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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체의 블로그를 팔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 김동영
"안녕하세요. 블로그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완전히 넘겨주시는 건 200만 원이고, 빌려주시는 건 40만 원 또는 50만 원입니다. 모든 대금 선이체이니 걱정마세요. OOOOOO로 친구 추가 하신 뒤 대화주세요~"
최근, 의문의 쪽지 한 장을 받았다. 대충 보니,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팔거나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맛집을 찾을 때나 여행을 떠나기 전, 하물며 질병으로 인한 수술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꾸준히 오랫동안 본인만의 특색을 살려 블로그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들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은 파워블로거 혹은 인기블로거에 접촉해 블로그 매매를 권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주는 원고를 포스팅(게재)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현재 파워블로거인 A씨에 따르면, 업체들은 사진과 원고를 보낸 뒤 그대로 블로그에 포스팅해달라고 요청한다. 블로거들에 따르면 원고의 개당 포스팅 가격은 5천원부터 4만 원까지 각각 다르다.
"내가 안 써본 걸 이렇게 올리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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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체로부터 받는 원고와 사진자료 등 ⓒ 김동영
블로그 경력 10년이 넘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 B씨도 이런 업체들로부터 원고와 사진을 받아 포스팅하고 있다. B씨는 자신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블로그를 팔거나 대여하기는 싫어 포스팅 알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 모두 블로거 매매나 대여가 싫어 포스팅 알바를 시작했지만, 이후 과정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B씨는 "(포스팅 알바를 시작한 뒤)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가 검색순위에서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블로그가 거의 죽어있는 상태"라며 "이후부터는 지수가 내려갔다는 이유로 더 이상 (광고가 안 된다며 업체에서) 원고를 주지 않았다. 공들여 키운 블로그만 죽었다"라고 후회했다.
본인이 사용해보지 않은 제품에 대한 홍보글을 그냥 올린다는 사실에서 오는 죄책감도 적지 않아 보였다. A씨는 "내가 직접 써보지도 않은 것들을 이렇게 올리자니 양심의 가책도 느껴진다"면서 "그래서 정말 아닌 것들은 받지 않는다.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쓰려고 하고는 있다. 그래도 떳떳하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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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체가 파워블로거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 김동영
블로거들은 최근 포스팅 업체들이 글을 지우면 공격을 하겠다는 쪽지를 보내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로거 A씨는 "업체로부터 '간혹 입금 후 (글을) 삭제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블로그에 공격 조치 취할 수밖에 없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최근엔 업체들이 오히려 갑질을 한다. (포스팅 글을) 안 올려주면 관리를 안 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원고를) 가려서 받으면 일을 아예 끊겠다는 말도 한다"라고 밝혔다.
블로거들은 업체들이 '갑질'을 한다고 울분을 토하지만, 블로그 매매나 타인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경제적 대가를 주고 글을 올리는 경우 그것을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어디로부터 소정의 대가를 제공받고 쓴다는 것을 명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광고임에도 광고같지 않게 소비자를 기만하게 하는 경우에는 시정조치가 들어간다던지 과징금 등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또 "블로그에 대해서는 포털사업자에게 통보하여 블로그 활동을 못하게 할 수 있다. 파워블로거일 경우 파워블로거 선정을 철회한다거나 그렇게 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정위 관계자는 "블로그의 판매나 대여같은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거나 사기행위 등에 쓰일 염려가 있다"며 "타인이 본인의 블로그에 마치 본인이 (경험하고) 쓴 것처럼 올리는 것이니 허위사실유포가 될 수도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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