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의 성범죄 발생 현황.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0% 넘게 증가해, 한국사회의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검찰청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대검찰청 공식자료'를 계산하면, 한국의 허위신고율은 미국의 2~4%보다 현저히 낮은 0.5% 미만이 된다. 다시 말해, 성범죄 생존자를 '꽃뱀'이라며 2차 폭력을 가할 아무런 근거도, 정당성도 없으면서도 이런 짓들을 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세우는 엉터리 수치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꽃뱀 공식통계?'허위신고 비율이 18.1%'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는 이렇다. 2014년에 성범죄로 고소·고발된 뒤 '무혐의'로 기소되지 않거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비율이 신고된 사람의 18.1%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므로, '무혐의'와 '무죄'를 더한 비율이 곧 '허위신고율'이자 '꽃뱀 비율'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2년에는 이 비율이 11.7%였으나, 2014년에는 18.1%로 증가했다. 이 변화 가장 큰 이유는 성범죄 기소율이 지속해서 하락해 왔기 때문이다. 꽃뱀론자는 이것을 '꽃뱀 증가추세'의 지표라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형법에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이런 엉터리 주장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성범죄 기소율은 매우 낮다. 게다가 최근에는 더욱 하락해, 2012년에 43.9%, 2014년 42.2%, 2015년에는 35.8%를 기록했고, 2016년 상반기에는 아예 34.5%로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와 더불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기소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기소율은 2012년에 44.4%였으나, 2016년 상반기에는 33.4%로 대폭 하락했다. 2016년 상반기에 성범죄로 신고된 사람들 가운데 기소유예, 무혐의 등으로 풀려나 재판조차 받지 않는 비율이 성인 성범죄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미성년자 꽃뱀 비율이 성인을 추월했다'는 뜻일까?
'무혐의'란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무혐의란 신고 후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검찰에 기소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성범죄가 물증을 제시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 의지와 관련된 문제다. 성범죄 기소율이 추락해 온 사태를 두고, 지난해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국에 문제제기를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성범죄 대책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기소율이 매년 하락한다면 국민은 '성범죄 수사가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는 성범죄 기소율이 하락하는 이유를 명확히 분석하고, 수사에 소홀함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박범계 "성범죄 기소율 5년간 9%P 하락", 2016. 9. 25)비디오, 음성 기록 있어도 '증거 부족' 무혐의 성범죄 혐의자들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사례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별장접대'와 관련해 특수강간 혐의로 입건되었지만, 곧 무혐의로 풀려났다. 사유는 '증거 부족'이었다.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지만, 검찰은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거로 제출된 음성기록과 당시 상황이 담긴 비디오까지 있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특수강간뿐 아니라, 접대의 대가성조차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앞에서 '꽃뱀론자' 주장의 허구성을 반박했다. 나는 그가 말하는 '18.1% 꽃뱀설'의 근거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수치의 출처는 '대검찰청'의 '공식자료'가 아니라, '보수언론'의 '오보'였다. 이 잘못된 정보는 남성 방문자들이 많은 사이트로 퍼져가면서 헛된 분노와 탄식을 자아내곤 했다.
2013년 9월에 <동아일보>가 '성폭력 무고' 보도를 하면서, 아무 관련도 없는 '무혐의'와 '무죄'를 뒤섞은 기이한 수치를 사용했다. 기자가 '무혐의'의 정확한 뜻을 몰랐던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밖에도 기사 전체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