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아내를 소개할 때 쓰는 정확한 표현은?

[서평] 늘 살펴야 할 표준어, 심택월의 <우리말을 알다>

등록 2018.02.26 11:59수정 2018.02.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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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부부가 함께 만나는 자리에 가면 자기 아내를 그렇게 소개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제 집사람입니다" 또는 "제 부인입니다" 하는 분들 말이죠. 그런 표현이 자기 아내를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지만 "제 아내입니다" 하는 게 정확하다고 하죠.

또 교회 예배나 학교 강당 또는 결혼식장, 심지어 관공서에서도 그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제 목사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이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하는 표현 말이죠. 그것도 실은 "말씀이 있겠습니다", "말씀을 하시겠습니다" 하는 게 옳은 표현이라고 하죠. 


또 있습니다. '야채'는 일본식 한자라서 '채소'로 표현해야 하고, '결혼'이란 말도 일본식 한자어에 해당되기 때문에 '혼인'이라고 써야 옳다고 주장하는 분들 말입니다. 사실 나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게 옳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선실록에 '야채'라는 말이 11번, '결혼'이란 말은 무려 145번이나 쓰여 있다고 하죠.

"'찜찜하다'와 '찝찝하다'는 모두 표준어입니다. '찝찝하다'는 '찜찜하다'의 잘못된 표현이었으나, 언중이 '찜찜하다'보다 '찝찝하다'를 더 많이 사용하자 함께 표준어가 되었습니다."(64쪽)

심택월의 <우리말을 알다>는 책에 나온 내용입니다. 예전에는 '찝찝하다'가 사투리로 잘못 표현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라 표준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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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심택월의 〈우리말을 알다〉 ⓒ 지식공감


일례로 '떨어뜨리다'와 '떨어트리다' 중에 '뜨리다'가 표준어였지만 '트리다'도 워낙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둘 다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죠. 그것은 '메꾸다'와 '메우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메꾸다'는 본래 '메우다'의 잘못이었지만 현실에서 쓰임이 워낙 많기 때문에 2011년 9월부터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표준어는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겠죠. 언중(言衆) 곧 대중사회에서 얼마만큼 그 말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말이 표준어로 굳게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알고 있던 것이 오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하죠.

"'불리우다'는 '불리다'의 잘못입니다. 뉴스를 검색해 보면 '불리우는'으로 쓴 기사가 2만7천여 건, '불리운'은 5천7백여 건, '불리운다'가 3천2백여 건이나 뜨는 것을 보아도 우리가 평소에 '불리다'를 '불리우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101쪽)

이런 표현은 아무리 많이 쓰는 것 같아도 확실히 다른 표현법임을 짚어주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불리다'는 '부르다'의 피동사인데, 거기에 피동 접미사 '-이-'에 또다시 접미사 '-우-'를 덧붙인 꼴이라는 것이죠. 그만큼 이상한 형태이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그런데도 불구하고'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이것은 '그럼에도'나 '그런데도'만 써도 되는데 '불구하고'라는 군더더기를 덧붙인 격이라고 설명하죠. 더욱이 그 표현법은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쓰지 말아야 할 표현 중에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행복하기 바라. 꿈을 이루기 바라요. 이렇게 적어야 규범에 맞습니다. 대부분 '행복하길 바래.', '이루길 바래요'로 표현하기 때문에 규범 표기가 되레 어색합니다. …… '바래', '바래요', '바람' 등은 잘못이니 '바라', '바라요', '바람'으로 써야 한다는 것에 많은 분께서 국립국어원에 올린 반응들입니다.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고 안타깝지만, '바라다'는 문법적으로 '바래'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132쪽)

이른바 꿈과 희망을 성취하기를 '바란다'는 그 표현을 '바래'라고 쓰는 것은 잘못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래'라는 용례는 "어머니를 역까지 바래다 드렸다"거나 "안 보일 때까지 바래고 서있었다"는 데서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바란다'는 것과 함께 복수로 쓸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제1부에서는 '기연가미연가' 즉 긴가민가하는 표현들을 밝혀주고 있고, 제2부에서는 그럴듯한 오해들을 살피게 해 주고 있고, 제3부에서는 한글 원어민의 표준 발음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뭐든지 확신이 지나쳐서 실수를 할 때가 많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경우 말이죠. 이 책을 펴낸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하는데,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가 아닌 경우, 맞춤법인 줄 알았는데 맞춤법이 아닌 경우를, 이 책과 함께 정확하게 되짚어 본다면, 그만큼의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말을 알다

심택월 지음,
지식공감, 2018


#표준어 #맞춤법 #기연가미연가 #그럴듯한 오해들 #표준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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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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