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셔틀버스 노동자들

등록 2017.09.08 14:21수정 2017.09.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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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노동자 심용택씨가 운행하고 있다. ⓒ 홍정순


심용택씨(56)가 모는 서울 영등포구 내 학원셔틀버스는 학원에서 출발해 인근에 있는 학원생들을 태워 다시 학원으로 달린다. 운행시간은 오후 1시30분에 시작해 밤 10시30분까지다.

지난 4일 학원을 나선 지 10분도 안 돼 셔틀버스 좌석이 꽉 찼다. 초등학생들로 가득한 차는 곧바로 학원에 도착했다.

학원생들이 내려 학원으로 올라가자 바로 출발한 셔틀버스에는 또 다른 학생들로 가득찼다. 현행법상 한 차례 운행을 마친 시내버스 기사는 10분 이상, 시외버스 기사는 15분 이상 쉬어야 하지만 셔틀버스 운행은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심씨는 "다니는 학원에 따라 휴게시간이 다르다"라며 "이곳이 상대적으로 휴식시간이 있는 편이다"며 맑게 웃었다.

심씨는 "하늘에서 내린 사명으로 알고 학원 셔틀버스 운행을 하고 있는데 생활하기가 쉽지 않아 운행일 전인 오전에는 학원 청소일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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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노동자 심용택씨 학원 청소하는 모습 ⓒ 홍정순


학원에서 통학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심씨는 매일 학생들의 통학안전을 바라며 이른 6시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심씨가 다니는 교회 옥상 텃밭에 물을 주며 "이곳 교회옥상 전체에 이렇게 텃밭을 직접 가꿔 고추, 상추, 쪽파, 가지 등 수확물을 교인들과 나눈다"고 말했다. 또한 "매일 교회 주변 청소를 해왔는데 올 초에는 주민 추천으로 영등포구의회 의장 표창장을 줘 받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악구 내 학원셔틀버스를 모는 박용재(67)씨는 "휴식시간도 휴식시간이지만 기름값 더 들어가는 달에 기름값 더 달라고 하지도 못해"라며 "한 달 생활하기 위해 일거리가 있으면 밤낮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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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노동자 박용재씨가 운행하고 있다 ⓒ 홍정순


셔틀버스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 공간은 따로 없었다. 알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쉬어야 한다. 시내버스나 화물차는 정부에서 유류대를 보조받는다. 통학, 통원하는 셔틀버스는 유류대 보조도 받지 못한다.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2013.5.3)에 따르면 유치원 8,538곳, 어린이집 42,527곳, 학교 6,050곳, 보습학원 77,014곳, 체육시설 13,439곳으로 총 147,568곳이다. 147,568 시설에서 통학 또는 등·하원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쉽게 전국에 30여만 대의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것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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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2013.5.3) 유치원 8,538곳, 어린이집 42,527곳, 학교 6,050곳, 보습학원 77,014곳, 체육시설 13,439곳으로 총 147,568곳이다. 147,568 시설에서 통학 또는 등·하원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 홍정순


어린이 통학버스로 경찰청에 신고, 접수한 자료(2017.5 서울셔틀버스노동조합 정보공개)만 봐도 103,864대다. 그런데 현행법에 셔틀버스는 업종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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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버스로 경찰청에 신고, 접수(2017.5)한 대수는 총 103,864대다. ⓒ 홍정순


교육기관은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다.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교육기관에서 공공영역인 학생들의 통학안전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노동에 대한 존중과 평등에 대해 매일 탑승하는 셔틀버스 노동자들을 보면서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야만 하는 셔틀버스 노동자의 법적 제도적 보호와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
#셔틀버스 노동자 #공공영역 #통학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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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에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어린이, 중고생 통학안전을 위해! 가치있는 노동! 생활의 질 향상! 인간다운 삶 쟁취!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으로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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