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영혼이 지금도 감동인 이유

<고흐의 재발견>을 읽고

등록 2018.02.21 08:19수정 2018.02.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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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고흐는 예술에 몰두하게 될수록 세상과 단절되어 갔다.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광기, 고집, 집념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해가 뜨기도 전 화구를 짊어진 채 들판에 나가 온 종일 꼼짝도 않고 붓질을 멈추지 않는 초라한 화가를 세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광기를 증명이나 하듯이 주변 사람들과 말다툼이 잦았고 끝없이 논쟁하였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제 손으로 귀를 자르기까지 하였으니 어쩌면 그 시대 사람들이 말하였던 것처럼 미치광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치광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하여 그를 광인이라 할 수는 없을 게다. 그가 남긴 수많은 편지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술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접한 반 고흐는 하나의 도구가 되고자 하였다. 그는 이상주의자였다. 한때는 화랑 점원이기도 하였고 한때는 신앙을 설파하기도 하였지만 어느 날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 고흐는 그림 속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 넣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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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재발견> ⓒ 시소커뮤니케이션즈


<고흐의 재발견>(시소, 2011)을 통해 고흐의 삶이 어떻게 그림에 헌신하였는지 알게 된다. 이 책에 모아진 동생과 지인,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구절마다 색채에 대한 깊은 사색과 고민들이 적혀 있다. 색을 선택한 이유, 색채 간의 조화와 대립 등 점 하나에조차 의미를 담아 내고자 하였던 고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반고흐가 그림만을 위해 존재하였다면 그건 그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반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세상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건, 자신이 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었다.

'아, 그림은 그냥 그렇게 그려지는 거야. 그래서 안 될 게 뭐지? 이제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노라면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단다. 그래. 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지. 그런데 종종 하녀들이 여주인보다 훨씬 흥미롭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돼. 또 노동자들이 신사들보다 더 흥미롭단다. 그리고 평범한 젊은 남녀들에게서 활력과 생기가 느껴지지. 이들 개개인의 성격을 표현하려면 단순한 테크닉의 확고한 붓터치가 필요해.' - 86페이지

'빈센트 반고흐가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타협했더라면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갖곤 한다. 문득, '자살하지 않았을까' 혹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라고 말이다. 책에는 짧은 생으로 소진해 버린 가난한 화가 인생에 대한 솔직한 자기 정리가 적혀 있다.


'난 언제나 어떤 목적지를 향해 어딘가로 가고 있는 여행자처럼 느껴진단다. ... 내게는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면 진실로 여겨진단다.' - 128p

예술과 세상 사이에서 단호하게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알고 진실되게 받아들였던 반 고흐의 영혼이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이 되는 이유이다.

Vincent Van Gogh 고흐의 재발견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시소커뮤니케이션즈, 2011


#빈센트반고흐 #반고흐 #미술 #고흐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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