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당신은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등록 2017.12.18 17:24수정 2017.12.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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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이 단어를 듣고 당신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이 단어를 듣고 죽음, 불치병, 성병, 두려움 등 부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는 에이즈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인식을 받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에이즈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무서운 병이 아니며 주변에 있는 에이즈 환자를 기피하고 멀리해야할 만큼 위험한 병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시간을 통해 에이즈에 대한 진실과 정보를 알아보자.

에이즈 연상 단어 워드 클라우드 2015년도 질병관리본부 통계 에이즈 연상 단어 워드 클라우드 ⓒ 질병관리본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에이즈란?

우선 에이즈에 대해 알아보자. 에이즈(AIDS)란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어로 우리말로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 부르고 모든 면역체계가 망가져 병원균에 대응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어로 우리말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라고 부른다. HIV는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를 찾아내어 그 안에 증식하며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그 잠복기가 통상 10~15년 정도로 잠복기가 끝나면 면역이 약해지는 틈을 타 모든 면역체계를 망가뜨린다.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와 HIV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데 이는 엄연히 서로 다른말이다. HIV는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그 자체이고 에이즈는 HIV의 활동을 제어하지 못하여 면역체계가 망가지면서 각종 기회 감염에 걸렸을 때 붙는 병명이다. 그러므로 에이즈 환자와 HIV 감염인은 서로 구분되는 말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에이즈 환자와의 일상생활은 위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
 
HIV의 감염은 성적 접촉, 감염된 체액과 조직의 명백한 노출 및 직접 접촉(수혈이나 주사), 임신 또는 출산 및 모유 수유 중 수직감염, 이 3가지 경로로 감염이 된다.


HIV는 감염인의 모든 체액에 존재하지만 감염성을 가지는 체액은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뿐이고 이 외의 콧물이나 타액, 땀, 눈물 등에는 그 바이러스 량이 극히 미미해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HIV퇴치센터는 이로 인한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HIV는 아주 약한 바이러스로 인체를 벗어나서는 바로 비활성화 되거나 사멸하게 되고 열에도 약하여 71도 정도의 열을 가하는 것만으로 완전히 사멸한다고 한다. 특히 염소계소독제에는 특히 약해서 수돗물 정도의 염소 농도에서 바로 비활성화 되어 감염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즉 HIV 감염인이 기침을 하거나 식사를 하다 침이 튄 물을 마셔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 또한 직접적으로 피를 빠는 모기의 경우에도 이미 모기가 흡혈한 후의 입에 남은 혈액은 응고되어 HIV는 사멸한 상태라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HIV에 감염될 여지는 거의 없다.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방법
 
현재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감염의 90% 이상이 성관계로 인한 감염이다. 성관계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방법이면서 환경의 변화 없이 감염성을 가지는 체액(정액, 질 분비물)이 뒤얽히는 효과적인 경로이기 때문이다. 항문성교의 경우에는 내부에 상처를 입기가 쉬워 감염확률이 더 올라간다. 이런 성관계를 통한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콘돔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성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콘돔 착용시 여성의 경우 0.02% 남성의 경우 0.01% 의 확률이고 콘돔을 미착용 한다면 각각 이 4배인 0.08%, 0.04%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항문성교의 경우에는 감염확률이 더 높은데 콘돔 착용시 피삽입자는 0.39% 삽입자는 0.04% 이고 콘돔을 미착용 한다면 피삽입자 1.38% 삽입자 0.11%로 감염확률이 3배 가까이 올라간다.

이토록 콘돔이 없더라도 첫 성교 시 감염확률을 매우 낮으며 콘돔을 착용하면 이는 0에 수렴한다. 콘돔은 에이즈 뿐만 아니라 올바른 성관계를 위한 필수품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을 확인할 때에는 꼭 콘돔을 착용하도록 하자.
 
이 외에 HIV 감염인이 사용한 주사바늘을 소독 없이 재사용 했을 때 1%내외의 확률로 감염될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보통 마약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HIV감염 혈액 수혈의 경우에는 거의 100% 확률로 감염된다고 볼 수 있는데 수혈 전에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므로 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에이즈는 사형선고? 아니 만성질환
 
에이즈는 과거부터 불치병, 즉 걸리면 치료방법 없이 무조건 죽음에 이르는 사형선고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에이즈가 불치병인 것은 맞지만 에이즈에 걸렸다고 무조건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에이즈는 기본적으로 HIV에 감염되고 10여년의 잠복기가 끝나면 충분히 힘을 키운 HIV가 본격적으로 면역체계를 망가뜨리면서 발병한다. 여기서 핵심은 10여년의 잠복기동안 HIV가 힘을 키웠다는 것이다. 즉 HIV가 힘을 못 키우게 초기부터 의료인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감염인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항바이러스제를 규칙적으로 투약함으로써 혈중 바이러스 농도를 미검출 상태로 적절히 통제한다면 에이즈 발현을 억제해 기대수명까지 사는 것은 물론 성관계 등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렇듯 현재에 와서는 기술과 의약품의 발전으로 에이즈의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에이즈는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고혈압, 당뇨병, 간염 등과 같이 꾸준히 관리만 하면 되는 만성 난치병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또한 치료비와 약값, 간병인 비용을 한국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므로 비용 부담이 거의 없이 관리 받을 수 있다.
 
현 시점 에이즈의 가장 큰 문제는 HIV 감염인이 감염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HIV는 감염 초기 3~6주 후에 바이러스가 순간 증식하여 몸살감기 증상을 보이는 짧은 급성 증후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특징적인 증상 없이 잠복기에 들어가 에이즈가 발병하기 직전까지 HIV 감염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에 들어가면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한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하지만 HIV에 의해 면역기능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타인에게 전염력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된다.

결국 HIV 감염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본인 스스로의 검사 밖에 없다. 서울시 보건소라면 어디든 20분 안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 지방의 경우에는 3~5일정도 소요되지만 HIV 감염의 비밀 보장은 법으로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하나 없이 익명으로 검사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시판되는 약 중 간편하게 집에서 HIV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헌혈의 경우에는 HIV감염여부를 검사하긴 하지만 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가 필요하다면 보건소를 찾는 편이 좋다.

검사는 언제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고 몸에서 항체가 생성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염일 4주 후의 검사는 95% 정확도를 가지고 감염일 12주 후의 검사가 100%의 정확도를 가진다.
 
에이즈가 진화할수록 치명성과 감염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독성이 강하고 감염경로가 한정적인 병원체는 미처 널리 퍼지기 전에 숙주를 죽이기 쉽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독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HIV도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필립 굴더 교수가 이끄는 HIV연구팀이 아프리카 지역의 감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관찰을 한 결과 조사 결과 HIV의 치명성과 감염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그 대신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오래 살아남고 잠복기가 길어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필립 굴더 교수는 "HIV가 인간의 면역 저항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 돌연변이를 거듭하는 도중 복제능력이 감퇴되어 감염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잠복기가 길어지면서 독성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인식과 차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7년 '의료차별 경험 및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HIV 감염인 208명과 감염내과 전문의 57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HIV 감염인 93%는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많거나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직장에서의 차별'이 있다는 답변이 91.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교에서의 차별(83.2%), 주변사람에 의한 차별(83.0%), 의료기관 차별(79%) 순이었다.
 
설문 대상자의 40.5%는 치료·시술·입원 시 감염예방을 이유로 별도 기구나 공간을 사용하는 의료 차별을 받았다고도 답변했다. 이외 HIV 감염사실을 확인한 후 약속된 수술 기피 또는 거부당했다는 응답이 26.4%, 의료인의 동성애 등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태도를 겼었다는 응답은 21.6%, 공식적인 협진 경로 외 의료인에게 감염사실을 누설했다는 답은 21.5%로 나타났다.
 
또한 감염인 들은 의료기관의 차별 빈도에 대한 문항에 동네의원(39.2%), 중소병원(25.1%), 요양병원(20.6%), 대학·종합병원(13.1%) 순으로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최근 3년간 감염상태와 연관해 의료서비스를 거부당한 경험은 동네병원(17.3%), 중소병원(14.4%), 대학·종합병원(8.2%), 요양병원(3.4%), 정신과(1.9%) 순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이 의료차별을 경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전체의 29.9%에 불과했다. 차별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사람)을 알고 있는 경우는 78.2%로 파악됐으나 구체적 경로에 대해서는 '감염인 단체 및 온라인커뮤니티'가 49.7%로 가장 높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9.5%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에이즈 감염 이후 '감염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92.1%)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건강악화에 대한 불안감(87.7%), 경제적 어려움(84.2%), 성생활·연애의 어려움(55.7%), 주변인들로부터의 차별과 소외(53.7%) 등이 뒤따랐다.
 
질병관리본부(CDC)에 의하면 우리나라 HIV 감염인 대한 차별 의식은 '가족에서 추방'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편이고, '사회적 격리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국민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다. 쉽고 당연한 말이지만, 감염자와 같이 지내도 사회적으로 별 상관은 없지만 그게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이다. 또, HIV의 일상을 가장 어렵게 하는 문제 요인이 '대중매체에서의 자극적인 묘사'라고 하며 실제로 이에 대한 비관으로 자살하는 사람(특히 20대)이 에이즈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에이즈의 치료법과 신약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HIV조차 덜 치명적으로 진화하는데 반해 우리의 인식은 과거 사형선고이던 에이즈에 단단히 박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의 시선과 눈초리는 HIV 감염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한명의 살인자가 된다. 우리의 작은 인식 변화가 HIV 감염인 에겐 그 무엇보다 큰 구원의 손길이자 용기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HIV 감염인 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당당하게 자신이 에이즈임을 밝힐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에이즈 #H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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