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의원이 국회 보일러공을 자처한 이유

[촛불 1년, 우리가 쏘아올린 희망은?③]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록 2017.12.05 15:42수정 2017.12.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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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촛불이 매주 광장을 가득 메운 결과 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습니다. 촛불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촛불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기념기록사업회와 <오마이뉴스>는 '촛불1년, 우리가 쏘아올린 희망은?' 공동기획을 통해 촛불 주역인 시민들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촛불이 남긴 변화와 희망, 한계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촛불 집회에 참석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촛불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촛불 1년, 뒤돌아 바라보려 시간의 테이프를 되돌렸다.

어찌 멈출 새도 없이 9년이나 거슬러 가버렸다. 2008년 그해 여름, 광장의 뜨거움에 삶을 덴 기억, 광장의 축제가 고립된 개인의 고통으로 이어진 기억이 아프게 몰려왔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던 당시, 청소년들이 인터넷 소통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한 촛불이었다. 제각각의 팻말, 독특하고 기발한 가면과 소품 등이 등장했고, 광장 곳곳에서 벌어진 소규모 토론, 음악공연, 댄스 배틀 등 새로운 시위문화가 흡사 축제를 연상시켰다.

공동체가 소통하고 공명하면 시위건 축제건 '흥'으로 어우러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흥의 정점에서 이런저런 상황 끝에 광장을 잃었다. 어떤 이는 미완의 촛불이라고도 했다. MB 정권 초기 몰아친 국민의 기세가 성과 없이 꺾이면서 공안통치의 오기를 만들었다는 서글픈 자조도 들었다.

생애 처음 촛불에 함께했던 학생의 발랄함은 무모함이 되고, 유모차에 태운 아기와 함께 나섰던 엄마는 매정한 모정이 되어 법정에 섰다. 함께한 광장의 벅참이 밀실(법정)의 고통으로 지난하게 이어질 때 우리들은 혼자였다. 마구잡이 무더기 기소와 법정소송은 6~7년간 이어지며 2008년 촛불을 뜨겁게 기억하도록 했다. 그 뜨거움에 삶이 데었다.

민변 변호사로 그들을 변호하며 함께했다. 그들도 나도 매 재판마다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그것이 서로를 향한 작은 위로, 어설픈 위안이 되기도 했다.


2016년 촛불광장. 뜨거움에 덴 기억은 몸 어딘가에 남겨져 있었나 보다. 간간이 스멀스멀 불안함이 끼어들었다. 게다가 이번에 나는 정치인. 고해하자면 광장의 탄핵 주장에 여의도는 주저했다. 냉정하게 말해 의석수 분포를 바탕으로 한 계산으로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들을 움직인 것은 촛불이었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국회의 여론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당시 원내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설득하고 의사를 집계했다. 조금씩 그들이 움직였다. 매주말을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아... 이것이 시민의 힘이구나. 위대한 역사가 쓰였다. 우리는 승리했다.

그리고 광장의 뜨거움에 삶을 덴 삶들의 겨울나기를 다시 돌아본다.
작은 어깨끼리 소박한 위로로 버텨 살아온 위대한 삶들이 작년 촛불을 만들었다. 사건과 시간을 잘라 9년 전 광장과 작년의 광장을 각기 평가하자면 나는 반대다. 우리는 긴 싸움에서 승리했다. 지난 9년간 역사가 후퇴했다고 이야기한다. 그 시간동안 많은 가치와 삶들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광장도 9년 전 그렇게 함께 열렸다. 다시 찾은 뜨거움에 안주하지 않고 시민들의 삶을 데우는 치열한 고민으로 한창인 걸보면, 우리는 시린 삶을 살아내면서 이미 승리하고 있었다.

오늘 나는 덴 기억을 위로하던 이에서 삶을 데우는 이로 서 있다. 의석 분포 여전한 국회 안에서, 삶을 데우는 정책과 입법이 마냥 녹록하지는 않다. 광장의 뜨거움을 원천으로 하는 이상, 그 에너지를 제도권 안으로 들이는 일에는 어떤 핑계도 허락되지 않는다. 다른 누가 아닌 내게 하는 말이다.

한때 역사 안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자조한 내게 하는 말이다. 삶을 덴 기억들을 떨치고 이제 함께 따뜻해질 시간. 광장에, 시민에, 파이프를 놓아 뜨거움을 들여오고 필요한 곳에 적절히, 제각기 온도를 맞추어 공급하는 여의도의 보일러실은 오늘도 바쁘다.

- 촛불1년 , 그리고 촛불 9년에 여의도 보일러 공 쓰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행사는 촛불의 주역인 시민들이 지난 1년간 발견한 희망과 앞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해 희망을 이야기할 시민 300명의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참가신청: http://bit.ly/2AKbDWJ

문의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02-733-1029, candle2016102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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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


#촛불 1년 #이재정 #시민토론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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