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말', 이재용 운명 가른다

[이재용 항소심 미리보기] 삼성 말 소유권 주장에 특검 "사실상 영구 지원"

등록 2018.02.01 09:36수정 2018.02.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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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 보강: 2월 1일 오후 3시 15분]

오는 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은 정유라가 탔던 '말'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했다는 의혹 등 다섯 가지 혐의로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 이 부회장의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을 하면서 해외 거래나 말 세탁을 했다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산국외도피죄를 양형 기준으로 내세웠다. 재산국외도피죄는 금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높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정씨에게 승마 지원한 78억여 원을 근거로 1심에 이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승마지원, 그 시작은 '이재용-박근혜 독대'

정유라 승마지원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이 부회장을 불러 "승마협회를 맡아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후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안가로 불러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제대로 안 한다. 한화그룹만도 못하다. 선수들 해외 전지훈련도 안 보내고 좋은 말을 안 사주고 있다. 제대로 하라"고 질책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26일, 최씨가 실소유주인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승마선수 6명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독일승마협회와 협조해 말을 구입하는 등의 내용이었지만, 말을 탄 사람은 정유라 단 한 명뿐이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코어스포츠에 우수마필 구입 및 차량 구입을 위한 대금으로 42억여 원을 송금했다. 최씨는 10월 19일, 살시도를 7억여 원을 주고 구입했다. 삼성이 보내는 돈은 최씨의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관리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8월 체결된 삼성전자-코어스포츠 계약을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은닉하기 위한 가장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최씨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한 '허위 계약'으로 인정했고, 승마지원을 단순뇌물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에 보낸 돈 42억여 원은 독일로 반출(재산국외도피)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삼성이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며 화를 낸 2015년 11월 전에는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허위 계약'으로 인정된 컨설팅 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차량 비용 등 5억여 원도 무죄로 판단했다. 결국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구형 12년보다 크게 적은 징역 5년이었다.

"정유라 승마지원, 영구지원이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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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 받은 삼성 전 임원들 지난해 8월 2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왼쪽부터)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은 징역 4년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 권우성


말 소유권은 항소심에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말을 사주라"고 처음 얘기했던 2014년 9월, 정씨에 대한 '말 소유권' 합의가 이뤄졌고, 2015년 7월 안가 독대에서 그에 대한 확인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사주라는 말은 정유라에게 말을 사달라는 지시였다"며 "이는 원심에서도 이미 인정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사주라는 단어가 항상 '넘겨주다', 'give'의 의미만 갖는 건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이 말을 사주라는 건 소유권을 넘기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게 아니다. 승마계에선 승마지원을 위해 '말을 사준다'고 하면 말을 제공해서 훈련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일반적인 의미"라고 했다.

특검은 삼성이 2015년 8월, '허위 계약' 때까지만 해도 말 소유권을 최씨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는 원심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항소심에 나와 증언한 바에 따르면 최씨는 이미 2014년 하반기부터 독일에서 그랑프리급 말을 사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은 박 전 대통령의 임기였던 2018년까지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허위 계약'을 체결하면서 말에 대한 지원 금액에 착오가 생긴 부분도 모르고 있었다. 특검은 "삼성은 최씨가 원하는 액수가 얼마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2015년 10월, 살시도를 구입하는 과정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삼성이 말의 실소유주였다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 삼성은 정씨에게 3~4년 단위로 말을 교체해주기로 약속했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마필은 평균 연령이 20년인데 실제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건 8~13세로 짧다"며 "3년 정도 지나면 말값이 확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전성기가 지나면 말값이 급격히 하락하는 말의 특성을 고려하면 '말 교체'는 삼성이 정씨에게 주는 '말 사용권'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말은 자동차와 비교가 안 된다. 최전성기가 지나면 고깃값이 된다"며 "삼성이 정씨에게 계속 전성기 말로 바꿔줄 생각이었다. 삼성과 최씨의 말 교체는 영구지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2월 5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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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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