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좋은 남자가 만든 와인은 특별하다

[최정욱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와인기행] 샤또 미소 도란원 ②

등록 2017.11.21 08:53수정 2017.11.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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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락 샤또 미소 대표 ⓒ 유혜준


[대한민국 와인기행] 샤또 미소 도란원 ①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최대 포도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영동군이 와인특구로 지정된 것은 2005년. 그게 대한민국 와인 1번지의 시작이었다. 영동이 와인특구로 지정될 때만 해도 한국와인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영동에서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영동이 대한민국 와인 1번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예상대로만 풀린다면 역경을 딛고 일어난 성공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영동의 와인특구 지정은 영동에서 와인제조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와인제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안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와인을 만들던 그는 영동대학교 와인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와인제조 경험에 이론을 갖추게 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와인생산 준비를 한 것도 그 덕분이다.

안 대표는 2009년 10월에 와인제조장을 만든 뒤, 2010년에 주류제조 및 판매 면허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에 와인 지하 숙성고도 만들었다. 와이너리 운영준비가 완전히 갖춰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빚이 늘었다. 와인제조장, 와인제조설비에 목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와인은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쳐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와인만 만든 게 아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해 곶감도 만들어 팔았고, 된장도 만들어 팔았다. 된장이라고요? 와인과 된장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되물을 수밖에.

알고 보니 그는 손맛이 좋은 남자였다. 무엇을 만들던 그의 손을 거치면 맛이 있어진다. 된장이 특히 그랬다나. 아내인 문미화씨가 "우리 집 된장은 아주 맛있다"고 보증하는 맛이다.


"와인 체험을 와서 된장 맛을 보여주면 와인은 안 사가고 된장을 사갈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손맛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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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화씨 ⓒ 유혜준


손맛 좋은 남자가 만드는 와인 역시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는 만들기만 잘 하는 게 아니라 파는 수완도 뛰어난 것으로 영동에서는 유명하다. 와인축제나 와인판매 행사에 나가면 단연코 가장 뛰어난 판매실력을 발휘한다. 안 대표는 자신보다는 문미화씨가 판매를 더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사람이 파는 거를 아주 잘해요. 사람이 좋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잘 팔아요. 그래서 판매에 도움이 많이 되죠. 와인은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자신감은 미화씨도 마찬가지였다. 손맛이 뛰어난 남편이 정성들여 잘 만든 와인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팔 자신이 있단다. 그래서 샤또 미소의 와인 생산량은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포도 30톤으로 와인을 담갔다. 이걸 와인으로 환산하면 20톤 정도 된다고 한다. 작년에는 포도 25톤으로 와인을 담갔고, 재작년에는 20톤이었다. 이렇게 매년 와인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와이너리 운영이 순조롭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으리라.

청주에서 가족의 생계를 전담하던 아내 문미화씨가 청주살이를 접고 영동으로 내려온 것은 2014년이다. 안 대표는 혼자 와인을 만들어 파는 게 힘에 부쳐 미화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13년에 '2013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 연이어 상을 받으면서 안 대표는 이제는 와이너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이다.

미화씨는 하던 일을 접고 영동으로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미화씨의 설명이다. 와이너리만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화씨는 남편을 믿기로 했다. 그 때부터 안 대표는 와인을 만들고 미화씨는 판매를 하면서 부부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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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미소 와인들 ⓒ 유혜준


'샤또 미소' 대표와인은 무엇일까? 2013년에 처음 와인품평회에서 대상을 안겨준 로제 스위트와인이란다. 투명한 장밋빛 로제와인은 마시기 전에 빛깔로 먼저 마음을 사로잡는다. 와인을 잔에 따를 때는 꽃향기와 함께 과일 향이 안개가 퍼지듯 은은하게 번진다. 로제 와인을 서둘러 마시지 말고 색깔과 향을 음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로제와인은 특히 20대~30대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쉽게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샤또 미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이기도 하다.

그가 와인제조를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만든 와인은 레드와인이었다. 두 번째로 도전한 와인이 로제와인이다. 안 대표는 자신이 생각해도 로제와인은 잘 만든 와인이란다. 처음에는 로제 드라이와인을 만들었고, 다음에 로제 스위트와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드라이도 모르고 스위트도 몰랐어요. 와인 강의를 들어도 잘 몰랐죠. 드라이보다는 스위트가 만들기가 어렵거든요."

샤또 미소는 로제 와인 외에도 레드와인과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아이스와인은 영동에서 가장 도전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부터는 화이트와인을 출시해 판매할 예정이다. 화이트와인은 와인양조용으로 개발된 포도품종인 청수와 청포랑을 블렌딩한 와인으로 청포도의 싱그러움과 산미가 살아있는 상큼한 맛의 와인이다.

특히 안 대표는 충북 옥천 포도연구소에서 개발한 청포랑 단일품종을 사용한 화이트와인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청포랑 포도는 직접 재배할 예정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애플와인도 이미 개발이 끝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스파클링 와인 역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덕분에 샤또 미소랑 화이트와인, 아이스와인, 샤또 미소 애플와인과 함께 곧 출시예정인 스파클링 와인까지 시음하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 와인시음장 한켠에서 4년째 숙성되고 있는 대나무 와인도 시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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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락 대표와 아내 문미화씨 ⓒ 유혜준


안 대표의 머릿속은 온통 와인으로 가득 차 있단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면 맛있고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만을 궁리한다. 새로운 포도품종을 접하게 되면 "저걸로 와인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꼭 한다나.

그의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새 품종 포도와 결합하면 새 와인이 하나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게 와인생산자들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도 와인생산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와인을 만들면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로제와인 2.5톤을 고스란히 버려야했던 일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금이라면 버리지 않고 증류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장설비가 부족한 이유도 한 몫을 했다.

"포도 5톤으로 로제와인을 만들어서 저장고로 옮겼는데 색이 안 좋았어요. 향은 괜찮았는데, 색깔이 이상한 거야. 아황산 처리를 했더니 색이 완전히 가버렸어요. 그게 대체 얼마야.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요.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증류를 하면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세상에 공짜가 없어요. 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고 그러다가 배우고 하는 거죠."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와인이 어려운 것은 1년에 한 번 만들기 때문이다. 이게 잘못되면 한 해 '와인농사'를 망치게 된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런 실패가 점점 줄지만 위험부담은 늘 남을 수밖에 없다. 맛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을 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은 와이너리의 브랜드와 평판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안남락 대표의 소신이다.

[대한민국 와인기행] 샤또 미소 도란원 ③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치분권뉴스>에 실려 있습니다.
#안남락 #샤또 미소 #로제와인 #영동 #한국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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