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개무시" 직언한 문성근, 왜?

[게릴라칼럼] 블랙리스트 피해자 비판하는 <조선일보>, 그리고 홍준표 대표

등록 2017.09.23 16:34수정 2017.09.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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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미디어오늘> 기자가 '<조선일보> C아무개가 칼럼에서 당신을 씹었는데 어찌 생각하느냐?" 묻길래 이렇게 답했습니다. '매체 영향력도 없는데 굳이 언급해 줄 필요있나요?' 검색하지 않기, 걍 개무시하기."

23일 오전, 배우 문성근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적은 글이다.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조선일보> 말이다. 22일자 최보식 선임기자의 칼럼 <해묵은 '블랙리스트' 꺼내 들며 탄압받은 正義의 사도처럼…>은 최근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MB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보수언론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답변이다.

그런데, 그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당사자 중 한 명인 김미화씨는 "(최 기자의 칼럼을) 읽어봤는데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칼럼은 한 마디로,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침묵하는 형국에 논리를 가져다 대주다 못해 그 옆 친구들이 피해자에게 "너희 잘못도 크다"고 되지도 않는 훈수를 두는 격이다. 칼럼을 보자.

문성근, 김규리 비판한 <조선일보>의 어불성설과 치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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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자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 조선일보


"권력의 속성을 알면 피아(彼我) 성향 분류의 리스트는 크게 새로운 게 아니다. 정치색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권력 한쪽에 줄을 대거나 맞서는 언론인·학자·문화예술인 등은 그 대상이 돼 왔다. 블랙리스트가 보수 정권의 '음습한 작품'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직 못 찾아냈을 뿐 진보 정권에서도 다 작성됐을 것이다."

"MB 정권의 국정원은 정말 치졸한 짓을 했다. 음지(陰地)에서 '합성 나체사진'이나 유포하라고 국민 세금을 줬던 게 아니다"라면서도 기어코 '피아' 구분에 나서고, '진보'와 '보수', '좌우'로 구분을 짓는다. '균형' 잡힌 시각이라서가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해야만 보수 진영의 '죄'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좀 더 보자.

"연예인도 정치적 성향과 입장이 있고, 정치판에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선택에는 자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잘나가던 정치 실세(實勢)라도 정권이 바뀌면 뒷전 신세로 밀리고, 더 운이 나쁘면 검찰에 불려간다. 마찬가지로 '정치 연예인'도 힘을 뽐내고 혜택을 누리는 시절만 지속될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출연 제약을 받는 영락(零落)의 세월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판에 몸을 담갔으면서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만인의 사랑을 받겠다는 것은 자기 착각과 탐욕이다."


그러면서 이 칼럼은 최근 문성근씨가 'MB 블랙리스트'가 최대 피해자로 지목한 배우 김규리씨를 언급한다. 그는 "보수 정권에서 김규리씨가 집중적으로 배제와 불이익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 그녀는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며 "그 작품과 연기력이 대중에게 어필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적었다.

정권 차원의 권력 기관이 주시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한 사건에 대해 "연기력" 운운하는 것 자체가 치졸하고 옹졸하다. 소셜테이너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러한 가정과 추정은 가히 2차 피해 수준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제보와 신고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조선일보> 식의 주장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누군가 최근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가.

예나 지금이나 '블랙리스트' 관련 망언 중인 홍준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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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하는 홍준표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미래재단 주최로 열린 2017 대선주자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해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블랙리스트를 말씀하셨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5년 동안 문화계를 지배하던 황태자가 두 사람 있었죠. 그 사람들이 전부 군기 잡아서 그 당시 이회창 전 총재 도와주던 연예인들 방송 출연 5년을 못 했습니다. 자기들이 집권을 할 때는 우리를 도와주던 연예인들은 씨를 말려버렸어요.

그럼 그거를 가지고 처음에 항변을 '너희가 먼저 그렇게 하지 않았냐, 우리도 그렇게 한번 해봤다, 해봤는데 이게 무슨 죄냐' 이런 식으로 항변을 해야지 난 김기춘 전 비서실장처럼 머리 그리 좋은 사람이 왜 수갑 차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이 말이에요."

지난 3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 대담'에 참석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우파 정부가 자기들에 반대하는 좌파 단체 리스트 만든 게 무슨 죄냐"고 주장하는 한편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우회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바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한창 문제가 되던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자체가 지닌 민주주의 정신 훼손과 헌법정신 파괴 행위에 대한 홍 지사의 몰이해를 드러내는 망언일 뿐이다. 홍 지사의 이러한 몰인식은 지난 2월 <주간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블랙리스트 한 가지만 얘기하자. 특검과 언론이 블랙리스트를 마치 민주화운동 시절 보안사가 리스트를 만들어 미행한 것과 다름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이 정부는 기본적으로 보수 정부다. 보수 정부에 협력하는 사람들한테 정책자금을 배분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범죄로 몰아갈 수 있나. 노무현 정권 당시의 일을 벌써 잊었나. 그때 연예계에서만 M씨 등 친노 두 사람이 황제처럼 설치면서 이회창 도와주던 연예인들 방송 출연 금지까지 시키지 않았나."

실체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오히려 '설'을 가지고 '진보'와 '보수' 프레임으로 나누는 홍준표 대표와 같은 보수정치인들의 행태는 <조선일보>의 그것과 똑같이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홍 대표는 '반성'도 '성찰'도 모른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 대표는 "추석 연휴에 귀향 활동을 통해서 방송장악이나 안보에 대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노조의 행패는 마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을 연상시키는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자행된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실행 사례들은 '사실'로 밝혀지는 중이다. 그런데도 10%대 지지율에 그친 거대 야당 자유한국당이나 갈수록 그 위상이 추락 중인 <조선일보>는 '철 지난' 노래만 부르고 있는 중이다. '블랙리스트'를 놓고 '좌우' 운운하는 그 행태 말이다. 

지난 22일 관련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블랙·화이트리스트'를 보고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MB 블랙리스트' 관련 사건에 대한 제보와 검찰의 참고인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수사의 과녁이 MB로 향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지금이다.

이 와중에, 철 지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조선일보>나 그와 철학을 같이하는 홍준표 대표와 같은 보수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시대를,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언론인, 정치인들은 항상 퇴출이란 운명을 면치 못하지 않았는가. 부디, 최보식 기자의 칼럼처럼 철 지난 '자기 착각'과 '탐욕'은 이제 딱 끊으시기를 당부드린다.
#블랙리스트 #문성근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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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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