켜 교육을 하고, 도시락 및 반찬을 만드는 열린부뚜막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매일 안전한 식단으로 음식을 배달하거나 뷔페 음식을 만들어 품앗이마을 전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협동조합은 지역의 각종 행사 때마다 도시락 주문을 받는 등 발전하고 있다.

품앗이마을과 연결될 수 있는 어떤 사업이든 사회적경제기업(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으로 새롭게 창업하게 하여 지역 사회적경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도 소박한 바람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20개 청년창업팀을 육성하여 공정한 협동조합을 만들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소셜프랜차이즈창업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2017년에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청년협동조합창업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소농, 가족농, 고령농가를 보호하고,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한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전 품앗이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4월 SK에서 주도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사업에서 '사회 성과 인센티브 어워드 혁신 추구상'을 받았다. 혁신을 잘한 기업으로 인정받아 수상한 것이다. 문어발식 기업 성장이나 조직 확장이 아니라, 청년 창업이나 경력 단절 여성 창업 등 토대가 되는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사업을 독립적으로 키워나가 인정을 받은 것이다. 6월에는 우수협동조합으로 인정받아 제5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경제부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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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전경 "현재 품앗이마을로 생산자가 생산품을 싣고 직접 찾아온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을 생산자들이 대신해 주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이 중앙 물류를 거쳐 지방에 오는 폐단이 사라졌고, 가격까지 저렴하고 신선한 상품을 생산자가 직접 가져오는 것이다." ⓒ 박병춘


"우리 매장의 특성은 마을 공동체의 거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매장 안에 카페가 있고, 소비자 조합원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복합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 의료복지협동도합, 공동 육아 보육 시설, 학습 공간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지역의 거점 공동체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대전 품앗이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탁현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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