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투표로 OOOO당 심판하고 싶다"... O에 들어갈 말은?

우원식·박원순·조희연 입모아 외친 "선거연령 하향"

등록 2018.03.05 12:00수정 2018.03.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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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나라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하면 잘살 줄 알았다. 평일과 주말에 밤 12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정유라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출석해 대학에 갔나. 정유라,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의 삶은 노력 없이 모든 것을 얻어가고 잘못해도 처벌받지 않는 삶이다.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공부하고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 첫걸음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정한 수사를 받고 물러나는 것이다."

2016년 11월 17일. '수능 끝, 하야 시작' 촛불집회에서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장윤지(16)양의 발언이다. 수능이 끝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의 당찬 발언은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윤지양의 바람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났고 1심 재판 결과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촛불 국면에서 청소년들은 '시민'으로 대우받았지만, 선거 앞에서 이들은 '시민'이 아니었다. "같이 촛불을 들었지만 투표는 못한다"는 것이 정해진 룰이었다.

6월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5일, 이 규칙부터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연령 하향"을 입 모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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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연령 하향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남소연


"독일은 19세가 의원도 하는데... 투표권 18세 인하는 너무나 당연"

국회 내 합의를 주도해 나가야 할 우 원내대표는 "지난 겨울 촛불혁명 한가운데서 언 손을 녹여가며 촛불을 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다리던 학생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대한 변곡점에 많은 학생들이 앞장섰다"라며 "청소년들의 정치적 소양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만 18세는 운전면허 취득, 결혼, 공무원 시험 응시, 군 입대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지만 선거할 권리만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참정권 보장과 확대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의무다, 국회 개헌정개특위에서 상반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선거연령하향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 문제에 합의를 도출할 상대는 명확하다. 우 원내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학제개편과 연계하긴 했지만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거기까지 왔으니 국민 민심을 따라 조건 붙이지 말고 동의해줄 것을 요청한다"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안을 통과시켜 지방선거부터 적용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설득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의석 구조상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국민 민심이 역사를 만들었다"라며 "개혁은 숫자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국민의 민심을 지방선거 전에 다시 모아 국회를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04년에 독일을 방문했는데 당시 19세 연방 국회의원을 만났다, 우리로 따지면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분이 연방 국회의원"이라며 "대한민국 청소년이 독일 청소년에 비해 지적 능력, 사회적 책무감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그것은 촛불광장에서 청소년들의 역할만 봐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촛불광장을 지켜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평화집회를 이끈 주역은 청소년이었다, 가장 당당하고 정의롭고 올바른 목소리 낸 사람도 청소년"이라며 "나라의 주인으로서 투표권을 가질 수 있고 피선거권을 가질 시대가 왔다, 투표권 18세 인하는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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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연령 하향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박 시장은 선거연령을 낮추면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는 비판을 두고 "18세 이상이면 변화된 상황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하고 견해를 적립할 수 있다"라며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빠르게, 많이 흡수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문화적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권력 대상이 되는 존재들이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16세 이상 학생들이 교육감 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교육 정책과 학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선출에 참여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당사자 임지웅(만 18세)씨는 "우리는 대통령만을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고 살아 있는 권력을 끌어내린 것이 아니다, 이 나라를 개혁해달라고 요구했다"라며 "2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은 아직도 정치 사각지대 속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촛불혁명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답답함에, 고 3이 되는 청소년은 지난 2월 26일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제목은 "올 6월 선거, '청소년의 투표'로 OOOO당을 심판하고 싶습니다"이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2만4848명이 동의를 표하고 있다.

"고3이 되는 청소년입니다. 중학교 때 세월호를 겪었고, 고1 때는 자칫하면 국정교과서로 공부할 뻔하기도 하면서 '나라꼴이 엉망이구나' 좌절도 했습니다. 그러다 탄핵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대통령도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너무 화가 나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선거권이 생기면 자기네한테 불리할까봐 대놓고 반대하는 정당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라며 청소년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데,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던 인권조례마저 대놓고 없애려고 하는 그 정당이야말로 더 미성숙하지 않습니까! 만약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과연 정치인들이 이렇게 함부로 말하고, 청소년들을 힘들게 만드는 교육정책들이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청소년도 투표를 통해 OOOO당을 심판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올 6월 지방선거부터 청소년이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만1 8세 이하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선거법이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님과 국회가 나서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선거연령 하향 #박원순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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