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 직업병 발병했는데, 고용노동부는 뭐했나?"

녹산에서 밀양 이전한 ㅅ금속 작업자 정아무개씨 ... 대책위 "은폐 책임 밝혀라" 촉구

등록 2017.12.27 13:52수정 2017.12.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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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 녹산 노동자 희망찾기는 27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산·밀양공단 노동자 납중독 직업병 발병’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직업병 발병, 은폐의 책임을 밝혀라”고 했다. ⓒ 윤성효


'녹산·밀양공단 노동자 납중독 직업병 발병. 고용노동부는 직업병 발병, 은폐의 책임을 밝혀라."

'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 '녹산 노동자 희망찾기'는 27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녹산공단에서 밀양공단으로 옮긴 ㅅ금속 노동자 정아무개(60)씨가 납중독에 걸리자 노동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씨는 2002년 4월 ㅅ금속에 입사해 현재까지 16년째 주물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업체는 녹산공단에 있다가 지난 5월 밀양으로 이전했다.

정씨는 동, 납, 주석, 아연을 넣어 1350도씨로 녹여 합금 후 틀에다 붓는 작업을 계속 해 왔다. 그는 3년여 전부터 손톱에서 피가 나고, 발톱에 진물이 나면서 통증을 느껴왔고, 수면 장애, 관절통, 어지러움, 구토 등이 있는가 하면 밥맛이 없어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씨는 3년 전부터 납중독으로 보는 혈중 납농도 60mcg/dL(기준 30mcg/dL)를 초과했고, 정기적인 납수치 측정에서도 60mcg/dl 내외가 나왔다.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가 정씨를 직업병 유소견(D1)으로 판정한 것이다.

또 그는 작업 중 쓰러지는 경험까지 했으나 다시 작업장에 배치되어 주물 작업을 계속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는 해당 기관의 작업환경측정시에는 미리 청소를 하거나 작업공정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도피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정씨와 같이 작업했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6년간 일하다 비슷한 증상을 보여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정씨가 납중독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기까지는 힘들었다. 다른 작업자들이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피해자는 지난 달 말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음에도 노동부에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공장에 대한 환경보건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 했다.

대책위는 회견문을 통해 "작업환경이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통해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지만 이 사업장은 사실상 은폐를 시도한 것"이라며 "이 노동자의 증언대로라면 이는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고 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은 정상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작업환경측정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주뿐 아니라 작업환경 측정을 담당했던 기관 역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양심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형식적 측정을 했다면 이는 해당 측정 기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 했다.

또 이들은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가 직업병 유소견 D1으로 판정하고 작업자 배치전환을 권유하였음에도 회사는 아무런 조치 없이 해당 노동자를 계속 주물공정에서 일하도록 하였던 것"이라며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 회사가 특수건강검진 결과표를 해당 당사자에게 교부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이라 했다.

이어 "재해노동자가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가족과 함께 대한산업안전보건협회에 방문하여 특수건강검진 결과표를 직접 교부받았다. 그 이후에 비로소 재해노동자는 자신이 납 중독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이러한 사실을 볼 때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을 명백히 위반하였으며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 덧붙였다.

관계기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주물공장은 ㅅ금속처럼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대부분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ㅅ금속 노동자의 사례를 보면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주물공장에 대한 정부기관의 관리 감독체계가 무너졌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며 "따라서 한 사업장의 문제로 국한된 사례가 아닐 것임은 명백하다"고 했다.

이들은 "해마다 실시되게 되어 있는 작업환경측정 및 유해방지계획서나 공정안전보건서 제출 등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노동부는 납중독 직업병이 발병하기까지 그 기간 동안 어떤 감독과 관리가 이루어져 왔는지 관계기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대해, 이들은 "당장 이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 함께 일해 왔던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치료와 관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 사안은 한 사업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주물 작업에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감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해 ㅅ금속 관계자는 "다른 작업자는 괜찮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고 있다. 중간에 다쳐서 잠시 요양하기 위해 쉬었는데 그 뒤 돌아와서 검사를 해보니 납 수치가 올라가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씨를 주물작업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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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권역 노동자건강권 대책위, 녹산 노동자 희망찾기는 27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산·밀양공단 노동자 납중독 직업병 발병’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직업병 발병, 은폐의 책임을 밝혀라”고 했다. ⓒ 윤성효


#납중독 #직업병 #주물공장 #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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