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떼기시장 같은 스타벅스, 소음 측정해봤더니

[언젠가 너에게] '제3의 공간' 포부 내세운 스타벅스, 한국은 왜 이럴까

등록 2018.03.13 08:35수정 2018.03.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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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좋은 스타벅스 한 매장 ⓒ 허영진


오늘은 너희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데려다 주고 엄마 아빠는 모처럼 외곽의 커피숍에서 너희를 다시 픽업 할 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지난 번에 다른 일로 양평쪽 도로로 가다가 새로 생긴 스타벅스가 위치가 좋아서 한 번 가보자고 했단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이어서 경치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실, 그 건 제대로 된 생각이었어. 하지만 아빠가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지. 바로 정말 협소한 공간과 시끄러운 소음이었어. 두유라떼를 한 잔 주문하고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옆 테이블과 바로 붙어 있고, 앞 테이블과 사이의 공간이 협소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단다. 원래도 아빠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정말 최악이라고 느꼈어. 

다른 사람은 문제가 없는데, 아빠가 유별나게 반응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소음을 측정하는 데시벨 측정앱을 설치하고 측정을 해봤어. 최대 89데시벨에서 최저 78데시벨 정도가 나왔는데,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보면 90데시벨이면 시끄러운 공장 안과 같은 수준이고, 80이면 지하철 내 소음 수준이라고 해(참고).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스타벅스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커피 체인이라 이제 모든 사람이 다 잘고 있는 곳이지. 스타벅스를 설립한 하워드 슐츠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고, 스타벅스와 그의 사례는 많은 경영서적에서 늘 언급되고 있지.

그는 작은 원두를 판매하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는데,  어느 날 이탈리아에 출장을 갔다가 사람들이 단골 커피집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바리스타와 손님이 이름을 알고, 한 사람 한 사람 취향에 맞추어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일 지오날레'라는 작업 커피숍을 창업했단다. 그때, 그가 썼던 포부를 인용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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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카페 프랑스 파리의 카페 ⓒ 허영진



"일 지오날레는 지구 상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생활하는 데 활력소가 될 최상의 커피와 그에 관련된 상품을 제공합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의 삶을 충만하게 이끄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익만을 위해 윤리와 진실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을 것이며 모든 매장에서 품질과 성과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 고객의 존경과 사랑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의 이런 모토에 따라 경영이 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가게를 많이 찾게 되어, 나중에는 그가 원래 일했던 원두 회사 '스타벅스'를 인수하게 되었다고 해. 한 마디로 말하면 집이나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을 제공했던 것이 스타벅스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거지.


아이러니 하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면 하게 될수록 적어도 한국의 스타벅스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는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했지. 대기업과 합작해서 들어와 무섭게 매장을 확장해왔어.

새롭게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만들고, 과거와 달리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 매장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일 하는 풍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 대단한 회사라고 인정해야 할 것 같구나. 하지만, 아빠가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포인트는 바로 그들이 말하는 모토란다.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스타벅스는 너무 협소하고, 시끄러워 그들이나 성공사례로 인식되는 '제 3의 공간'을 떠올릴 수가 없다는 거야.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 대비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데도 말이야.  

전에 회사일로 프랑스 파리에 갔었을 때, 아빠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려고 스타벅스에 들어갔단다. 스타벅스 라떼 그란데 사이즈를 3.5유로(약 4,600원) 정도 주고 샀던 기억이 나는 구나. 한국의 동일한 상품이 5,100원 정도 하니 우리 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파리의 스타벅스가 더 저렴했던 거지. 게다가 매장은 상대적으로 넓고, 편안했어. 테이블도 그리 많지 않아서 충분히 아침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어.

그가 벤치마크했다는 이탈리아에 갔을 때도 스타벅스의 구성도 비슷했어. 넓은 매장, 목소리가 큰 이탈리안들의 특성상 조용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우리처럼 따닥따닥 붙어 있는 테이블 배치는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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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텐디 스타벅스 중국 상하히 신천지 스타벅스 ⓒ 허영진


게다가 유럽이나 서구 문명의 영향이 강한 나라들은 커피를 주문해서 가지고 나가거나(Take-out), 바에서 서서 마시는 경우는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마실 경우에는 좌석비용(Seated Charge)이 포함된 가격을 내서 비용이 비싸진단다. 이런 문화는 하워드 슐츠의 저서에도 나와 있기도 하고, 그가 이런 분위기를 미국에서도 느끼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타벅스를 창업했다고 해. 

자연스레 왜 우리는 왜 비슷하거나 더 높은 비용을 내면서 더 시끄럽고, 협소한 스타벅스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기더구나. 상하이나 방콕,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가봤던 스타벅스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어.

스타벅스는 그들만의 강력한 장점을 가진 회사라서 아마 아빠가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같은 비용을 내면서 더 나은 고객의 권리를 요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무엇보다 아빠는 스타벅스가 말하는 "제3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사랑하고 지켜지기 바라기 때문이기도 해.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가끔은 혼자서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지. 한국에서의 스타벅스는 직영이 아니라,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고, 아빠가 왜 한국의 것이 상대적으로 더 나쁘냐고 한국인을 대표해서 불만을 제기하려는 건 아니란다.

다만, 너희가 자랄 세상에도 스타벅스는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 딸들도 제 3의 공간이 필요한 시기가 올테니, 그때는 진정한 제3의 공간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그리고 동시에 "원래부터 그런 것은 없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구나. 소비자로서 좀 더 나은 권리를 보는 시각을 네가 가졌으면 좋겠어. 그러면 언젠가 너는 엄마, 아빠가 10분만에 나왔던 그런 도떼기시장 같은 커피숍이 아닌 '제 3의 공간'다운 공간에서 너를 위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지 않겠니? 정말 제대로 된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함께 지켜보자꾸나.
#스타벅스 #소음 #제3의공간 #소비자의권리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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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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