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트 편법 진출에 남아날 빵집 있겠나?"

파리바게트 강정점 이전에 동반성장위도 속수무책, 제과점 업체들은 발만 동동

등록 2017.12.18 18:49수정 2017.12.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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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혁신도시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최근 파리바게트의 이전 추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장태욱


국내 최대 제빵업체인 (주)파리크라상 (Paris-Croissant Food Company)이 운영하는 파리바게트의 가맹점 이전이 인근 골목점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리바게트 강정점이 이전되면서 주변의 제과점과의 500m 거리제한이 무너졌는데, 동반성장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해당 제과점 업주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귀포시 혁신도시가 들어선 서호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간판에 내걸고 제과점을 운영하는 채모씨. 혁신도시 건설이 한참이던 지난 2012년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채씨의 창업비용은 상가보증금 1000만원에 년 임대료 3200만원 등을 포함해 약 3억원이었다. 제과‧제빵 기능장도에 이름이 오를 정도로 이 분야에서 관록이 붙었던지라 단골이 늘고 사업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채씨의 제과점에서 500m 남짓 거리에 제과점을 차린 김모씨. 학교를 졸업하고 호텔에서 조리사 일을 하다가 지난해 독립을 선언했다. 상가보증금 2500만원과 년 임대료 2500만원 등을 포함해 창업에 2억원을 투자했다.

김씨는 "혁신도시에 아파트들이 완공되기 이전에 도시가 완공되기 전부터 미래를 내다보고 이곳에 입점했다"며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며 장사를 했는데, 최근에야 자리가 잡혔다"고 말했다.

그런데 채씨와 김씨는 최근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다. 김씨가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불과 30m 남짓한 거리에 148㎡의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입점한다는 것.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제과점업 권고사항 및 부속사항'에 따르면 골목제과점이 영업을 하는 곳에서 도보로 500m 이내에는 대기업 제과점이 들어설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500m 제한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부득이한 사정이란 '상가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경우'이거나 '경영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파리바게트 강정점' 점주 H씨는 지난해 11월 서귀포 신시가지 대신중학교 앞에 개점해 영업을 하다가 올해 11월에 폐점하고 이전을 추진했다. H씨는 이달 17일에 자신 소유의 건물 1층 약 148㎡의 상가에 이전을 위해 내부공사를 시작했다.


파리바게트 강정점이 최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파리바게트가 강정점을 개점하면서 이전을 염두에 두고 행인이 없는 곳에 편법 개업을 했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트 강정점이 폐점(왼쪽)하고 이전을 위해 새로운 상가에서 내부공사(오른쪽)를 진행하고 있다. ⓒ 장태욱


이에 채씨와 김씨는 파리바게트 강정점의 이전은 명백한 편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H씨가 지난해 자신의 건물에 파리바게트 가맹점을 개점하려다 동반성장위 권고사항의 500m 제한에 걸려 무산되자 이전을 목표로 상권도 형성되지 않은 곳에 임시로 개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H씨가 '부득이한 사정'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행인이 없는 상가에 1년짜리 계약을 맺고 개점한 것"이라며 "이런 이전을 받아주면 우리나라에 대기업 제과점이 진출하지 못할 곳이 있겠냐"고 항변했다.

이들은 결국 대한제과협회를 통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채씨와 김씨는 동반성장위원회가 현지 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처를 취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조사관도 파견되지 않았고 기대했던 조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윈회 담당 과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채씨와 김씨 등의 진정은 접수해서 검토를 했는데, 파리바게트 강정점의 이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가 파리바게트 측에서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파리바게트 강정동점이 기존 상가 주인과 맺은 임대차계약 기간이 1년"이라며 "계약 만료로 영업이 불가해서 이전하는 경우는 막을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동반성장위원회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파리바게뜨(SPC그룹)와 뚜레쥬르(CJ푸드빌) 등이 대한제과협회와 합의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할 뿐 그 이상의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트 강정점의 이전이 기정사실화되자 대한제과협회 서귀포시지부 회원들이 골목상권 사수를 위해 일어섰다. 이들은 18일에 파리바게트 강정점 이전 예정 상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기업 제과점 진출 억제"와 "골목상권 사수"를 주장했다.

대한제과협회 서귀포시지부 회원들이 파리바게트 개점 공사가 시작된 상가 앞에서 파리바게트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장태욱


김대유 대한제과점협회 서귀포시지부장은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편법으로 인도베이커리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김 지부장은 "과거에 서귀포시에 골목 제과점이 80개 정도 영업을 했는데, 지금은 20여개에 불과하다"며 "이런 편법으로 대규모 제과점이 골목으로 진출하면 남아날 골목 제과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귀포신문>(www.seogwipo.co.kr)에도 실렸습니다.
#파리바게트 #동반성장위원회 #서귀포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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