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이만 내려놓고 엄마 태운 채 출발한 버스, 비난여론 확산

다음 정거장서 내려 아이 찾아... 서울시 "규정 위반 아니라 처벌 어려워"

등록 2017.09.12 15:01수정 2017.09.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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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만 5세 여자 아이가 먼저 내린 상태에서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하는 사건이 일어나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는 전날 오후 6시 27분께 신사역에서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대원교통 240번에서 발생한 일을 다루는 민원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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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조정훈


이 글에 따르면 혼잡한 건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내리고, 뒤이어 아이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내리려는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

아이만 내린 채 버스는 출발했고,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이를 알렸다. 하지만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어줬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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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올라온 민원 게시글 ⓒ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 글은 전날 오후 늦게부터 SNS와 인터넷 공간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다른 목격자들도 아이의 엄마가 울먹이며 정차를 요구했고, 지켜보던 승객도 버스를 세워달라고 외쳤으나 버스기사는 묵묵히 운전만 계속해 분노했다는 글을 올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는 진상 조사에 나섰다.


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았고, 문제의 버스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시의 CCTV 분석과 버스기사가 제출한 경위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버스는 건대역에서 출입문을 열고서 16초 정차한 뒤 출발했다. 이때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승객 10여 명 정도가 버스에서 내렸다.

당시 만 5세 여자아이가 다른 보호자와 함께 내리는 어린이 2명을 따라 먼저 내렸고, 아이의 엄마가 뒤쪽에서 따라 나왔지만 미처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버스 출입문이 닫혔다.

버스는 출발 후 10m가량 지나 4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했고, 20초가량 지난 뒤 270m 떨어진 다음 정류장에 정차했다.

어머니는 다음 정류장에 내린 이후 달려가 아이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를 조사했으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퇴근 시간대에 버스가 매우 혼잡해 운전기사가 버스 출발 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 어머니가 하차를 요청했을 때는 버스가 이미 차선을 변경한 상태라 사고 위험 때문에 다음 정류소인 건대입구역에서 하차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는 어머니와 아이에게 사과하기로 했고, 240번 버스를 운영하는 대원교통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의가 아니지만, 승객이 모두 하차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출발해버린 것은 처벌을 받을 일이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버스운전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다른 위반사항이 있다면 업체와 버스운전기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버스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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