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화합 주문하며 '사내다움' 강조하는 홍준표의 아이러니

나경원·박순자 등 여성 의원 다수 자리했지만... '성 차별적' 정치 수사 여전

등록 2017.11.13 17:45수정 2017.11.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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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 시대의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소연


"의원총회를 통해 정치적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사내다운 모습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내다움'에 대한 훈계가 흘러나왔다. 13일 오후 의원총회에서다. 바른정당 탈당파 9인의 복당 절차를 문제 삼으며 당내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 15인(이완영·이장우·정종섭·이양수·한선교·이채익·박대출·추경호·김기선·김태흠·박완수·이헌승·윤상직·주광덕·함진규)이 소집을 요청한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와 탈당파 수용 이후 친박 진영과 연일 '말 전쟁'을 치르고 있는 홍 대표가 성 차별적 정치 수사까지 꺼내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단결을 주문하면서도, 여성 의원을 배제하는 차별적 언어로 화합을 그르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표의 '사내답게' 말버릇, 왜 반복될까

홍 대표가 '사내다움'을 강조한 의원총회 자리에는 나경원·박순자·이은재·최연혜·김정재·송희경·윤종필·임이자 의원 등 여성 의원이 다수 참석하고 있었다. 홍 대표에 반기를 든 15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의원이 없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면서 "적전분열(敵前分裂 : 적과 전투를 치르기에 앞서 내분으로 자기 진영에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힘든 세월에서 더 힘든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사내다움'은 홍 대표가 애용해 온 정치 수사다. 특히 타인에게 주요한 결단을 요구할 때 자주 써먹었다. 가장 최근에는 서청원 의원에게 같은 수사를 반복했다. 홍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조치에 반발한 서 의원에게 "당과 나라를 이렇게 망쳤으면 사내답게 반성하고 조용히 떠나라"고 요청했다.

당일 의원총회처럼 여성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사내다움'을 강조한 적도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5월 1일 바른정당 내 보수후보단일화를 주장한 '예비 탈당자' 14명 앞에서 "함께 가고 같이 가자"면서 "사내답게"를 외쳤다.


그는 당시 함께 있던 박순자 의원을 의식한 듯 "여자 한 사람이 있는데 좀 이상하지만, 박 의원을 여자로 취급 안 하니까.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자신의 '사내답게'라는 발언을 '이상하다'고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차별적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수사는 과거 보도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성학자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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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재입당파 의총 신고식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한 김용태 강길부 의원등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태흠 최고위원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밤도 좋고, 낮도 좋고, 어느 장소라도 좋으니 원내대표끼리 1대1로 만나서 사내답게 털어놓고 승부를 보자." - 2008년 7월 8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개원 관련 독대 회담을 제안하며

"잘못했으면 사내답게 책임지는 풍토가 없고,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 2008년 7월 29일 국정 공백 대처에 미흡한 정부를 비판하며

"사내답게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 주었으면 그런 바람이 있는 거지, 자질구레하게 변명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노무현답지 않다." - 2009년 4월 23일 BBS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대응을 비난하며


"사내답게 공개하고, 문제가 있으면 솎아내고, 범죄가 있다면 특검 조사를 하면 될 것이 아니냐." - 2010년 7월 13일 BBS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정두언 전 의원의 '권력투쟁' 논란을 지적하며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UN 권고 30%에 한참 못 미치는 17%에 그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내답게'라는 홍 대표의 수사는 남성 중심 국회의 씁쓸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홍 대표의 이러한 성차별적 수사는 줄곧 여성학계로부터 비판받아오기도 했다. 

강월구 강릉원주대 초빙교수(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이 같은 인식을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강 교수는 지난 9월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라는 토크콘서트에서 홍 대표와 만나 "여성들이 뭘 원하는지 진지하게 듣고 변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통화에서 "'사내답게'라는 말은 포용력이 넓고 올바른 생각이라는 말인데, 사내가 하는 생각은 다 그렇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나머지 여성들을 다 소외시키는 발언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의 '사내답게'의 어원을 과거 대학가에서 부르던 '막걸리 찬가'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그 노래에는) '막걸리를 마셔도 사내답게'라는 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담겨 있다"면서 "남성성은 그저 옳고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꾸 듣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이라는 형태로, 성 평등 인식을 높이는 교육을 의원들만 따로 받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당 안에서 그런 인식으로는 (민심 잡기 등) 안 되겠네, 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성평등 #자유한국당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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