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철규 의원 vs. 심규언 동해시장 공천 갈등 폭발

심규언 "이 의원이 특정후보 홍보"... 이철규 "심 시장이 먼저 전략공천 요구"

등록 2018.03.22 13:52수정 2018.03.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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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심규언 동해시장(왼쪽)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위원장이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오른쪽) ⓒ 김남권


심규언 동해시장이 지난 19일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을 탈당하자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이 공개적으로 심 시장을 비난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심규언 시장 "특정 후보를 데리고 홍보하는 불공정 행위 때문에 탈당"
이철규 의원 "심 시장이 먼저 전략공천 요구했지만 거절"
심규언 시장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는 뜻일 뿐 공천 요구한 적 없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19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동해삼척)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이 의원 측은 "심 시장이 전략공천을 먼저 요구했다"며 반격에 나서며 공방이 시작됐다.

심 시장은 지난 2014년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공천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준비해왔다. 자유한국당 동해시장 후보군은 19일 탈당한 심규언 현 시장을 비롯해 서상조(53) 강원도당 민생경제위원장, 정일화(56) 전 강원도인재개발원장 등 3명이었다.

이 중 최문순 강원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정일화 전 인재개발위원장은 지난해 말 한국당 강원도당이 공들여 영입한 인사다. 정일화 후보는 심 시장이 '특정 후보'라고 지칭한 인물이다.

심 시장은 이들과 당 내 경선을 치러야 했다. 때문에 후보들은 공천권자인 이 의원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동해시장 후보 공천권은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위원장이면서 지역 국회의원인 이철규 의원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20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심 시장은 "조용히 탈당하려 했으나 이철규 의원의 공개 비난으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 김남권


문제는 올 초에 시작됐다. 지난 1월 동해 지역 정가에는 "이철규 의원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전략공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심 시장은 "불공정 경선"이라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 의원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즉시 진화에 나섰다.


이철규 의원 측 "내가 과거 불공정경선 피해자인데... 다시 반복 안해"

이 의원 측은 지난 1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동해·삼척 지역에서 돌고 있는 시장 전략공천 설'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우리도 지난 선거 때 불공정한 공천으로 인해 피해를 봤었던 경험이 있는데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문을 일축한 바 있다.

이 의원이 거론한 '공천 피해'는 지난 2016년 치러진 4.13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경선조차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당선된 뒤 같은 해 6월 당시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심 시장 측은 '전략 공천설'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로 인해 이철규 의원과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심 시장이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철규 의원이 자신의 의중이 실린 후보를 데리고 다니면서 당원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을 배제하기 위한 특정 후보 밀어주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심 시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도 좋다. 그러나 '당원 50%' 경선 투표에서는 국회의원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인데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만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를 시키면 당원들은 대개 그 사람을 국회의원의 의중이 실린 사람으로 알게 돼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이에 대해 "모든 후보들에게 똑같이 하는데 오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8일 심규언 동해시장이 동해시청 통상상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공천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혜숙 동해시의회 의원(오른쪽), 이정학 동해시의회 의원(왼쪽)도 함께 참여했다. ⓒ 김남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심 시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탈당을 예고했다. 심 시장은 이에 대해 "불공정 행위에 대해 두차례나 만나서 이야기를 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천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심 시장 "이철규 의원이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일"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 시장은 "공천권을 가진 당 관계자와 가족이 공공연하게 특정 출마 예정자에 대해 동행지지, 인사소개, 지지권유 등을 표면화한 것을 많은 시민이 알고 있다"며 "이는 특정인을 배제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겠느냐"며 이 의원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겉으로는 공정한 경선을 공언했지만, 경선준비과정 자체는 불공정했다"라고 비난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한 심 시장은 지난 19일 대리인을 통해 자유한국당 강원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강원도당은 "철새 정치인의 전형"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심 시장은 21일 인터뷰에서 "탈당을 하는 것이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해서 조용하게 탈당을 하고 싶었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철규 의원은 "심 시장이 자신을 전략공천 해 줄 것을 줄곧 요구했고 이를 받아 주지 않자 당을 배신하고 탈당했다"고 주장하며 "불공정 경선을 하려 한 건 오히려 심 시장"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이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시장이 '전략공천'을 요구했다"며 "심 시장이 지난 3월 3일 전략공천을 요구하다 받아 들여지지 아니하자 3월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유한국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후 단독 탈당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상향식 경선을 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하였고, 경선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선관리를 선관위에 위탁하거나 당사자들의 합의하에 후보자들이 직접 공동관리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공정경선 운운하며 당을 폄훼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공개 비난에 격분한 심 시장은 탈당한 다음날인 20일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심 시장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6.13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을 목적으로 비난과 모략이 난무한다"며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불공정한 경선"이라며 자신을 비난한 이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심 시장은 이에 대해 "언론에 시끄럽게 비춰질 것 같아서 조용한 탈당을 원했지만 이 의원이 공개 비난하는 글을 올려서 어쩔 수 없이 맞대응에 나선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심 시장은 '전략공천을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 "앞뒤 말 모두 빼고 전략공천 말만 잘라내서 그렇다. 이 의원이 처음에는 '삼척시장은 경선하고 동해시장은 전략공천 할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 경선을 하겠다고 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심규언 시장은 탈당 이유에 대해 "평상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훨씬 높은 내가 왜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탈당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겠냐"며 반문하고 "불공정 경선을 하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중앙부두 앞 광장에서 열린 ‘묵호항 재창조(제1단계) 사업 준공식’ 참석한 이철규 국회의원(왼쪽)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운데), 심규언 동해시장(오른쪽), 이날 이 의원과 심규언 시장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 김남권


이어 전략공천에 대해서도 "거기서 말하는 전략공천 이야기는 내가 말한 의도와 다르다. 공천신청 공고가 나고 마지막으로 (이 의원을) 만나서 1시간 30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나온 이야기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전략공천은 여론조사를 해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 후보를 전략공천하고 아니면 깨끗하게 시민에게 선택을 맡기자고 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내가 나중에 공격 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공식적으로 전략공천해 달라는 말을 어떻게 했겠냐"고 반문했다.

심 시장은 또 "이 의원이 말로는 경선을 한다고 했지만 불공정한 행위가 있어서 두차례 만나서 이야기했지만 전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그 후보에게 특정 직책을 주고 데리고 다니고 얘기를 하면 그것이 저한테 안 들어오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것은 결국 당원들에게 '국회의원 의중이 이 후보에게 있다'고 홍보하는 것인데 이런 불공정 경선이 예상되는 상황에 내가 참여하기는 힘들다고 판단 해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은 지난해 말 정일화 후보를 영입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시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그동안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탈당한 뒤부터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원로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과정인데 그 결과에 따라 무소속 출마를 할지 다른 당을 선택 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일 이철규 의원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의원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그 내용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심규언 시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민선 5기 김학기 전임 시장의 구속 이후 시장 권한대행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해 동해시장에 당선됐다.

심 시장의 탈당으로 자유한국당 내 경선 후보는 서상조 강원도당 민생경제위원장, 정일화 전 강원도인재개발원장으로 압축됐다.
#동해 #동해시장 #이철규 #자유한국당강원도당 #심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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