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이 뚝뚝 묻어나는 가을숲을 만나다

서산 용현자연휴양림에서

등록 2017.11.20 06:59수정 2017.11.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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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 수업을 위해 찾아간 서산의 용현자연휴양림.
별 기대 없이 찾아갔다가 만난 다양한 가을 소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용현자연휴양림 ⓒ 이선우


말라버린 작은 풀꽃들마저 새로 피어난 꽃인듯 아름다워 보인다.
좀개미취인지 쑥부쟁이인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한가.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마른 풀꽃 ⓒ 이선우


노란 꽃을 피운 미역취가 눈에 띈다.
생각지 못한 때에 만난 꽃이라 그런지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미역취 ⓒ 이선우


올해는 유달리 곱게 물든 단풍을 만나보기가 힘들었다.
단풍이 드는가 싶으면 색이 둔탁하고 단풍이 드는가 살피면 말라비틀어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용현에서라도 이렇게 단풍다운 단풍을 마주하니
가을을 떠나보내는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도 하다.

용현자연휴양림 ⓒ 이선우


봄엔 꽃잎이 지천이던 물가에 이제는 낙엽이 꽃처럼 떠있다. 

용현 계곡 ⓒ 이선우


산책로를 따라 더 올라갔더니 폭신폭신 사각사각 낙엽길이 펼쳐진다.
그늘진 곳에는 성급하게 달려온 겨울이 또아리를 틀고 숨어있다.

용현자연휴양림 산책로 ⓒ 이선우


시린 하늘 아래 허전한 가지마다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지끝마다 반복되는 패턴을 따라가느라 몇 번이고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던 나무. 
어느 산에 가더라도 한두번은 마주치게 되는 물오리나무다.


물오리나무 ⓒ 이선우


특유의 향을 풍기는 비목도 만났다.
6.25 전쟁의 상잔을 노래한 유명한 가곡 '비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나무다.
연말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랑의 열매' 디자인을 이 나무의 열매에서 착안했다고 하는데
빨간 열매를 보니 제법 그럴 듯 해보였다. 

비목 가지 ⓒ 이선우


쓸쓸함이 뚝뚝 묻어나는 깊을 가을날 용현자연휴양림에서의 한 때.
불타는 홍염 속에 달뜨는 가을을 지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해주는 스산함이 머문다.
그리고 이제, 겨울이다.

덧붙이는 글 충남넷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용현자연휴양림 #가을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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