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우리 발밑에 찾아온 봄의 전령

등록 2018.03.12 13:42수정 2018.03.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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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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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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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남녘에서는 동백꽃이 한창이고 이맘때의 진객 매화도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산 너머 오솔길로 전해지는 봄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목을 늘여 봄을 기다렸지만, 지금은 티브이나 핸드폰에서 쏟아지는 봄소식에 어서 여기도 꽃이 피었음을 바란다.

그러나 우리 발밑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기도 이미 봄소식 꽃소식이 도착 했음을 알 수 있다.


멀리서 거창하게 들리는 남녘 꽃소식에 비추어 여긴 삭막하다고 말하는 우리의 발밑에 냉이꽃이 한창이다. 원래 봄이란 그렇게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온다. 가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봄의 촉수가 먼저 땅속의 얼음을 녹이고 온기를 불어 넣어 냉이꽃을 피운다. 광대나물, 별꽃, 꽃다지 등등 조금만 주의 깊게 살피면 작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풀꽃 잔치에 초대받는 영광을 누리고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사람이 된다.

어른들은 냉이라는 이름을 차가움을 견디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차가울 냉'자 냉이라 불렀다는데 차가움을 견디는 건지 아님 차가움을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실 냉이는 한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한겨울 날에도 양지바른 언덕에 가보면 하얗고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있는 냉이꽃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냉이꽃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날이 어느만큼 풀려 냉이꽃에 벌이 날아들어 꽃가루를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봄이 이만큼 왔다는 흥취를 느끼며 나도 천지만물의 봄맞이 대열에 한 다리 끼는 것이다.   

작고 화려하지 않다는 건 사람들의 기준일 뿐 냉이는 자기의 모든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을 것이다.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가.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 열심히 살듯 냉이도 그런 모습으로 당당히 자연계의 한 식구로서 봄의 전령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따스한 눈으로 우리의 발밑을 살피며 다 같이 봄을 맞이해보자.




#모이 #봄의전령 #냉이 #꽃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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