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들지 않는, 기막힌 심리 치료제

[산에서 즐기는 인문학적 붓장난 ⑭] 마음의 신비

등록 2017.12.18 21:35수정 2018.01.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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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心]이여! 살다보면 매우 절망적인 상황도 만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페루 태생 미국의 인류학자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말을 되뇌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고, 강인하게 만들 수도 있다. 둘 다 드는 힘은 똑같다." ⓒ 이명수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흥미로운 동물이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양면성 때문이다. 한편은 동물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천인천색 만인만색(千人千色 萬人萬色)'의 다양성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를 '사람과 사람의 사이'로 풀이하고 있는 책이 많다. 인간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와 기대어 사는 존재, 즉 사회적 존재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마음(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정말 대단한 통찰이다. 환갑이 다 되도록 세상을 살아보니 어느 정도 세상과 인생을 알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얻기도 어렵지만 오래도록 지키기란 더욱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마음의 끈이다. 그 끈을 붙들고 있으면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그 끈을 놓아 버리면 관계는 끊어진다. 한때는 마음이 통하여 무척 친하게 지낸 사람도 어찌어찌하다가 마음의 끈을 놓아 버린 일도 적지 않다. 어느 순간에 문득 떠올라 그 시절의 인연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한 번 멀어진 인연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

남산타워 전망대 테라스 철망에는 수만 개의 자물통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일명 '사랑의 자물통'이 눈길을 끈다. 외국 어느 높은 산골짜기의 철망에 자물통을 걸고 천 길 낭떠러지로 열쇠를 던져버리면 이별 없는 영원한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것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 분명하다. 반짝이는 상술이다.

세상에는 남의 말에 따라 귀가 팔랑팔랑 흔들리는 '팔랑귀'들이 많아서 자물통 장사의 돈벌이는 쏠쏠할 것이다. 한창 달콤한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면 그 누가 가슴 아픈 이별을 생각하랴! 세상의 모든 사랑이 깨어질지라도 자신들의 사랑만은 영원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영원히 변치 말자는 사랑의 맹세 표시로 자물통을 단단히 채우고 열쇠를 멀리 던진다. 하지만 영원히 변치 말자는 사랑의 언약들은 과연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까? 좋았다가 싫어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고, 좋고 싫음의 분별은 마음의 작용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 오묘한 것이다. 형체가 없기에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한없이 부드러웠다가 울퉁불퉁 돌길처럼 거칠어지기도 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다른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의 평소 표정과 언행을 보고 속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마음이 넓을 때는 배 100척을 띄울 만큼 넓다가도 좁을 때는 바늘 한 톨 꽂을 수 없을 정도로 옹졸해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요절을 내리라고 생각하다가도 '이번 한 번만 꾹 참고 용서하자'라고 한마음 돌려먹으면 그토록 무섭던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을 표현한다. 흔히 착한 사람을 보고 '마음이 비단결'이라고 한다. 반면에 아주 고약한 마음씨를 '놀부 심보'라고 말한다. 인디언의 전설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함께 살면서 수시로 싸운다고 한다. 하나는 착하고 좋은 행동을 하려고 하는 흰 늑대이고, 다른 하나는 악하고 나쁜 일을 하려고 하는 검은 늑대이다.

싸움의 승자는 항상 그 마음의 주인이 먹이를 주는 쪽이다. 흰 늑대에게 먹이를 주면 세상 사람들은 그 사람을 선량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이고, 검은 늑대에게 먹이를 주면 천하에 나쁜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가 낳은 세계 문학의 대명사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인간의 양면성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선한 동시에 악한 존재였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주인공들, 즉 햄릿과 맥베스, 오셀로와 리어왕도 모두 마음속에서 선악이 치열하게 다투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정신세계라는 것이 그 얼마나 불가사의한가!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듯이, 정말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다가도 어리석고 부정적인 생각이 짙은 그늘을 만들기도 한다. 내 마음의 풍경은 시간의 물결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면서 인생의 강물 속에 뒤섞여 흘러간다.

생각할수록 마음은 신비하다. 마음은 무쇠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연약하고 섬세한 것이라서 상처받기 쉽다. 다른 사람의 눈빛 하나에도 상처받아 괴롭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독화살이 되어 병을 만들기도 한다. 가치관과 성격 등이 제각각인 숱한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마음 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지만, 그 부정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나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가지가 명상이다. 명상을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은 많다. '푸른 눈의 성자'로 불리는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도 그중 한 권이다. 촌철살인의 메시지와 유머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책은 읽기 쉽게 구성되어 술술 읽힌다.

'술 취한 코끼리'라는 표현은 인간의 '마음'을 은유한 것인데,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은 술 취한 코끼리만큼이나 위험하며, 삶을 망치는 이 코끼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핵심은 '마음 내려놓기'이다. 탐욕을 버리라는 것이다. 조금 놓아 버리면 조금의 평화가, 많이 놓으면 많은 평화를 얻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活人心方)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기록한 책인데, 그 핵심은 '마음 다스리기'다. 이 책의 원전은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의 열일곱째 아들 주권이 지은 <활인심>(活人心)이다.

도가에 심취했던 주권은 의학과 선도(仙道)의 주요 내용을 모아 건강에 좋은 양생서(養生書)를 편찬했다. 그 책을 보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퇴계는 내용을 필사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 건강과 장수 비법을 담은 특별한 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첫 부분에 '중화탕(中和湯)'이란 처방이 나온다. '중화탕'은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다. 이것을 복용하면 원기(元氣)가 굳건히 보존되고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않아 어떤 병은 생기지 않고 오래도록 편안하게 살면서도 근심할 일이 없다.

그런데 '중화탕' 처방은 실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약제를 사용한다. 즉 '간사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思無邪), 좋은 일을 행한다(行好事), 마음을 속이지 않는다(莫欺心) 등과 같은 30가지 마음의 자세를 약재에 빗댄 것이다. 기막힌 심리 치료제가 아닌가? 비용은 돈 한 푼 들지 않으며,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마음이 문제다. 분노와 미움의 근원지도 마음이지만 그것을 치유하는 해독제도 마음이다. 마음은 일어나면 있는 것이고 사라지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잘못된 습관은 고칠 수가 있고, 틀어져서 불행한 관계는 회복될 수 있으며, 여러 잘못을 바로잡고 새롭게 출발할 수도 있다. 마음은 주인인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정해진다. 찡그릴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다.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으면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내 마음에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면 거기가 바로 낙원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마음의 신비 #활인심방(活人心方) #마음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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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3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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