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눈 덮인 목포, 이런 모습입니다

등록 2018.02.06 15:32수정 2018.02.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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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4일 입춘이 이틀이나 지났지만 도무지 멈출 기색이 없습니다.  6일인 오늘까지 3일 동안 계속 눈만 구경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날이 풀린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럴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목포의 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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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 포구 삼학도 포구에 묶여 있는 선박들 모습입니다. 연일 영하의 날씨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 때문에, 도무지 바다로 출항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 권성권


아침 일찍 싸리 빗자루로 그 많은 눈을 치우고, 가까운 삼학도를 찾았습니다. 바다를 향해 나가야 하는 출항 어선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요트 손님을 맞이할 요트 마리나는 어떨지, 그리고 눈 덮인 삼학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한 번 살펴볼 요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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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요트마리나 목포 삼학도에 자리잡고 있는 요트 마리나입니다. 여러 요트들도 정박해 있습니다. 요트로 향하는 곳에는 발걸음조차 없는 모습이죠. 이곳도 조용한 침묵만 흐르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바닷물은 요트를 원하고 있는 기색입니다. ⓒ 권성권


포구에 묶여 있는 선박들은 저마다 선장과 선원들을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도무지 그 분들이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요한 숲처럼 선박들도 조용한 침묵과 함께 하염없이 눈만 받아들인 모습들입니다. 그나마 바닷물이라 그런지 얼어 있지는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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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벨 평화상 기념관 삼학도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가는 길목입니다. 먼저 이 길을 찾은 분들이 있었는지, 여러 발자국들이 보였습니다. 평생 남북통일을 위해 애쓴 그 분의 발걸음이 오늘 우리에게 귀한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서 남북이 좋은 화합의 계기가 되었으면 더욱 좋겠구요. ⓒ 권성권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가는 길목에는 벌써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지 먼저 간 사람들이 안내자 역할을 하는 법이죠. 김대중 대통령도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힘쓰며 살아왔는데, 그 분의 발걸음이 현 정부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꼬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도 다들 한 길로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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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 유달산 삼학도 요트 마리나에서 이난영 공원을 향해 가는 길목에 바라본 유달산입니다. 저 유달산 자락에 올해 해상케이블카게 설치된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를 우선시하지만, 그 또한 무시못할 일이긴 하겠지요? ⓒ 권성권


드디어 궁극적인 목적지인 삼학산 앞에 당도했습니다. 저 멀리 눈 덮인 유달산이 보이는데, 저 아름다운 산맥 위로 해상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모습을 그려보자니 약간은 슬퍼지기도 합니다.

산은 산으로 보존하는 게 가장 가치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경제적인 상황이 산의 가치보다 더 앞섰나 봅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삼학산을 오르고 있는데, 저 아래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도 지팡이를 짚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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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산 이난영 공원 오르는 길 삼학산 이난영 공원으로 향하는데 저 아래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운동 삼아 이 길을 곧잘 찾아오시는 분이셨죠. ⓒ 권성권


나는 처음으로 이곳 삼학산을 찾은 것인데, 어르신은 평소에도 이 길을 잘 다니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 덮인 길목도 수월하게 뚫고 나갔습니다. 나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친절과 호의였죠.

물론 중간에 그 길이 갈렸습니다. 어르신은 평범한 둘레길만 돌다가 내려갈 참이었고, 나는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나 역시 그곳 정상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이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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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산 이난영 공원 삼학산 이난영 공원 기념비입니다. 구슬픈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비석'도 저 뒷편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 권성권


눈 덮인 삼학산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들었던 여러 소리들은 아직도 내 귓전을 때리고 있습니다. 삼학산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그랬고, 배는 꽁꽁 묶여 있었지만 간간히 소리를 지르는 듯한 바다 물결 소리가 그랬고, 차가 지나간 그 눈길 위를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는 어르신의 숨소리가 그랬고, 얼어 죽은 고기를 건져 올리느라 낚시 줄을 연신 던지고 있던 그 젊은 사람의 숨소리도 그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저마다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사람들의 빗자루 소리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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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산 정상 가는 길 삼학산 정상 가는 길목의 눈 덮인 나무들 모습 ⓒ 권성권


하염없이 내리는 눈 덮인 목포. 너무나도 조용할 것 같았지만 실은 그렇게 여러 숨소리들을 힘껏 내품고 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눈 덮인 삼학도 포구와 삼학산에 올라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숨소리를 새롭게 듣게 돼서 더욱 좋았습니다. 눈이 더 온다고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삼학도 #삼학산 #유달산 #요트 마리나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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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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