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포토라인만 네 번...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우병우 라인' 물갈이 뒤 첫 검찰 조사... "'고 경력자' 검사가 조사 예정"

등록 2017.11.29 10:49수정 2017.11.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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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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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스스로를 검찰 표적 수사의 피해자로 생각하는 듯했다. 지난 출석 때처럼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말과 말 사이 몇 초간 공백을 두는 걸로 심경을 대신했다.

잠시간 말 멈춘 우병우... "헤쳐 나가겠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9일 오전 우 전 수석을 국정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비선으로 보고 받은 혐의로 소환했다. 출석이 예고된 터라 청사 앞은 평소보다 2~3배 많은 10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붐볐다. 다른 일로 검찰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였다. 우 전 수석은 출석 예정시간보다 10분 앞선 9시 50분께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렸다. 그는 일제히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덤덤한 얼굴로 포토라인까지 걸어왔다.

그는 먼저 네 번째로 포토라인에 선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위와 같이 답했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 잠깐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어진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혐의는 인정하시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뭐 검찰에서 충분히 밝히겠다"라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취재진이 따라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찰을 지시했나" "추명호 국장과 왜 통화했나"라고 물었지만 "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만 답했다.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원을 이용해 사찰하는 게 정당한 직무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나선 상태다. 국정원 내부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개인 동향과 감찰 내부 동향을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


특히 당시는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상태였다. 검찰은 이런 비선 보고가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소환 조사를 나흘 전에는 현직 검찰 간부를 통해 공범과 말을 맞추려 한 정황도 포착돼 기습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처음 소환됐을 당시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는 등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아래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물갈이된 뒤 진행되는 첫 조사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을 조사하는 검사가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경력이 많은 검사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병우 #검찰조사 #추명호 #비선보고 #국정원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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