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주민들, "새마을운동 몰라요"

[시민, 네팔 개발협력 현장에 가다 ②]

등록 2017.11.24 10:49수정 2017.11.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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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재)바보의나눔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공적개발원조(ODA)의 납세자인 시민이 직접 해외 현장을 감시하는 '시민현장감시단'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르완다에 이어 올해는 네팔에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활동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현지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시민들의 눈으로 본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기자 말


"발전"은 무엇일까? 사전에는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공적개발원조(이하 ODA)는 전 세계 어려운 이웃 국가들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올해 2조 6,359억원 규모로 총 1,243개의 ODA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ODA가 정말 다른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여름, 6명의 한국 시민들은 '시민현장감시단'을 꾸려 네팔로 떠났다( '우리는 몰랐고, 최순실은 알았던 ODA').

2022년까지 최빈국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인 네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한 OECD 분류에 따르면 네팔은 소득이 가장 낮은 최빈국에 해당한다. 네팔 정부는 3개년 단위의 자체적인 국가계획(Three Year Interim Plan)을 수립해 "2022년까지 모든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네팔이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팔은 한국이 ODA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24개의 중점협력국 중 하나로, 지난해에는 1,377만불(약 15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한국의 네팔 ODA 사업은 크게 4개의 중점분야(▲기술직업교육훈련, ▲보건의료, ▲농업, ▲전력)로 나뉘는데, 지난 2015년 대지진 이후에는 지진 피해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과 재건복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네팔로 떠난 시민현장감시단은 한국 무상원조로 진행된 직업훈련원 두 곳과 새마을 시범마을, 유상원조로 진행된 수력발전소를 방문해 사업 관계자와 현지 시민들을 만나고, 사업의 성과와 어려움을 확인했다.

카트만두 대학 기술훈련센터, 180명 정원에 6명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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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대학 관계자과 면담중인 시민현장감시단 ⓒ 발전대안 피다


먼저 외교부 산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이 직업훈련 분야 사업으로 건립한 '카트만두 대학 기술훈련센터'와 '부뜨왈 직업훈련원'을 각각 방문했다. 두 사업 모두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적 목표에 따라 네팔 정부가 요청한 사업이다.

네팔의 인적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국가자치단체 '기술교육직업훈련위원회'가 운영하는 부뜨왈 직업훈련원은 정원의 80% 이상이 취업에 성공했고, 수요가 점차 많아져 기존 계획보다 정원을 증대해 운영하고 있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훈련과정에 대한 학생과 강사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반면 카트만두 대학이 운영하는 기술훈련센터는 정원 180명에 현재 훈련생이 고작 6명으로, 성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취업현황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물론 부뜨왈 직업훈련원과 달리 기술훈련센터는 단기 취업과정으로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카트만두 대학이 과연 센터를 제대로 운영할만한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또한, 사업계획서상의 목표와 실제 운영이 다른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카트만두 대학은 인근 지역주민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과 청년의 직업훈련을 센터의 주요 목표로 정했지만, 현장에 가서 보니 이미 직업이 있거나 기본 기술이 있는 학생들이 참여해 보수교육 수준으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현지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결과다.  

17년이나 지난 오래된 원조,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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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강 수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시민현장감시단 ⓒ 발전대안 피다


이어 시민현장감시단은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로 이동해 한국 유상원조로 지어진 모디강 수력발전소를 찾았다. 네팔은 지역별로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재개하는 순환정전 제도를 운영할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해 국가 차원에서 수력발전소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모디강 수력발전소는 지난 2000년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건설된 것으로, 사업이 종료된 지 무려 17년이 지났다. 

그렇다 보니 2007년 사후평가 이후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 정보를 찾고 현장에 방문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담당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측은 오래 전 사업인데다 네팔에 주재 사무소가 없어 현장방문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사업 자료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후평가보고서 요약본 외에는 전혀 없었다. 다행히 시설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고 전력 생산력 자체는 좋은 편이었지만, 한국 ODA가 비단 지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네팔의 '새마을 시범마을', 정작 주민들은 모르는 새마을운동

1970년대 한국의 농촌개발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새마을운동 ODA'라는 이름으로 다른 국가에 개발모델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폭 확대되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개도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추진한 사업은 파트너국 맞춤형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새마을 ODA 추진체계를 폐지했고, 이에 따라 코이카는 새마을 ODA 사업 26개를 10개로 축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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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새마을 시범마을 주민과 인터뷰하는 시민현장감시단 ⓒ 발전대안 피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 등은 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개도국 농촌 지역의 소득증대와 마을환경개선 등을 목표로 현재까지 26개국 396개 마을에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했다(2016년 기준). 시민현장감시단은 네팔의 새마을 시범마을 중 하나인 치트완 군 피플레 면의 2마을과 7마을을 방문했다. 그러나 현장은 사업보고서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사업으로 도움을 받은 주민들의 현황도 불분명했고, 양어장은 주민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지원사업으로 지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또, 정기적인 새마을 교육으로 마을 사람들이 새마을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현지 새마을회 임원들의 답변과는 달리, 감시단이 만난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네팔 새마을회 판타 나바라즈 회장의 운영방식과 태도였다. 한 예로 남은 사업비를 네팔 새마을금고에 입금해 새마을회 운영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판타 회장은 네팔 법에 근거해 사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업비를 계획된 목적 외에 임의로 사용한 것은 큰 문제이다. 지난 5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실태」 보고서에서도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현지에 별도의 조직이나 인력이 없어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15년 새마을 시범마을이 있는 모 국가에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한 협력관이 사업비 6,500만원을 전액 횡령해 도박비용 등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두 사례 모두 현지에서 사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진정한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

네팔의 개발협력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온 시민들은 전문적인 ODA 용어에 어려워하면서 보고서와 실제 현장의 간극을 확인하고는 허무해했다. 여전히 우리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이행하는 한국 ODA의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ODA에 세금을 내고 있는 우리 시민들이 묻는다. 한국이 ODA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다른 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까? 진정한 '발전'이란 과연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현재 네팔 시민현장감시단의 활동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회 준비와 활동책자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중입니다(https://www.tumblbug.com/pidanepal). 첫 번째 다큐콘서트는 11/25(토) 오후 2시, 종각 마이크임팩트 살롱E룸에서 개최합니다.(참조: http://pida.or.kr/221136330808)
#ODA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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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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