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 관점, 미치광이 전략으론 안 된다

[북리뷰] 캐나다 연합교회 경험 다룬 <온전한 포용을 향해>

등록 2017.10.11 10:02수정 2017.10.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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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그리고 동성결혼은 각 나라의 정치권과 교회에서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는 의제다. 이 논란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가운데 캐나다 연합교회(아래 연합교회, The United Church of Canada)는 1988년 이래로 성소수자의 교회 회원권과 목회자 안수를 인정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1997년 제36회 총회를 통해 "모든 학교 이사회가 관할 범위 내 학교의 차별금지 정책에 '성적 지향'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모든 도서관에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비치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또 2002년을 기점으로 캐나다 각 주가 동성결혼을 잇달아 합법화하자 '동성과의 결혼서약이 이성 결혼과 마찬가지로 신성하고 의미 있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고 2003년 제38회 총회는 동성결혼 정책을 승인했다. 이에 캐나다는 2005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연합교회는 어떻게 이 같은 결정에 이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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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성소수자 의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온전한 포용을 향해>,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발간했다. ⓒ 지유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교회협, 회장 조성암 대주교)가 9월 번역, 출간한 <온전한 포용을 향해>는 위에 적은 질문에 답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이 책 <온전한 포용을 향해>는 100쪽 분량으로 읽어 내려가기 편하다. 꼭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어도 연합교회의 역사, 그리고 연합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결정을 내렸던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풀이해 놓았다.

먼저 연합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살펴보자. 연합교회는 1925년 감리파, 장로파, 그리고 회중교회가 연합해(united) 결성한 교회로, 캐나다 전역에서 200만의 신도와 3000개 교구를 관할하고 있다. 캐나다 인구가 2016년 기준 3629만 명이니까 성인 열 명 중 한두 명은 연합교회에 나가는 셈이다.

이 교단은 지난 1988년 제32회 총회를 통해 성적 지향과 교회 회원권, 그리고 교회 지도력에 대해 두 개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의 핵심 뼈대는 아래 두 가지다.


1.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를 향한 순종을 고백하는 모든 사람들은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캐나다 연합교회의 온전한 회원으로서 환영 받는다.
2. 캐나다 연합교회의 모든 회원들은 목회자가 될 자격을 가진다. 

연합교회는 동지적 연합관계로서 포용을 추구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 현안들을 회피하지 않고, 신학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 들였다.

"동지적 연합교회로서 우리는 단순히 민주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투표권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며, 성서를 읽고 토론한다. 투표를 통해서는 다수가 승리한다. 그러나 이해를 넓여햐 하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는 보다 더 많이 포용하는 쪽이 힘을 가진다. (중략)

그 출범에서부터 캐나다 연합교회는 다양한 신학적 믿음을 수용해야 했다. 연합교회는 정말로 어려운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씨름해왔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계속 제 발등을 찍어온 것이거나 내부 분쟁을 조장한 것일 수도 있다." - 본문 30~31쪽 

결국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은 연합교회가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과 결혼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킨 데 따른 결과였던 셈이다.

진중하게 하느님의 뜻을 구하라 

물론 결정에 난관이 없지 않았다. 연합교회 산하 회원교회가 3만2000명의 신도와 1022명의 목회자로 '우려하는 모임'이란 조직체를 꾸리고 반대 성명을 냈다. 또 의결권을 가진 회원들 가운데 28%만이 동성애자의 목회 허용에 찬성한다는 설문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난관은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총회에 모인 이들이 진중한 자세로 하나님의 뜻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회의 당시 매우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 총회에 참석한 대표들은 대부분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안수(그리고 임명)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열린 자세로 회의에 임했고, 독실한 게이와 레즈비언 교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마도 많은 위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성애자 교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서로간 의견 분쟁은 거의 없었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진중한 자세로 임했고 기도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위원들은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됐다." - 본문 66쪽

연합교회의 경험은 한국 교회와 사회에 훌륭한 귀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적었듯 세계 모든 교회가 성소수자 목회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를 '죄'로 단정 짓고, 차별과 배제를 하느님의 뜻으로 정당화한다.

지난 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예장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 한국 개신교 주류인 장로교단은 총회 일정을 소화했다. 이때 장로교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성소수자에 대해 교회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예장통합은 성 소수자 및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들의 신학교 입학은 물론 이들의 교회 직원, 신학교 교직원 임용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예장통합은 소수자 인권증진에 앞장서온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해 "정통 성경 해석을 반대하여 파괴하고 있으며, 동성애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는 등 성경에 위배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단성을 결의했다. 또 교단 헌법 제3조에 "동성애자와 본 교단의 교리에 위배되는 이단에 속한 자가 요청하는 집례를 거부할 수 있고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인 기장 교단 역시 성소수자 목회에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 교단 산하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성소수자 교인에 대한 목회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성소수자 교인 목회를 위한 연구위원회 구성과 활동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총회 회의장에서 표결을 실시한 결과 해당 안건은 기각됐다.

보수 개신교계의 미치광이 전략 

더욱 심각한 건, 이들이 공론의 장에서 성소수자 의제를 논의하는 일마저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요사이 극단적인 행동을 암시하는 '미치광이 전략(상대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게 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이 종종 언론을 통해 회자되는데, 보수 개신교계야말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 성소수자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을 효과적으로 무산시켜왔다.

한 예로 교회협은 지난해 4월 김조광수 감독을 불러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이란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반동성애 단체들이 집단으로 행사장에 난입해 행사 진행을 방해했고, 결국 대담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행사 진행 이전에도 기자회견과 항의전화 등으로 관계자들을 어렵게 했다.

이들의 미치광이 전략은 이제 사법부의 최고 수장을 뽑는 과정에도 개입하기에 이른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표결 과정에서 보수 개신교계가 지역구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김 대법원장 인준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달 20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털어 놓았다.

"지금 솔직히 수도권을 필두로 해서 충청권 호남권은 특히 기독교가 굉장히 강하다. 모든 목사 장로들이 동성애 동성혼 군형법 관계로 반대한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문자를 보내고, 지역구를 가면 목사님들이 의사표시를 강하게 한다."

연합교회의 경험은 캐나다라는 고유한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 형성됐기에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성서, 전통, 경험, 이성 등 결성 이후 연합교회가 견지해 온 4가지 원칙에 입각해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현안을 치밀하게 연구한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한다. 연합교회 산하 국내선교국은 1978년 인간의 성생활에 대한 종합적 성명서를 준비하고자 대책위원회를 꾸린다. 이들의 역할은 아래 4가지였다.

"1. 개개인의 성경험을 확인하고, 특별히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러한 경험이 남기는 감정과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2. 이러한 의미를 기독교 신앙의 실재와 교회에서 배운 성서적 경험들에 비추어 비교한다.
3. 성경험에 대한 현대 생물학, 심리학, 그리고 사회과학의 정의와 설명, 표현이 지닌 영향을 살펴본다.
4. 기독교인으로서 오늘날 성 문제와 관련된 갈등 상황과 가능성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 본문 45~46쪽 

연합교회의 연구와 경험은 오로지 미치광이 전략으로 일관하는 한국 보수 개신교계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한편 교회협은 이 책과 함께 2015년 낸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지난 8월 다시 내놓았다. 이 책자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성소수자 문제를 논의한 연구성과를 소개한 보고서인데, 앞서 소개한 <온전한 포용을 향해>와 함께 읽으면 교회가 성소수자 의제를 어떤 태도로 다뤄야 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한국 보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는 곧 항문성교'라는 등식, 그리고 구약성서 창세기 19장에 적힌 타락과 환락의 도시 소돔이 성소수자 때문에 멸망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더욱 심각하게는 이에 대한 일체의 다른 견해를 부정한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인 앨런 브래쉬는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가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드러낸다.

"많은 교회가 동성애를 정죄할 때 이 이야기(소돔 – 글쓴이)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자칫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몇몇 기본 주장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한 예가 아니다. 초점은 집단에 의한 두 남자의 강간 사건이다. 도시의 모든 남자가 참여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음을 고려하면 강간을 계획한 이들이 하나같이 다 동성애자는 아니었다. 동의에 근거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비정상 관계였다. (중략)

동의를 바탕으로 한 동성 간의 관계를 금할 수 있는 근거를 창세기 19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또한 벌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교회는 동성 간의 성관계를 처벌할 때 소돔의 이야기에서 근거를 찾는다." - 본문 52~53쪽

<온전한 포용을 향해>와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성소수자를 무턱대고 죄라고 선전하며 혐오와 배제를 일삼는 한국 보수 개신교계의 천박성도 함께 드러낼 것이다.

교회협은 각 교회나 성도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일반 독자들도 연락만 하면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교회협 담당자 연락처 : 02) 742-8981
#온전한 포용을 향해 #우리 안의 차이에 직면하다 #캐나다 연합교회 #임보라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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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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