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역대급 규모 보좌진 '논란'... 그 돈은 어디서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 추궁... "정책보좌관실 따로 운영하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

등록 2017.10.25 10:10수정 2017.10.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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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센터에서 열린 국정감사 제주도정 보고회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의원: "세 분은 원 지사와 어떤 인연이 있나요?"

"저는 원 지사의 팬클럽 일원으로 존경하고 따르다가, 제주에 내려오셨길래 같이 왔습니다" (L 실장, 4급)
"여의도에 있을 때 함께 활동도 하고 아는 사이었습니다. (그냥 아는 사이었나요?) 네" (P 특보, 2급)
"저는 10년 전 원희룡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K 보좌관, 5급)

원희룡 제주지사가 발탁한 정무 비서진이 역대 도정 가운데 최대 규모로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이나 충남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과 비교해봐도 지나친 규모로 원 지사의 측근을 챙기기 위한 보은용 인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24일 제주도청을 상대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위원회는 이날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정책보좌관실 전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인물은 무소속의 강경식 도의원. 그는 "민선 5기 당시 도지사 비서실 직원은 모두 6명이었는데 6기 들어 직급이 상향된 것은 물론 인원도 12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며 "뿐만 아니라 직제에도 없는 2급 정무특보와 정책보좌관 7명 등 8명이 정책보좌관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정무라인 확대를 문제삼았다. 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정책보좌관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이어 "서울본부(연락사무소) 역시 14명으로 증원됐지만, 제주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명은 현지서 채용했다"며 "지역 인재들이 경험을 쌓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4급에서 3급으로 격상된 첫 본부장 자리에는 원 지사의 복심이기도 한 현 바른정당 이기재 당협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본부는 원활한 행정업무 진행을 위해 설치됐지만 민선 6기 들어서는 원희룡 지사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채용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 규정에 따라 비서진의 경우 채용 공고를 생략하고 선발할 수 있지만, 비서라 보기 힘든 정무특보나 정책보좌관실 인력까지 같은 과정을 거쳤다"며 편법 채용이라 주장했다.


전문성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물론 구태적인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홍경희 도의원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인물이 청년정책담당으로 자리를 바꿨고, 갈등 관리를 책임지는 보좌관은 전공과 여러 경력을 들춰봐도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며 "L 실장은 지난해 보좌관으로 근무를 하다 총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제주는 3석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했다. 당시 원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선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L 실장은 "총선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 아니라 후반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혁신을 위해 물러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영진 제주도 총무과장은 "정무 보좌관들의 업무 특성상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규모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철 도의원은 "정책보좌관실 직원들의 공문 생산 내역이나 리스트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업무분장 역시 기존 제주도정이 수행하고 있던 통상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정책보좌관실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제안된 정책은 모두 16건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기됐다.

바른정당 제주도당 위원장이기도 한 고충홍 도의원 역시 "도의회와 정책보좌관실 직원들이 어쩌다가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험하게 인사를 하게 됐다. 길에서 만나면 모를 뻔했다"며 "의회와 소통을 하며 도정 발전에 같이 노력해야겠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원희룡 #측근인사 #회전문인사 #점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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