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꿈틀대는 금강,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이 눈앞에

[동행취재] 충남문화재단 '이제는 금강이다' 청양군 잊혀진 보물을 찾아서

등록 2017.09.13 09:40수정 2017.09.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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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건설된 청양오토캠핑장에 조성된 코스모스 길을 따라 걷어 오르고 있다. ⓒ 김종술


금강은 사나흘 안개로 묻혔다. 4대강 사업 이후 갈수록 안개일수는 높아만 간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가 50m도 안 될 정도다. 강변에 흐드러진 칡꽃향기가 달콤하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에는 여전히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었다.

충남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금강 옛길을 찾아 나선 '이제는 금강이다' 13일째. 금강이 바라다보이는 충남 청양군 목면 강변에 모였다. 소설 <금강>의 김홍정 작가, 독도 사진 작가인 이정호씨, 금강의 영상콘텐츠를 제작해온 정경욱 감독, 산악전문가 김성선·조수남씨 등 탐사단이 먼저 도착했다. 곧이어 생태해설을 맡은 복권승씨, 이진우 청양문화원장과 회원 등 20여 명이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시작에 앞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조수남씨를 따라 몸동작에 맞춰 몸풀기를 했다. 산악전문가 탐사대장 김성선씨는 "안개도 많이 끼고 사고 위험이 있으니 앞장선 스태프들의 말을 잘 따라주셨으면 한다. 즐거운 시간이 되셨으면 한다"고 탐사단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전했다.   

'용바위'엔 멸종위기종 삵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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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강변 일명 ‘용바위’에 멸종위기 2급인 삵의 배설물이 곳곳에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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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승 지천 생태모임 대표가 일행을 안내하며 금강을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용바위'로 이끈 복권승씨는 설명했다.

"누군가 바위에 똥을 싸놓았다. 들쥐 털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살쾡이(멸종위기종 삵)의 배설물로 보인다. 고양이처럼 싸고 감추지 않고 자랑스럽게 노출한다. 우리는 이 똥을 보고서 사는 흔적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너편 대학리(공주시)에 넓은 모래사장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건너편에서 뗏목을 이용하여 체험하던 곳인데 4대강 사업으로 물이 깊어지면서 사라졌다."

그는 이어 "금강에는 많은 정자가 있다. 여기 보이는 곳이 '일사정', '원산정' 등이 있다. 강변 땅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방식인 '도지'를 줘서 농사를 지었던 곳"이라며 "물이 이쪽으로 돌아오면서 마을 이름이 '물안'이라고 한다. 금강뿐 아니라 많은 곳에 '물안'이라는 지명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농지에 둠벙도 많았다. 가뭄이 발생할 때도 둠벙이 있는 곳에서는 농사를 지었다. 벼 색깔도 어제와 오늘이 달라 보인다. 어제는 푸른색인데 오늘은 누르스럼 해졌다. 저기 수수밭에 새들이 많이 있다. 어르신들이 넉넉하셔서 새들과 나눠 드시려고 하는 것 같다. 여기는 분강나루가 있는 곳이며 노 젓는 조각배가 다니던 곳이다."

일행들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청양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인공으로 조성된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장미꽃을 심어 터널도 만들어 놓았다. 작업자들이 풀을 뽑고 관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은 없었다. 캠핑장에서 근무한다는 한 작업자에게 야영객이 있는지 물어봤다.

"주말 외에는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일하는 작업자의 월급도 뽑지 못할 정도다. 국토부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아마 없어졌을 것이다."

땡볕 콘크리트 자전거도로를 따라 걸었다. 안개가 걷히면서 콘크리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장호에서 내려오는 '잉화달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에는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도 촘촘히 뒤덮고 있다. 뻥 뚫린 강변에 4m가량만 설치한 조류관찰대 앞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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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왕진나루 강변 정자에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가 앉아 있다. ⓒ 김종술


인근 정자에는 먼저 자리를 차지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다. 일행은 오랜만의 눈 호강에 숨죽이며 관찰했다. 인기척을 느끼고도 한참이나 자리를 지키던 수리부엉이는 넓은 날개를 펴고 건너편 버드나무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복권승씨는 "여기가 왕진 나루터다. 금강의 비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야생동식물이 잘 발달한 곳이었는데 아래쪽에 '백제보'가 생기면서 버드나무 군락지는 사라지고 고운 모래톱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참가자는 "1995년도에 큰비가 왔는데 배수장이 작동을 안 해서 제방에 앉아서 손을 씻을 정도로 큰물이 졌다. 인근 농경지는 다 침수됐다. 수박 등 비닐하우스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가슴높이까지 물이 찼었다. 인명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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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강변을 찾아내려 가는 ‘이제는 금강이다’ 탐사대. ⓒ 김종술


한편, 지난 9월 1일부터 금강의 문화와 역사 인문학적 가치의 재발견과 금강유역 문화예술의 재조명을 위하여 충남문화재단의 '이제는 금강이다' 사업은 내일 하루 쉰다. 14일 부여군 부소산성에서 다시 시작된다.  
#4대강 사업 #충남문화재단 #이제는 금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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