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엄마는 매미 소리 없는 집을 찾아 헤맸다

[군 트라우마 기획 "일상이 없는 일상"④] 이민욱 일병(가명) 엄마의 이야기

등록 2017.10.12 10:42수정 2017.10.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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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엄마는 매미 소리 없는 집을 찾아 헤맸다 ⓒ 안정호


2015년 1월 30일, 아들이 전역했다. 입대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때였다. 건강히 입대했던 아들은 '군 복무 부적응자(제2국민역)'가 돼 있었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1000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민욱 일병(가명)의 엄마 박경희씨(가명)를 만난 건 지난 8월 17일. 비가 내린 통에 안 그래도 습한 반지하 방이 더욱 후텁지근했다. 뚜껑 없는 선풍기가 덜덜덜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곳곳엔 아들과 엄마의 이름이 적힌 두툼한 약봉지 놓여 있었다.

엄마는 방 한편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보였다. 궁서체로 적힌 '표창장'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독병이었던 아들이 육군 화생방학교에서 받은 상이었다.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군대에서 이렇게 상까지 받았던 아이인데, 어떻게 군 복무 부적응자가 될 수 있냐고요."

아들 이름이 선명히 박힌 표창장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교육여건 조성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이에 표창함. 2014년 8월 28일"

하지만 5개월 후 군대의 말은 달라졌다.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날 것을 우려, 군사령부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 후 제2국민역으로 전역한 자임."(2015년 1월 30일, 육군 25사단 공무 상병 인증서 중에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기자의 말

남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멀쩡하다고 해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아들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 엄마는 직접 아들의 사체검안서를 들고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를 찾아가야 합니다.

사실 엄마는 보상금을 주겠다는 종이 쪼가리보다 훨씬 더 절실한 게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정보공개, 진심 어린 사과, 따뜻한 위로,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웃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일상이 그들의 가슴에 콕콕 트라우마를 새겼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 차원의 군 트라우마센터를군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의미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바로 가기)에서 국가의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군 피해치유센터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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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트라우마 #군트라우마 #매미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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