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표는 한국와인 수출... 품질 인정받고 싶어"

[최정욱 소믈리에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와인기행] 샤또 미소 도란원 ③

등록 2017.11.21 08:53수정 2017.11.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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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락 샤또 미소 대표 ⓒ 유혜준


[대한민국 와인기행] 샤또 미소 도란원 ②에서 이어집니다.

2001년부터 와인제조를 시작한 샤또 미소에는 2005년에 생산된 와인 3병이 남아 있다. 레드와인인데 샤또 미소에서 처음 병입을 한 와인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와인이면서 값을 매길 수 없는 와인이다. 죽을 때까지 다시는 맛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인을 안 대표가 특별히 개봉했다. 이제 이 와인은 2병이 남았다. 이 와인을 시음할 행운아는 누구일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진다.


일부에서는 캠벨 포도로 만든 와인은 장기보관하면 산패되어 마실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숙성한 캠벨 와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2005년에 캠벨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마실 기회를 갖게 되다니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두 손으로 공손히 와인 잔을 잡고 와인이 잔에 따라지기를 기다린다. 와인이 병에서 잔으로 쏟아지는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감미로운 여운을 남긴다. 와인 향을 최대한 음미하기 위해 잔을 흔들어 돌린다. 캠벨 포도향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가장 행복한 순간, 미소가 저절로 얼굴 가득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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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끝포도로 만든 2005년산 샤또 미소 레드와인. ⓒ 유혜준


와인 빛깔은 묵직한 보랏빛이었다. 와인 색깔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보관상태가 좋았던 것 같다. 한국와인 최고의 전문가인 최정욱 소믈리에가 맛 평가를 했다.

"12년이나 됐는데 색깔이 바래지 않고, 탄닌감도 짱짱하다. 맛이 산패됐을 줄 알았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잘 살아 있다."

안남락 대표는 "끌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맛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캠벨 포도지만 끌포도였기 때문에 색깔이나 탄닌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끌포도라니, 그런 포도도 있나?


끌포도는 끝포도의 사투리란다. 이순 포도라고도 하는데 두 번째로 나온 가지에 달린 포도라는 의미다. 포도는 가지마다 포도가 두 송이씩 달리는데, 포도가 달리면 순이 계속 자라지 않도록 잘라준다는 것이다. 그래야 포도로 온전하게 영양분이 가서 달고 맛있게 잘 익는다.

그런데 6월쯤 되면 익어가는 포도 옆에서 다시 순이 나온다나. 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포도가 새로 열린다. 이미 달린 포도는 익어서 8월말쯤 수확을 하고, 두 번째 순에서 나온 포도는 그제야 조금씩 익기 시작한다. 이순 포도의 수확 시기는 늦가을, 이맘때. 대신 포도 양이 많지 않아 수확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포도가 알이 작고 씨가 많아. 껍질도 두껍고. 어리고 강한 포도나무에 끌포도가 생기는데, 수확량은 얼마 안 돼. 그걸로 와인을 담갔더니, 맛이 아주 좋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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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와인을 따르는 안남락 대표 ⓒ 유혜준


2005년산 와인 시음에 이어 샤또 미소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했다.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제조법으로 만든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잔에 따르는 순간, 풍부한 탄산이 잔을 가득 채운다. 스파클링 로제와인의 첫 맛은 상큼하고 뒷맛은 부드러웠다. 아주 특별한 날 마시고 싶어지는 와인이다.

2001년, 레드와인을 처음 만들면서 시작된 안 대표의 와인도전은 2017년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레드와인, 로제와인, 화이트와인, 아이스와인, 스파클링 와인을 전부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곧 와인증류주인 브랜디도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샤또 미소는 한국와인 대중화를 위해 저가 와인 '미소 27(레드 스위트)'를 출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와인이 판매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와인 가격이 저가라고 해서 와인의 품질이 낮은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미소 27은 한국형 캠벨 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온에서 캠벨 포도의 향을 최대한 농축해서 만들었어요. 달콤한 과일 향에 포도의 단맛과 신맛, 떫은맛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와인인데 가격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아주 잘 팔리고 있어요."

한국와인 대부분이 2만 원을 훌쩍 넘는데 비해 '미소 27'은 1만3천 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인 이름이 왜 '미소 27'일까?

"와인 종류가 늘어나다보니 와인 이름을 짓는 것도 쉽지 않아요. 와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이거나, 와인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이름으로 짓고 싶은데. 이 와인 출시를 앞두고 고민을 하면서 별별 생각을 하다가 아들 결혼 날짜가 생각났어요. 1월 27일이라 그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미소 27'로 했어요."

아들 결혼식 날 '미소 27' 와인을 미니 용기에 넣어서 결혼선물로 하객들에게 나눠줬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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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 레이블 경연대회에서 샤또미소가 대상을 받았다. 안남락 대표와 김지원 한국와인생산협회장. ⓒ 유혜준


뿐만 아니다. 올해 샤또 미소는 경사가 겹치고 있다. '2017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 와인레이블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안 대표는 좋은 품질의 와인 생산도 중요하지만 와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블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레이블이 와인의 품격을 높여주면서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또 미소의 레이블은 다른 와이너리에 비해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지금 샤또 미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레이블은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전문업체에 의뢰한 결과물이란다.

레이블 경연대회에서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디자인에 한국 전통의 미가 잘 살아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로제와인과 레이블이 조화를 이루면서 잘 어울린다.

또 다른 경사는 샤또 미소의 와인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전통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안 대표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한국와인이 홍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메이커를 꿈꾸는 안 대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와인품평회에서 대상도 여러 번 받았고, 와인이 순조롭게 잘 팔리고 있어서 큰 욕심은 없어요. 와인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한국와인 역사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 역할은 지금 조금씩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남은 목표는 수출이지. 수출을 한다는 건 한국와인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거잖아요. 일단은 5년 정도를 잡는데 너무 빠를까? 크게는 10년을 잡으면 될 것도 같아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와인 만들어야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치분권뉴스>에 실려 있습니다.
#안남락 #한국와인 #샤또 미소 #레이블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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