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인내심 테스트한 도의원 "동성애자, 무지하거나 성욕 자제 못해"

충남도민 인권조례폐지안 발의한 김종필 의원... 그 날의 기막힌 속기록

등록 2018.01.25 18:10수정 2018.01.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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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들이 충남도민 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비례)는 25일 상무위 모두발언에서 "차별과 혐오를 통해 엄연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시민을 배제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가 '나쁜 정치'라고 표현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제2의 색깔론'을 들고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인권조례 폐지안에 서명한 25명의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2015년 인권조례 제·개정 때 모두 찬성했던 분들"이라며 "올해 들어 갑자기 본인들 손으로 폐지하자고 팔을 걷어붙였다"고 지적했다.

둘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한다"는 자유한국당 윤리규칙 제20조를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윤리 규칙까지 어기며 조례안을 폐기하려는 한국당 충남도의원들은 하루빨리 폐지 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멈추고 임시의회 안건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폐지 조례안 발의자 김종필 도의원(서산 제2선거구)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인권조례 폐지 이유에 대해 "지역 개신교의 반발이 심하고, 동성애는 에이즈 발생 등 여러 문제가 많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 확인을 위해 2017년 11월 24일 충청남도의회 본회의 속기록을 살펴봤다. 놀라웠다. 안희정 도지사의 대응이 인상적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동성애자 가리켜 "무지하거나 한때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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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충청남도의회 본회의 당시 김종필 도의원 모습 ⓒ 충청남도의회


안희정 지사에 앞서 고일환 충남 복지보건국장은 황당한 질문과 마주쳐야 했다. 이 의원은 "2017년도 도민인권 증진시책 시행계획 내 분야별 중점 추진과제에 에이즈 예방과 관련한 정책이 포함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답변은 "인권 증진과 에이즈 발생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였다. 그리고 이 의원은 안 지사를 호출했다.

먼저 김 의원은 "동성애 등 성소수자들도 인간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고 목회자들이 제기하는 도덕과 윤리적 문제를 떠나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화가 없느냐"고 물었다. "물론이다"란 답이 나오자 김 의원은 에이즈 발생에 대한 생각을 다시 물었다. "왜 질문을 그렇게 하시는지 얼른 모르겠다"는 답이 나오자 김 의원의 질의는 이렇게 이어졌다.


김종필 "우리 도는 현재 인명의 중요성 때문에 자살예방시책을 또 펼치고 있지요?"

안희정 "그렇습니다."

김종필 "또 소방서에 119안전센터를 95개 소 둬서 구급대원 440명 지금 배치 중이고, 또 부족해서 내년도에 288명 중의 274명이 구급대원 쪽으로 증원 배치된다는 얘기예요. 왜 그러느냐! 인명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펴는 거 아니겠습니까? 단 1명의 인명도 살리고 부상을 더 줄이기 위해서 이런 인력도 배치하는데, 그렇다면 한쪽에서는 무지하거나 한때 성욕을 자제하지 못해서 고귀한 생명을 담보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러다 보니까 에이즈에 걸리게 되는데, 아까 말씀대로 우리 도에 특별한 대책이 없고... (이하 생략)"

"무지하거나 한때 성욕을 자제하지 못해서 고귀한 생명을 담보하는 사람들"이란 발언 자체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동성애 에이즈 병에 걸린 사람 대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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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충청남도의회 본회의 당시 안희정 도지사와 김종필 도의원 ⓒ 충청남도의회


그리고 김 의원은 '예상대로' 인권조례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그것으로 인간의 권리가 차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거나 "UN협약이든 국제인권위원회 조약이든 우리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단체들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규정"이라는 등의 안 지사의 설명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김 의원은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발생하고 전파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안 지사 입에서 "팩트체크"가 나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에이즈와 동성애하고는 연관성이 없다. 그건 국제질병본부나 UN사회에서도 10여 년 전에 이미 입증하고 선언한 내용"이라고 했고, "에이즈가 전파되고 전염되는 경로로 본다면 동생애에 의한 것보다 이성애간의 것이 더 많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거는요, 동성애 에이즈 병에 걸린 사람이 무분별한 성을 대부분 한다고 그래요. 그래서 그런 분들의 이성 간 성교를 통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인권 정책을 펴면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까지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는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안 지사는 "이런 논의를 통해 의원님이 인권의 기본취지에 반대하는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거나 "기본적으로 성적 정체성이 외관은 남자인데 '나는 여성이야'라고 생각하는 이웃이 존재하고 있지 않냐"고도 했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권리가..." 란 안 지사의 설명은 이렇게 막혀버렸다.

김종필 "아니, 동성애하시는 분들이... 지사님! 그런 분들만 계십니까?
안희정 "아니, 그러니까요. 그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김종필 "그 사람들이 있다고 이 선언문 만든 겁니까?"
안희정 "아니, 그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
김종필 "그렇다면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자기 욕구를 못 이겨서..."
안희정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지사의 인상적 한 마디, 이어진 김 의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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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조정래 작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하는 뮤지컬 <아리랑>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오후 공연을 마친 후 약 18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진행된 이날 행사는, 연출 고선웅, 배우 김성녀·안재욱·박지연 등이 함께했으며, 진행은 MC 박경림이 도맡았다. ⓒ 곽우신


"에이즈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든 성행위 남용 속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성행위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지, 동성애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중략) 동성애로 살고 있는 그들은 이웃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자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왜 그 사람에 대해서 인격적으로 모독을 하고 에이즈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합니까." (안희정 지사)

인상적인 발언이었다. 물론 김 의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김 의원대로 "흠결 있는 충남 인권선언문은 수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의원님 견해는 존중하지만 부도덕한 욕망의 결과로 동성애를 얘기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는 안 지사 말에 김 의원은 사실상 이렇게 '고백'했다.

"보세요. 이건 말하기 조심스러운 사항이지만, 사실을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한편 김 의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을 빚을만한 발언을 해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2017년 6월에는 "이 사회는 사실상 3∼5%의 리더가 이끈다"며 "머리 좋은 학생 20∼30%를 경쟁시켜 국가와 세계를 선도할 인재로 만들고, 나머지 학생들은 직업 교육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내놨고, 2014년 9월에는 "생계 목적이 아니라 경험이나 학비 마련 목적으로 일하는 청소년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해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발언 등으로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페지 조례안'은 오는 29일 상정될 예정이다.
#안희정 #김종필 #인권조례 #성소수자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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