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인터뷰] 항암신약급여화 펀딩 프로젝트 진행하는 이휘영씨

등록 2017.12.01 15:04수정 2017.12.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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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이었던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펀딩 수익의 80%를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하는 항암신약급여화 펀딩 프로젝트의 창작자, 이휘영씨를 만났습니다. - 기자 말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 포스터. ⓒ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


암은 그 단어 자체로 공포를 준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질병이 암일 정도인데, 이는 전체 사망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혹자는 암을 정복하는 것이 인체 수명의 연장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실제로 많은 병원에서, 연구실에서 암을 정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면역 항암제'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면역세포의 면역을 증진시켜 암세포를 물리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항암제 말이다. 실제로 이 항암제는 효과도 좋은 데다가 그간 방사능 치료로 인해 탈모가 오거나 일부 약의 내성이 있는 등의 부작용으로 시달릴 일도 적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과 '의료보험'이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비급여 약품으로 분류되어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 '신약'의 급여화를 위해 모인 청소년들이 있었다.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암 환자들과 암 환자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하는가 하면 면역 항암제라는, 사람들이 알기 어려울 법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펀딩 프로그램 말이다. 리워드는 손거울과 스티커, 배지. 수익의 80퍼센트가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된다는, 더 뜻깊고 아름다운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이끌어가는 이휘영 씨를 지난 11월 26일 울산광역시 남구 공업탑 앞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프로젝트를 자세히 어떤 계기에서 시작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민감한 주제를 모금하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자기소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울산 남창고등학교 2학년 이휘영이다. 암 환자들의 개인적인 요청을 받고 항암신약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전반적인 총괄 업무를 맡았다. 얼마 전에 미소 숲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 펀딩에 성공했었다." (관련 기사 : '성시경 숲', '윤아 숲' 이제는 '미소 숲'? )


인터뷰에 응한 이휘영 씨. ⓒ 박장식


- 항암신약프로젝트에 대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아이콘의 뜻은 무엇인지 말이다.
"주변 암 환자 분들의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실은 가족 중에 암 환자들이 없어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에 단순히 동정심 하나로만 시작했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을 했는데 실제 암 환자들, 암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을 접하니 항암제의 부작용,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접하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 또 현재의 면역 항암제가 비급여 항암제라서 효과가 좋은 면역 항암제를 쓰려면 비싼 돈을 내야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분노하기도 했다.

방학 때 서울에서 지내다시피 했다. 항암신약프로젝트에 대해 알리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원끼리 합숙도 하고, 병원에 찾아가 의사, 의학전문 기자, 암 환자나 가족들을 인터뷰하며 보냈다. 인터뷰를 한 다음 인상 깊었던 부분이 많아 배지 아이콘을 만들 때는 면역 항암제로 치료되고 있는 암 환자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담고 싶어서 웃는 입을 표현했고, 밝은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꽃 등도 같이 그려 넣었다."

- 면역 항암제가 왜 비급여로 처리되는지, 그리고 왜 시급히 의료보험의 체계에 넣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면역 항암제가 최근 나온 체계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의료보험 보장 의약품이 되기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긴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 항암치료를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고, 환자의 스트레스도 덜하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아까운 암 환자는 물론 돈이 없어 비싼 약을 투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면역 항암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 프로젝트가 어떻게, 언제 진행되는지, 그리고 펀딩 리워드는 어떤지... 프로젝트 전반의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신다면?
"텀블벅에서 50만 원을 목표로 한 달간 진행하고 있으며, 12월 6일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지금은 86% 정도 사람들이 밀어주셨고, 펀딩 리워드는 아이콘을 활용한 스티커와 배지, 그리고 손거울로 이루어진다. 일정 금액 이상을 팍팍 밀어주시면 리워드를 팍팍 드린다.

순수익에서 수수료나 배송비 등을 제외한 80% 정도는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하는데, 소아암에는 면역 항암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지 않기에 이 항암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려는 바람을 담아 기부하려 한다. 모든 기부 현황은 프로젝트 커뮤니티에 공유할 계획이다."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의 리워드로 제공되는 스티커와 뱃지. ⓒ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


- 암과 관련된, 좀 청소년에게는 멀면서도 어려운 주제를 다뤘는데, 이 주제를 다루면서 어려웠거나 막혔던 점이 있었는지.
"펀딩을 하고 있는 지금도 아직도 암에 대해서 자세히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에 대해서는 100% 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대신 이것을 준비하면서 암 관련 책을 미친 듯이 읽었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에도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단순히 항암제의 개념만을 배운 것이 아니라, 암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다.

인터뷰하는 장소가 병원 안이다 보니 잡음이 많이 섞여서 잡음 제거에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촬영 장소도 민감하고, 환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어서 하나하나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병원 안에서도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카메라를 들었다. 그래도 여러 좋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영상 제작이나 펀딩에는 어려움이 많지 않았다."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원들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


- 영상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 꼭지가 있었는지. 교수나, 기자나, 암 환자나 그들의 가족이던 상관없이 말이다.
"암 환자분께서 사람들에게 호소하듯이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팠다. 또 암 환자 가족분이 자기 가족에게 암이 생긴 것이 '내가 밥을 안 차려줘서, 내가 불편하게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면서 자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 '암' 환자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소아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착용한 가발 등으로 인해 놀림을 받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사람들의 암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개인 스스로가 이런 문제에 대해 자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나에게도 가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공익광고나 우리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것이 미디어에서 보여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 스스로가 암에 어떻게든 가깝다는 것을 알고,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막 대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 청소년들이 이런 펀딩, 모금 등의 활동을 할 때 '스펙을 위한 활동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지금 펀딩을 여는 입장에서' 답변하자면?
"스펙을 위해 이런 것을 한다면 이미 중간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차라리 쉬운 동아리나 생기부에 기재되는 봉사 활동 같은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활동 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학원에 앉아있는 것이 대학에는 훨씬 가까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람들이 기뻐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펀딩을 여는데, 그런 우리의 진심이 스펙을 위한 것으로 매도되면 기분이 좋지 않다."

- 앞으로 다른 주제로 펀딩을 더 진행하실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찾아 떠날 것인지 궁금하다.
"'예비 고3'이라서 펀딩이나 다른 프로젝트를 찾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수능 올인파다. 수능이 1주일 연기되었을 때 남 일인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미 1주일이 훅 지나 있었고, 결국 내 차례가 가까이 왔더라. 오늘(26일) 기준으로 354일 남았다. 이제 날짜를 셀 때가 왔다."

- 그렇다면 수능이 끝난 다음에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지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수능 끝나면 일본 여행 먼저 가고 싶다. 울산에서도 밤 새워본 적이 없는데, 홍대 가서 밤을 새워보고도 싶다.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친구들이나 친한 동생들이 좋은 프로젝트 같은 것을 기획하고 있으면 도움이라도 줄 생각이다. 일단 1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원들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항암신약급여화 프로젝트


최근 청소년들이 주최하는 펀딩이 꽤나 늘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이런 사안을 이용해 돈과 인지도를 벌어먹으려고 한다', '자기 돈 낼 능력이 없으니 이런 펀딩이나 한다' 등의 반응을 꽤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소년이기에 남들이 손대지 않는 분야에 이렇게 사비와 노력을 들이며 이런 사회공헌적 펀딩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프로젝트를 알게 되면서 면역 항암제 등 새로운 항암제가 규제로 인해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그런 사실이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그로 인해 다양한 공론의 장에 비급여 신약의 급여화를 끌어당길 수 있다면, 그 하나로 이 펀딩은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펀딩은 https://www.tumblbug.com/anticancer 링크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청소년 #클라우드 펀딩 #항암신약급여화 #의료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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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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