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골목골목 시원하게 설명하는 잡지, 이겁니다

광주 양림동 마을잡지 '양림사이다' 나왔다... 맛집·멋집까지 소개

등록 2017.10.23 10:05수정 2017.10.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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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 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 네델란드식 풍으로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호남신학대학교 내에 있다. ⓒ 이돈삼


'빛고을' 광주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이 양림동이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속한 양림동에는 광주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광주에서 서양의 근대 문물이 처음 들어온 곳이 양림동이었다.

양림동에는 조선시대 목민관이었던 양촌공 정엄 선생의 이야기부터 국권을 빼앗긴 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 이야기가 살아 있다. 일본 헌병의 칼에 팔이 잘리면서도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수피아 여학생이 살았던 곳도 양림동이다.

서양문화의 통로가 돼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함께 하며 광주 근대역사 문화의 발원지가 된 곳도 양림동이다. 꽃다운 나이에 들어와서 일생 동안 헌신하다 뼈까지 묻은 선교사들의 자취는 광주의 위대한 정신문화 자산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하여, 양림동은 광주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다양하게 선사한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할 곳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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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잡지 '양림사이다'의 앞표지. 광주 양림동의 근대역사 이야기부터 마을주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마을의 맛집·멋집까지 소개까지 담고 있다. 양림동 관광안내 책자로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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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마을잡지 '양림사이다'. 기획부터 취재, 편집까지 양림동에 사는 주민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 이돈삼


광주 양림동의 골목과 사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나누는 마을잡지 〈양림사이다〉가 나왔다. 잡지 이름도 양림동의 골목과 골목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를 잇고 나눈다는 의미를 담아 '양림사이다'로 붙였다. 가로 13㎝, 세로 22㎝ 크기로 194쪽 분량의 책자다.

양림동에 사는 주민들이 편집위원회를 꾸려 토론을 통해 소재를 정하고, 직접 취재를 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표지도 양림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예숙 양림동해설사가 놓은 자수로 김소진씨가 디자인했다. 편집 책임은 양림동에서 지금껏 살고 있는 정장윤 양림교회 장로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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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 세워진 음악가 정율성상. 정율성은 중국 국가인 '중국인민해방군가' 등 360여 곡을 작곡하며 중국의 3대 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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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 다형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시비. 광주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마을잡지 〈양림사이다〉 사이다 한 병, 사이다 두 병, 양림가이드 등으로 나눠 엮었다. '사이다 한 병'에서는 항일 전사와 혁명 음악가로 추앙받는 정율성과 양림, '눈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다형 김현승과 양림 이야기를 각각 특집으로 다뤘다.

중국 정부가 신중국 창건 100대 영웅으로 선정한 정율성은 양림동에서 태어났다. 19살 때 중국으로 건너가 음악으로 일본에 맞선 혁명 전사와 음악가로 살았다. 중국에서 팔로군행진곡(중국인민해방군가), 연안송 등을 지으며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군혼'으로 칭송받고 있다.

김현승과 양림 코너에서는 다형의 제자인 손광은 시인의 입을 통해 김현승문학관 건립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다형 김현승이 살았던 양림동에는 시비 '가을의 기도', '절대고독'이 세워져 있다. 무등산에는 1970년대에 세워진 '눈물' 시비가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다.

'사이다 두 병'에선 양림동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명물'이 된 두 곳을 소개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양복을 만든 '미광라사'와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해 준 '호수이발관'의 지난날과 일상을 들여다봤다. 1970∼80년대 양림동 풍경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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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에 있는 이장우 가옥. 1899년에 건립된 옛집으로 조선 말기 상류층의 전통 가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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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의 펭귄마을. 주민들이 빈 집과 골목의 쓰레기를 치우고 집안에서 쓰지 않는 생활용품을 담벽과 골목에 정크아트 방식으로 설치해 꾸몄다. ⓒ 이돈삼


'양림가이드'는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모아놓아 양림동을 길라잡이하고 있다. 양림동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 음악회, 별밤 투어 등 실속 있는 정보를 망라했다.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밤 515갤러리에서 열리는 '양림빌리지 콘서트'도 소개하고 있다. 이 콘서트는 음악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 이들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지구촌 어려운 이웃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10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양림동의 문화유산도 따로 소개하고 있다.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 호남의 문화예술회관 역할을 했던 오웬기념각, 화재가 나 방치된 집과 골목을 정크아트 방식으로 꾸민 펭귄마을은 물론 옛집 이장우 가옥과 최승효 가옥, 옛 수피아여학교의 건축물, 양림교회와 선교사 묘역, 제중원, 뒹굴동굴, 사직공원 등을 담았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족이 희생됐거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어머니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오월어머니의 집'과 '조아라 기념관'도 소개하고 있다. 모두가 양림동이 품은 소중한 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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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 1950년대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건물로 당시 유수만 선교사의 사택이었다. 한때는 호남신학대학교 학생들의 기숙사로 쓰이기도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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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의 선교사 묘역. 모두 45기의 묘가 있는데 이 가운데 22기가 광주와 순천, 목포에서 활동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와 그의 가족묘로 조성됐다. ⓒ 이돈삼


가족끼리, 연인끼리 가면 더 오붓한 코스와 건축가와 함께하는 건축투어,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선교투어, 근대 의상과 낭만 파티를 즐기는 야간투어, 예술가의 삶을 찾아가는 예술투어 등 맞춤형 양림동 투어도 안내하고 있다. 양림동 여행길에 잠시 머물면서 쉬면 좋을 찻집과 음식점 정보도 차곡차곡 덧붙였다.

정장윤 〈양림사이다〉 편집장은 "양림동에서 만나는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지역의 보물이고 자산이고 관광자원"이라면서 "마을잡지 '양림사이다'를 들고 양림동을 돌아보면 알차고 실속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안내 책자를 겸한 마을잡지 〈양림사이다>는 양림동에 있는 찻집과 쉼터, 주민센터 등에 비치해 두고 무료 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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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의 뒹굴동굴. 일제강점기 말 일본인들이 연합군의 폭격에 대비해 사직공원 양파정 언덕 아래에 판 방공호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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