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스님, '이것' 때문에 까칠했을까?

[서평]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보기 <사띠빳타나 수행>

등록 2018.03.03 14:07수정 2018.03.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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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니 어느덧 17년 가까이 된 일입니다. 십리 벚꽃 길로 유명한 하동엘 갔었습니다. 멀리까지 간 김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절에도 들렸었습니다. 아직은 연둣빛을 띠고 있는 산길을 걸어 일주문을 지나 이문 저문, 이 전각 저 전각, 구층탑은 물론 탑비까지 두루두루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한옥, 눈썹마루 앞 댓돌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뽀얀 고무신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댓돌에 놓여 있는 고무신들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에 대문도 없는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덩치가 꽤 되는 스님이 불쑥 나타나 '왜 여길 들어왔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스님들이 생활하는 요사채였습니다.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갔으니 주의를 듣거나 어느 정도 무안을 당하는 정도의 야단이었다면 17년이 다된 지금까지 이렇게 기분 언짢게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그 스님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붉으락푸르락한 얼굴, 험상궂기까지 한 표정으로 방방 날뛰던 행동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모습으로 불쾌감을 가져옵니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보기 <사띠빳타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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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띠빳타나 수행> / 법문 우 냐나로끼 사야도 / 정리 우 감비라냐나 / 펴낸곳 민족사 / 2018년 2월 15일 / 값 15,000원 ⓒ 민족사

<사띠빳타나 수행>(법문 우 냐나로끼 사야도, 정리 우 감비라냐나, 펴낸곳 민족사)은 사단법인 한국테라와다불교 창립자인 저자, 우 냐나로끼 사야도(1949∼2014)가 입적에 드시기 전까지 설법한 법문을 그의 뜻을 이어 수행하고 있는 우 감비라냐나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방법이나 과정, 수단이나 형식은 다를지 모를지라도 어느 누구나 삶의 목표로 지향하는 최종은 행복일 것입니다. 종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 역시 행복일 것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행복은 마음의 문제라고 합니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행복을 얻기는 어렵고, 마음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이해 없이는 행복을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우 냐나로끼 사야도 스님이 생전에 펼친 법문은 궁극적으로 누구나 얻고자 하는 행복, 그 행복을 얻으려면 전제되어야 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이정표, 마음의 구조와 역할을 새겨나가는 징검다리입니다.

어느 누구나 다 세수를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이 세수를 어떻게 살피느냐에 따라 '세수'라는 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수를 아주 세분해 ①손 씻기, ②얼굴에 물 끼얹기, ③밤새 얼굴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손으로 문지르기, ④물을 끼얹고 손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 것들을 비누의 화학적 분해능을 이용해 제거하기 위해 비누칠하기, ⑤비누의 화학적 분해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으로 문질러 주기, ⑥분해된 이물질들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끼얹으며 문지르기, ⑦얼굴에 묻은 물을 훔쳐내고 수건으로 닦기 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비누세수가 끝난 후 클렌징 폼을 이용하거나 추가적인 조치를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공정을 세부적으로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세세히 알지 못하고, 세세히 알지 못하면 세세히 보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행복해 질 수 있는 마음, 행복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마련할 수 없게 됩니다.

스님이 법문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수행은 도공이 도자기를 짓는 것을 닮은 수행입니다. 흙과 불의 성질을 알고, 물레의 특성을 알아 너무 빨리 돌리지 않고, 지나치게 힘주지 않고 빗다보면 만들어지게 마련인 도자기처럼 '사띠빳타나 수행'을 위한 이론적 기초와 실기를 실제와 방법으로 토닥토닥 알려줍니다.

그때 그 스님, '답을 알았다는 자만에 눈 먼 것'은 아니었을까?

'답을 알았다는 자만은 나를 눈멀게 합니다.' 사띠가 향상될수록 통증·불행·어리석음 등에 더욱 민감해집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쉽게 짜증스러워하며 다른 수행자들이 스스로의 불선한 마음상태를 통찰하지 못하는 것을 비웃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담마에 대하여 감사할 줄 모르며. 다른 수행자들을 의도적으로 적대하는 것에 스스로 서글픔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사띠빳타나 수행> 149쪽-


17년이 지난 지금껏, 구도의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 왜 저럴까하고 생각되는 그때 그 스님이 보였던 행동은 어쩌면 답을 알았다는 자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선명한 사진을 담으려면 밝은 렌즈가 필요하고, 밝은 렌즈를 흐릿하게 하는 오염물질을 닦아내려면 렌즈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을 만큼 좋은 수건이 필요합니다. 선명한 행복을 담을 수 있는 마음, 마음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볼 수 있는 혜안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사띠빳타나 수행>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사띠빳타나 수행'이야말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궁극으로 지향하고 있는 행복, 그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사띠빳타나 수행> / 법문 우 냐나로끼 사야도 / 정리 우 감비라냐나 / 펴낸곳 민족사 / 2018년 2월 15일 / 값 15,000원

사띠빳타나 수행 -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보기

우 냐나로까 사야도 법문, 우 감비라냐나 정리,
민족사, 2018


#사띠빳타나 수행 #민족사 #수행 #사띠 #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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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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