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능이 거의 바닥 상태에요, 입원을 하세요"

[병원 생활기 1] 종합병원에 입원하다

등록 2017.12.20 10:59수정 2017.1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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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고, 나는 입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 김준희


지난 5월,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건강검진을 미루어 왔었다. 사실은 불안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뭔가 하나 커다란게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서 큰 맘먹고 종합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는 내 예상대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 검진 결과서를 정식으로 우편으로 받기 전에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해주었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대충 이런 식이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으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술 마시지 마세요!"

죽고 싶어서 술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술자리가 있으면 일단 마시고 보는 건데. 아무튼 그동안 퍼마셔온 술이 결국 사달을 일으킨 셈이다. 그 후에 정식으로 결과서를 우편으로 받았고, 그 내용은 엉망진창이었다.

혈압은 160에 육박해있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의 범위를 한참 뛰어 넘었다. 12 ~ 80 정도가 정상인 간수치(γ-GTP)는 거의 2000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폐에는 물이 약간 고여 있단다. 말하자면 오장육부가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당뇨와 관련된 수치는 정상이었다는 정도.

그런데도 결과서의 마지막에 있는 '일반상태'에는 '양호'라고 적혀있었다. 간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한참 뛰어넘었는데 어떻게 '양호'일 수 있을까. 어쨌건 나는 한시름 돌렸다고 생각했다.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간신히, 어느정도 무난하게 끝마친 기분이랄까.

마침내 터져버린 내 몸의 문제들

그때부터 나는 걷기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간에 좋다는 음식을 골고루 먹고 꾸준히 걷기 위해서 노력했다. 술을 끊지는 못하겠기에 친구들과 어울리더라도 술은 최소한 마시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는지 몇 개월 후에 한 혈액검사에서는 간 수치가 믿지 못할 정도로 뚝 떨어져 있었다. 이후에 복부 초음파검사, CT검사 등을 했지만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도 잠시.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렸다. 건강검진 결과 상담을 위해서 그동안 찾아갔던 소화기내과 의사는 나의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사실 신장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는데.

"신장의 기능이 거의 바닥 상태에요."

신장의 기능이 바닥이면 구체적으로 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때부터 손바닥과 얼굴이 누렇게 뜨기 시작했다. 신장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입원해서 집중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담당의사는 나에게 입원을 권유했고,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입원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입원'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날 저녁 나는 혼자 동네 음식점에 앉아서 냉면에 소주를 마시며 생각에 빠졌다.

정말 입원을 해야할까. 통원치료로는 도저히 어떻게 안 될 상황인 건가. 설마 수술을 하라고는 하지 않겠지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입원을 하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다. 하루종일 수액주사를 팔에 꽂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러면 수액이 걸린 폴대를 끌고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한다.

입원생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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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모습. 며칠이 지나면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겠지 ⓒ 김준희


게다가 1인실이 아닌 이상 하루에도 여러사람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환경에서는 책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테고, 음악도 차분하게 듣지 못한다.

바둑에서 흔히 말하듯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고 하던가. 나는 생각을 멈추고 입원하기로 결정했다. 몸이 바닥 상태인데 무엇을 더 바랄까. 다 썼다고 생각되는 치약도 쥐어 짜면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이제는 그 치약이 마침내 쫑 나버린 셈이다.

'일단 입원해보자. 의사 말을 따르지 않을거면 애초에 병원에 오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혼자 버티고 보는 거지.'

그때부터 나는 입원 준비에 들어갔다. 며칠 또는 몇 주를 보내게 될지 모르는 입원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물건들 리스트를 만들고, 집에 없는 물건들은 사서 정리해 두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여러가지 병을 달고 살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사시사철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눈에는 결막염이 있었다. 비염증상이 일시적으로라도 심해지면 코로 숨을 쉬지 못한다. 그때 나는 코로 숨을 쉬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세 살짜리 어린 아이도 자연스럽게 하는 일을 나는 하지 못하고 있으니.

비염의 영향인지 몰라도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코피를 흘린 적도 있었다. 두루마리 화장지 반 통을 썼는데도 코피가 멎지 앉아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기도 했다.

아무튼 이제 입원을 해야한다. 둘 중 하나. 내가 병을 내 몸에서 몰아내던지, 아니면 병과 내가 서로 다독여가면서 함께 살던지. 얼마 후면 결론이 날 것. 그때까지는 일단 부딪혀보자. 입원은 처음이지만 병원은 그동안 지겹게 들락거렸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담대하게, 항상 담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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