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테니스'로 화려하게 등판한, 박근혜 '다음 선수'

[게릴라칼럼] '기무사 테니스' 논란에 휩싸인 MB, 그리고 박원순의 한 마디

등록 2017.09.28 16:46수정 2017.09.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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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원래 한가한 자리였나. 그럴 리가. 그게 다 건강을 위해서 아니겠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셨고, 박근혜씨는 503호에 수감 중이시니, 전두환씨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위해, 국가를 위해 본인이라도 제 몸 하나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 건사해야겠다는 일념 아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겠지만, 틀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역시나 '꼼꼼하신' 그 분의 명성에 걸맞은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 분의 테니스 사랑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못해 '황제 테니스'야말로 그 분의 트레이트 마크 아니었던가. 거기에 '공짜'로 '의전'까지 받으면서 칠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니었겠는가. 

생각해 보라. 자택인 서울 논현동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기무부대 테니스장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상쾌했겠는가. 비단 공기나 경관뿐이 아니다. 지인 대여섯과 때로는 전직 테니스 선수까지 대동했다고 하니, 그 위세는 또 얼마나 등등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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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JTBC <뉴스룸>의 이명박 전 대통령 '기무부대 테니스' 보도. ⓒ JTBC


"여러분, 이게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사실이었다. 짐작하다시피, '그 분'은 바로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러한 '이명박 황제 테니스'의 진상이 27일 JTBC 보도를 통해 재확인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무사 예하 부대의 실내 테니스장을 퇴임 후에도 수시로 이용해왔다는 JTBC 보도가 나간 뒤 적절한 일이냐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기무부대 테니스장에 갔는지, 출입 기록을 확인해봤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충일에도, 또 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다음 날에도 기무부대에서 테니스를 즐긴 걸로 나타났습니다." (손석희 앵커)

MB, 박근혜씨가 얼마나 우스웠으면

도대체 박근혜씨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얼마나 우스웠길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다음날에도 유유자적 테니스를 즐겼을까. JTBC <뉴스룸>의 보도를 종합해 유추한다면,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을 찍었을 가능성이 다분한 보수층이 생존 도모를 위해 "박근혜를 살려달라"고 외쳐대던 그 때, MB께서는 운동복을 차려 입고, 라켓을 쥐고, 지인들과 테니스를 즐겼다는 얘기가 된다. 현충일 따윈 그저 공휴일이었을 공산이 크다.


대체로, 민간인들과 함께 이용했다면 위법 소지가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MB가 기무부대 테니스장을 이용한 것이 올해 집중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JTBC에 따르면, MB는 이 테니스장을 총 22회 이용했고, 주로 토요일에 이용했으며, 무엇보다 올해에만 21회를 찾았다고 한다.

2017년이 어떤 해인가.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에도 한동안 광장의 촛불은 사그라지지 않았었다. '박근혜 구속' 이후 조기대선의 열기가 뜨거웠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엔 보수진영의 몰락이 우려되고 있는 시기, 그런 기념비적인 한 해 아닌가. 그런 한 해 동안 21회나 기무부대 테니스장을 찾았다니,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운명 따위 나 몰라라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군 관계자들은 기무사 수뇌부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와 관련해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임명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입니다. 배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과 기무사 간부들의 비리 은폐 논란 등 때문에 사퇴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끝까지 교체하지 않았고, 배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배 전 사령관이 후임자들에게 테니스장 이용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뉴스룸> 보도 중에서)

어쩌면, 그 '황제 테니스'가 여전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일상이었을지 모른다. MB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와 기부사가 '댓글 공작'을 벌인 정황을 유추해 볼 때, 그러니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군을 쥐고 흔든 이력을 돌이켜 볼 때, MB가 퇴임 후에도 기무부대 테니스장을 제 집 드나들 듯 이용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 아니었겠는가.

이 모든 것의 정점, 이명박 전 대통령

전임 대통령의 힘으로 그 정도는 가능한 것 아니겠냐는 반문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총 22회면 말이 달라진다. 게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망가져버린 국가를 '비정상의 정상화'시키겠다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던 시기, 전직 대통령이 위법을 저지르며 테니스나 즐겼다는 사실은 "역시나 이명박"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MB 블랙리스트'를 비롯해 최근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MB 정부의 '공작 정치'의 큰 그림 역시 "역시나 이명박"으로 귀결되는 중이다. 이른바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의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대표 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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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국정원 제압문건 "이명박 전 대통령 고소·고발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의에 참석,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서울시민,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이 모든 것의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해요."

28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공작에 대해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우선 몰랐을 리가 없고 더군다나 지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이라든지 또는 이번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이미 여러 가지 BH 보고사항이니 VIP 일일보고라든지 이런 문건들에 이미 들어 있다"며 "이건 검찰이 조금만 수사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MB는) 굉장히 약았고 책임을 밑으로 떠넘기는 사람"이라며 "처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 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머리를 파묻었다고 꼬리가 안 보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세상에 모든 것들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청와대 캐비닛문건이라고 거기도 저와 제 정책에 대해서 공격하고 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검찰이 수사를 하면 그리고 이미 드러난 것, BH 보고사항이라든지 VIP 이런 요구 사항이라든지 이런 문건들이 이미 있고 더 나아가서 지금 수사가 시작이라는 거죠." 

그리고, '다음 선수' MB

"저는 법 앞에는 만인의 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대통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고 정말 법을 위반했냐 아니냐의 문제이죠. 우리가 지금까지 흔히 대한민국의 법을 '거미줄법'이라고 얘기하잖아요.

힘센 놈은 거미줄 헤치고 도망가고 힘없는 사람들만 법의 재단을 받았다는 말이에요. 이게 저는 방금 말씀드렸던 이 행위는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가 근간을 무너뜨리는 그야말로 아마도 가장 큰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시장 말마따나, 대통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테니스장만 봐도 그렇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생에 테니스 선수였을망정, 기무 부대에서 테니스를 즐길 권리는 없다. 공기 좋고 환경 좋은 테니스장이 궁했다면, 국민들에게 물어 보시라.

논현동 주변, 강남 일대 테니스장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서라도 국민들이 먼저 추천해 줄 테니까. 나라나 국민들은 안중에게 없는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그 정도 아량은 충분하다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직 테니스 선수까지 대동했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향후 검찰 수사에 따라 본인께서 '선수 입장'하실 장소는 테니스장이 아닌 검찰청이나 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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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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