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한테서 배운 '고맙습니다'라는 말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배우는 어버이 <참 고마운 인생 수업>

등록 2018.02.15 17:40수정 2018.02.15 17:40
0
원고료로 응원
a

겉그림 ⓒ 고래이야기


아빠는 내게 꾹 참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주셨어요. (2쪽)
엄마는 기다리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라고 얘기해 주셨죠. (3쪽)


삶을 섣불리 둘로 가를 수 없습니다만, 때때로 두 가지로 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해야 좋거나 저렇게 해야 나쁘다고 가를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이렇게 할 적에는 이렇기에 좋거나 배울 만하고, 저렇게 할 적에는 저렇기에 재미있거나 새롭구나 싶습니다. 눈길에 넘어진대서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요. 눈길에 넘어지기에 더 살피며 걸어야겠네 배우기도 하고, 눈길에 넘어져 보며 새삼스레 눈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별을 보고 싶으나 구름이 짙게 낀 날이 있어요. 이런 날에는 별을 못 보지만 밤에 짙게 낀 구름을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구름 짙은 밤은 이러한 빛이나 느낌이라고 배워요. 가게를 찾아갔는데 마침 문을 닫았으면 헛걸음을 한 셈이지만, 다른 가게를 찾는다든지, 다른 가게도 못 찾으면 골목마실 다닌 셈 치곤 합니다.

a

속그림 ⓒ 고래이야기


옆집 아주머니한테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웠어요. (6쪽)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수 있다는 걸 알았지요. (7쪽)


그림책 <참 고마운 인생 수업>(고래이야기 펴냄)는 아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아이하고 낚시를 하면서 '기다림'을 알려줍니다. 어머니는 아이하고 능금을 따면서 '제때(제철)' 따서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때에는 기다려야지요. 어느 때에는 바로 움직여야 하고요. 어느 때에는 기다리면서 즐겁고, 어느 때에는 바로바로 하면서 즐거워요.

언제나 똑같을 수 없고, 언제나 똑같을 수 없기에 배울 만하며, 언제나 똑같지 않기에 새롭게 반가이 맞아들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a

속그림 ⓒ 고래이야기


고모는 내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셨어요. (16쪽)
하지만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있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단다, 얘야." (17쪽)


그림책 <참 고마운 인생 수업>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서 느끼거나 배우는 이야기가 있고, 집이나 마을에서 느끼거나 배우는 이야기가 있다고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이야기하거나 알려줍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움직이거나 맞이합니다. 아이로서는 이때에 했듯이 저때에도 그렇게 해 보는데, 같은 몸짓이어도 자리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웃을 마주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한겨울에 여름꽃을 바랄 수 없어요. 스스로 바라는 길을 말 안 하면서 남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 없어요. 봄 다음에 여름 아닌 겨울이 오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일 테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나는 안 하겠어요!' 하고 다부지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날마다 새롭게 배웁니다. 어머니한테서 배우고 아버지한테서 배우며 자랍니다. 두 어버이한테서 다른 눈길을 느끼면서 배웁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어른으로서 알거나 얻은 대로'를 때때로 내려놓고서 '아이한테서 배우는' 몸짓이 되어 날마다 새로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배우고,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운다고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고 보살피는 몫을 맡는데, 아이도 곧잘 어버이를 가르치면서 돌보는 살림을 꾸릴 수 있어요.

a

속그림 ⓒ 고래이야기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거예요. (25쪽)


밥상맡에서 서로 "고맙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밥상맡에 앉아서 한 그릇을 받을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어버이로서는 밥상을 차려서 한 그릇을 나눌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먹을 수 있어 고맙고, 먹어 주어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으니 고마우며, 맛있게 받아들이니 고마워요.

삶이란, 말이란, 사랑이란, 하루란, 늘 서로서로 고마움이 오가거나 흐르면서 즐겁다고 느낍니다. 한쪽에서 베풀기만 하는 고마움이 아닌, 함께 고마우면서 같이 나누는 고마움이지 싶습니다. 글이나 책도 이와 같지 싶어요. 읽는이로서는 아름다운 글이나 책을 읽을 수 있어 고맙고, 지은이로서는 글이나 책 하나를 아름다이 읽어 주어 고마워요.
덧붙이는 글 <참 고마운 인생 수업>(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 임은숙 옮김 /고래이야기 / 2016.6.30.)

참 고마운 인생 수업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지음,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임은숙 옮김,
고래이야기, 201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인기기사

  1. 1 신천지에서 딸이 돌아왔다, 전쟁이 시작됐다
  2. 2 "불륜설 흑색선전" 울먹인 이언주, 박재호 후보 고소
  3. 3 추미애, '윤석열 검찰-채널A 유착' 보도에 감찰 시사
  4. 4 윤주경씨의 빗나간 선택,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
  5. 5 문 대통령 아들 의혹 부풀리고 유체 이탈 화법, 이분 또 출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