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다

[주장] 촛불정부라 자처하며 양심수 석방 '0'

등록 2017.12.29 14:05수정 2017.12.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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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포함한 총 6천44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 인권의 정의다. 나라의 감옥에 누가 있는가는 그 나라의 인권을 징표한다. 양심수가 중요한 이유다. 그와 내 정치적 신념이 다를 수 있다. 그와 내가 풀어 나가는 방식에 대한 의견도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 모두 다른 타인들인것을. 그러나 그들이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양심으로 인해 구속되어 감금되었을때 우리는 그들을 양심수라 부른다.

양심수(prisoner of conscience)는 1961년 영국 변호사 피터 배넨슨이 '부당하게 구금된 수감자'를 위한 편지 쓰기를 제안하며 처음 사용한 단어다. 활동이 계기가 되어 배넨슨 변호사는 그해 국제 앰네스티를 설립하게 된다. 국제 앰네스티는 '폭력을 주창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이나 민족적 기원, 피부색·언어·국가·사회의 차이, 경제적 지위 때문에 감금된 사람들'로 양심수를 정의한다. 양심수는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단체나 개인마다 그 개념을 달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심수와 혼용되거나 유사하게 사용되는 단어로서 정치범이 있다. 국제적으로 좀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정치수(혹은 정치범 political prisoner)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정치수와 양심수 중에서 전자를 표제어로 올려 놓았으며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 신념으로 인해 투옥된 사람'으로 정의한다.(정치수를 정의하면서 그 하위 단락에서 양심수라는 용어를 소개하는 한편, 통일된 개념 정의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치수는 해당 국가의 실정법을 위반하였는가의 여부를 따지지 않는 개념인데, 각 나라별 실정법의 특징(내지 정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정치범과 양심수를 완전히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 일부 의미를 달리 사용하는 경우 등으로 사용 주체에 따라 용례는 다양하다.

국제 앰네스티 양심수 개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폭력을 주창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도'라는 단서이다. 일례로 넬슨 만델라의 경우 수감 전에 남아공 정부에 맞선 폭력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앰네스티 정의를 따른다면 '정치수 중에서 양심수가 아닌 수감자'에 해당한다. 당연하게도 국제 앰네스티는 넬슨 만델라를 양심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 석방 운동을 가장 왕성하게 펼친 단체가 국제 앰네스티였다. '양심수'와 '정치수'는 개념(특정 단체가 주장하는 개념)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석방 요구의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에 대한 석방 요구가 좀더 정당성을 갖는다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국제적으로 좀더 일반적 개념인 정치수에 비해 양심수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해왔다. 문화적 배경이나 사회적 특징의 차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과거 군사독재에 저항하였거나 억울하게 혐의가 조작된 정치인, 재야운동가 및 문화예술인 등 여러 피해자들을 양심수로 불렀다. 그 외에도 국가보안법, 국방경비법으로 최장 40년 이상 수감생활을 한 비전향 장기수, 나아가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가 구속된 노동자, 빈민, 철거민 등도 양심수로 칭해왔다. 정견, 신앙, 인종 등을 이유로 하여 투옥된 사람을 지칭하는 국제 앰네스티와 한국은 양심수의 개념 정의를 달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앰네스티는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다수를 양심수로 지정하였으며 또한 다수(설사 양심수 개념에 부합하지 않아서 양심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에 대해서 석방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한국의 양심수는 '개인이나 소수 이익이 아닌 다수의 이익, 바로 사회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구속된 피해자들'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엔 무고한 누명을 쓴 사람 뿐만 아니라 정당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구속된 사람, 나아가 실정법을 위반하였지만 관용을 베풀어야 할 사람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양심에 따라 활동하였지만 시대와의 불화로 구속된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의 양심수 정의에서 특징은 '관용의 대상'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적 인권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이후 한국 사회 인권이 자유권과 사회권 모두에서 후퇴할때 기본적인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운 이들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은 명확하다. 

2015년 11월 5일 유엔시민적정치적권리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이하 자유권 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내리는 최종 권고문(concluding observation)을 발표했다. 자유권위원회 권고문에는 1)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2)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즉각 석방 및 사면 3)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꼽고 이에 대해서는 1년 후에 이행 여부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자유권위원회는 집회자유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7조,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해서 한국사회 인권 후퇴의 심각한 징후를 짚고 개선을 권고했다.

그 중 해당하는 단 한 명도 이번 문재인 석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박진 기자는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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