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물든 낙엽을 밟으며 웃음보가 터졌다

[동행취재] '이제는 금강이다' 논산 탑정호에 오르다

등록 2017.09.17 20:39수정 2017.09.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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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탑정저수지 아래에서 ‘이제는 금강이다’ 탐사단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 김종술


푸른 하늘빛에 뛰어들고 싶다. 가을 햇살에 부딪힌 억새가 한들거리며 춤을 춘다. 하얀 꽃, 분홍 꽃이 물든 '야관문'도 지천으로 피었다. '이제는 금강이다' 탐사단이 건너오는 징검다리에 오르자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충남문화재단은 '이제는 금강이다'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난 1일부터 금강 걷기를 하고 있다. 17일째를 맞아 논산에 첫발을 들였다. 17일 탑정저수지에 울긋불긋 등산복을 걸친 소설 <금강>의 김홍정 작가, 독도 사진 작가인 이정호씨, 금강의 영상콘텐츠를 제작해온 정경욱 감독, 산악전문가 김성선·조수남씨 등 탐사단이 찾아든다.

때맞춰 승용차와 대형 버스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논산이 낳은 박범신 작가가 합류했다. 황명선 논산 시장과 논산문화원과 논산 예총 회원 및 찾아든 시민만 어림잡아 100여 명이 넘는다. 오늘은 <소금>의 저자인 박범신 작가와 탑정저수지를 걸은 후 문학관에서 인문학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탑정저수지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저수지로 예당저수지와 함께 대한민국 최대의 농업용 저수지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과 함께 진행된 수변데크, 둘레길 등에 489억 원을 투입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정비에 198억 원. 주변 농촌 테마 공원 조성에 128억 원 등 최근까지 공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를 하고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저수지 입구부터 참석자들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수십 년쯤 되어 보이는 옮겨온 '팽나무'가 앙상하게 말라 죽었다. 조경수로 심은 죽은 나무들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화장실을 찾았던 일행은 더러워서 이용할 수 없다며 황급히 나올 정도로 관리는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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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탑정저수지에서 황명선 논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종술


황명선 시장은 "해마다 (박범신) 선생님을 모시고 행사를 하고 있다. 선생님이 고향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강해서 둘레길을 만드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탑정호의 둘레가 24km 정도다. 내륙 지역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는 없다. 수변을 중심으로 많은 자원이 있는데, 오늘 좋은 분들과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 논산을 찾아오신 걸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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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저자인 박범신 작가가 걷기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김종술


박범신 작가는 "'이제는 금강이다'는 본인이 최초로 제안했다. 고향에 와서 살면서 평생 먹여 살린 어머니와 같은 금강이다. 충남 모든 사람이 금강에서 생명도 부여받고 생활도 하면서 금강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자는 의미로 제안했는데, 사정상 어려운 것 같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행사가 이어질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강 주변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젖줄이었는데, 나라에서 대접은 그다지 받지 못한 것 같다. 백제의 멸망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역사 속에서 패배의 역사기록이 많았다. 세종시도 건설되고 청와대도 내려온다면 금강 주변이 욱일승천하기를 바란다. 금강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홍정 작가는 "금강 전 구간을 걷지는 못하지만, 지천과 지역의 문화역사를 찾아 배우고 있다. 논산 강경에서 살아가던 사람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우려고 한다. 논산은 조선 시대 성리학의 본산이다. 강경엔 여전히 우리 민족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같이 걸으면서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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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억새가 한들거리는 탑정저수지 제방을 걷고 있다. ⓒ 김종술


걷기에 앞서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와 안전교육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제방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강변에 핀 꽃들과 억새를 흔들어 놓는다. 동심으로 빠져든 여성 참가자들이 곳곳에 핀 꽃을 찍느라 삼매경에 빠졌다. 울긋불긋 물든 낙엽을 밟으며 웃음보도 터졌다.

"호호호..."
"깔깔깔..."

제방 좌측부터는 저수지를 끼고 나무 데크길로 접어들었다. 참나무에 달린 도토리가 수북하게 떨어져 있다. 수변과 닿을 듯 늘어진 능수버들도 가을바람에 흔들거린다. 땟장 수초와 마름, 말풀, 수련, 말즘, 부레옥잠 등 물고기들의 은신처인 수생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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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버들이 축축 늘어진 탑정저수지 데크길 저수지 강물이 녹조로 물들었다. ⓒ 김종술


산자락을 타고 도는 데크 아래에 물빛은 녹색이다. 바람에 흩어진 녹조는 후미진 골짜기에 이르자 몰려있다. 스멀스멀 악취도 밀려온다. 환경부 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이 소나무와 버드나무, 조경수까지 칭칭 감고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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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이름난 ‘밤섬’ 솔밭 입구부터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가 진동한다. ⓒ 김종술


중간 쉼터인 '밤섬' 솔밭에 도착하자 악취가 진동한다. 주변에 쌓아놓은 쓰레기가 썩으면서 풍기는 냄새다. 각종 쓰레기가 뒤섞인 곳에선 음식물까지 버려지면서 쇠파리가 윙윙거린다. 환경부·농어촌공사가 설치한 (부루길, 배스) 외래어종 수거함에서도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일행들이 황급히 코를 막고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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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안 되는 탑정저수지 곳곳에 환경부 생태계 교란 식물인 ‘가시박’이 주변을 뒤덮고 있다. ⓒ 김종술


한 참석자는 "많은 돈을 투자해서 멋지게 데크길을 깔아 놓고, 관리는 엉망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기겁을 했는데, 또다시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놀랐다. '가시박'이 나무를 휘감아 죽이는데 제거가 안 되고 있다"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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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이름난 ‘밤섬’ 솔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고 있다. ⓒ 김종술


인근에 산다는 한 어르신은 "예전엔 식수로 사용하는 맑은 물이었다. 어부들이 고기만 잡아서 먹고 살 정도로 풍족한 곳이었다. 지금은 오염되고 배스가 너무 많아서 낚시꾼의 발길도 뜸하다"고 하소연했다.

중간지점에서 버스를 타고 백제군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김종민 국회의원(논산시·계룡시·금산군)이 현장에 도착했다. 김 의원은 "금강을 따라 걷고 싶은데, 마음뿐 시간이 허락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이 있었는데, 역사에 금강의 기적만 빠져있다. 백제 선조들의 문화 영토가 컸던 만큼 문화의 힘, 문화의 기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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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좋아 일곱 빛깔 무지개’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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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무용학원 소고춤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 김종술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논산 출신 '노래가 좋아 일곱 빛깔 무지개'의 공연이 이어졌다. 꿈을 노래하는 일곱 빛깔 무지개는 레인보우 합창단으로 일곱 형제가 음악 가족이다. 전국노래자랑과 스타킹, '노래가 좋아' 등에 출연하면서 알려진 자매들이다. 이어 충남무용학원 소고춤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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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군사박물관을 통해 오른 산책로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 김종술


일행은 백제군사박물관 둘레로 올랐다. 키가 큰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잘 어우러진 숲길엔 작은 개암나무와 산초나무가 골고루 뒤섞여 있다.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와 송이째 떨어진 알밤이 산길에 널브러져 있다. 나뭇잎들이 떨어져서 쌓인 폭신폭신한 산길을 오르자 넓은 황산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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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문학관에서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김종술


빽빽하게 자리한 국방대학원 사이로 탑정저수지의 상류가 보인다. 버드나무와 수초들이 잘 어우러진 습지도 보인다. 한가로이 물고기 사냥을 하는 백로가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벼 이삭만큼이나 풍요롭다. 아담한 정원이 아름다운 박범신 문학관에서 인문학 콘서트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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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금강이다’에 걷기에 동참한 참석자들이 탑정저수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탑정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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