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매니아 '와인 바다'에 취해 볼래요?

[파르밧의 모험 여행 ①] 여행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배운다

등록 2018.03.28 15:23수정 2018.03.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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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가장 특별한 여행이었다. 하얀 빙원, 눈 폭풍 블리자드, 혹독한 환경에 살아가는 펭귄들,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여운이 오래 남는다. '남극에서 살아보기' 수첩 한켠에 적어놓은 버킷리스트 한 줄을 지웠다. 2015년 - 2017년 남극 장보고기지 하계 안전요원으로 생활한 파르밧[김진홍 대원]의 남극탐사, 극지의 일상으로 초대한다-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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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링턴산 전망대 바다와 어우러진 호바트 시내 전경 ⓒ 김진홍


남극으로 가는 길, 그 설레임이 시작된다. 우리와 반대 계절인 12월의 호주는 여름으로 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해변에서 보낸다. 태즈매니아는 호주 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시드니까지 10시간을 비행하고 국내선으로 2시간을 이동한다. 작고 한적한 공항에 착륙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청명한 날씨는 신선한 에너지원이 된다.


공항셔틀로 시내까지 20여분 정도 걸린다. 도심 한가운데 공원이 있다. 아무 곳에나 누워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요트들이 항구를 가득 채웠다. 대원들은 인천을 출항해 호바트에 입항하는 아라온호에 승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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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바트 항구 개인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 김진홍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섬

태즈매니아는 호주 6개 주 중 가장 작다. 우리나라의 2/3면적에 50여만 명의 인구가 산다. 1642년 최초로 발견한 네덜란드 탐험가 타즈만, 그의 이름을 기리며 태즈매니아가 되었다.

아픔의 흔적도 남아있다. 1830년  설립된 포트 아서 감옥은 영국 죄수들을 수감하기 위한 유영 시설로 개발된 곳이다. 2010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태즈매니아는 47년간 영국의 중범죄 죄수들의 마지막 유배지였다. 한번 들어오면 탈출하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은 섬의 40%가 국립공원으로 보호된다. 천연 원시림과 희귀 동물들, 개발되지 않은 자연공원, 태즈매니아의 매력이다.


여행 그리고 인연

호주는 한때 꿈을 향한 무대였다. 세계 최대의 산호섬, 다이버들의 천국 케언즈에서 생활을 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심해잠수사 경험을 살리고자 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시기다. 잠수에 대한 열정은 더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게 했다.

호바트에 반가운 인연이 있다. 인도 배낭여행사 동료가 이민 와서 살고 있다. 여행기자의 길을 걷다 태즈매니아의 자연에 매료되었다.

여행자는 에너지가 풍부하다. 남들과 다른 삶의 기준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확신한다. 모험가가 된다. 가족이라는 행복의 닻을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난 아직도 망망대해를 항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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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사 동료 시간이 흘러도 가슴뛰는 만남이다 ⓒ 김진홍


진정한 모험이란 확실하지 않은 가능성과 숙명과 우연에 모든 것을 걸고 다리를 끊은 채, 어떠한 상황에서도 길이 나타나 자신을 인도하기라도 할 듯이 안개속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자신의 시도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감정으로 모험을 정당화한다.
- 게오르그 짐멜


남극 안전요원들과 함께 알려준 주소를 찾아갔다. 수제 햄버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
"우와, 이게 누구예요? 정말 파르밧이네요?"

인도에서의 애칭을 기억해주니 정겹다. 손바닥보다 더 큼직한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주었다. 불고기, 김치, 캥거루 고기 등 다양하다. 아이 재하는 어느새 훌쩍 컸다. 현지 초등학교에 다니며 잘 적응한다. 영어가 능숙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 영향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한다. 삶의 지도를 멋지게 그릴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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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햄버거 여행 동료가 직접 만들어준 정성 깃든 식사였다 ⓒ 김진홍


호바트의 명소 웰링턴 산을 올랐다. 굽이굽이 산봉우리를 돌아 정상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바다와 도시 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멀리 크루즈 부두에 정박 중인 아라온호가 보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다. 시진핑이 태즈매니아에 다녀간 이후로 관심이 대단하다고한다. 산에서 내려와 항구근처 식당을 갔다. 호주 사람들이 즐겨먹는 Fish & chips 도 먹고 와인도 한잔한다. 좋은 사람들과 낯선 도시에서 한때, 소소함이 일상이 되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
 
출항이 3일 뒤로 연기되었다. 남극까지는 10여 일 정도 항해를 해야한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해상 날씨가 좋지 않다. 태즈매니아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박 2일로 호바트를 벗어나 힐링 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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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링턴 산 전망대 박물관이 있어 태즈매니아의 역사와 문화를 눈여겨 볼 수 있다 ⓒ 김진홍


태초의 해변, 콜스 베이(Coles bay)

호바트에서 북쪽 해안로를 따라 4시간을 달려 콜스 베이(Coles bay)로 향한다. 차량도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이다. 왼편으로는 원시림 오른 편으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동해 7번 국도와 비슷하다.

콜스 베이 가는 길, 스완지 마을 딸기 농장에 들렀다. 다양한 수제 아이스크림,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여행자들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다. 주인 할머니는 실제 성전환을 한 할아버지(?)시다. 바가지 머리에 친절한 미소, 얼핏 보면 잘 모르지만 넓은 어깨 뒤태와 걸쭉한 목소리. 아하! 그렇구나 싶다.

막다른 길이다. 차를 세우고 표지판을 따라 걸어간다. 숲을 벗어나니 시야가 트인다. 끝없는 바다 해변이다. 옥빛 물결은 하얀 파도가 되어 밀려든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소금을 만드는 염전일까? 모래해변은 거친 표현이다. 하얀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갈매기가 카메라 앞에 날아왔다. 종종 걸어가며 찍어달라고 멋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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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카메라를 의식한 듯 유유히 해변을 걷는다 ⓒ 김진홍


바다를 품은 산, 아모스(Mt Amos)

프라이시넷 국립공원에 트레킹으로 유명한 아모스산을 오르기로 했다.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입장료를 내야 한다. 무인시스템이다. 입구의 우편함 같은 통을 열면 봉투가 있다. 안내판을 보고 차량, 인원별 요금을 넣는다. 로그북에는 산행하는 사람들의 정보사항(인원, 산행코스, 출발 시간등)을 기입해 만일의 사고에도 대처하고 구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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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Mt Amos) 전경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바위로 형성되어 가파른 길을 올라야한다 ⓒ 김진홍


오솔길을 걷는가 싶더니 급경사의 바위길이 이어진다. 오를수록 바다와 산의 경치가 멋지다.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숨은 해변, 와인글라스 베이(Wineglass Bay)가 보인다.  세계 10대 해변의 명성을 가진 해변이다. 화강암 산군에 숨은 절경지로 허니문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와인잔에 담긴 바다에 마음이 취해버렸다.

공원 내 부시워킹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야생의 동물도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왈라비가 나타났다. 주머니에 새끼를 넣어 다니는 캥커루과 동물이다. '움찔' 하며 경계하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아기 왈라비는 엄마품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귀찮은지 주머니 속으로 숨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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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글라스 비 아모스 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숨은 비경. 와인잔에 바다를 가득 품은 모습이다 ⓒ 김진홍


인터넷의 힘이다. 오지에서도 최고의 숙소를 만난다. 개인 주택을 예약했다. 2층 구조의 고풍스러운 집이다. 깨끗한 방과 주방, 바비큐 시설이 있다. 만찬을 준비하며 각자 담당을 맡았다.

'뚝딱'하고 짬뽕 부대찌개가 전식으로 나온다. 마트에서 사온 양고기, 소고기는 호텔급 BBQ 요리로 세팅된다. 시원한 맥주와 와인이 시간을 잊게 한다. 거실에서 바다 풍광을 그대로 본다. 바다에 불이 붙었다. 발갛게 익은 노을 뒤로 어둠이 내린다.

축제의 시간 호바트

한적한 시내가 교통체증이다. 금요일 오후 3시. 시내를 벗어나는 퇴근 차량이 가득하다.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하나둘 움직인다. 호바트의 주말이 시작되었다.

살라망카 마켓(Salamanca Market)엔 아침부터 사람들이 붐빈다. 1972년부터 시작된 벼룩시장은 거리 문화로 정착되었다. 태즈매니아 공예품과 특산품, 먹거리,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며 각종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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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 마켓 거대한 해물 빠에야를 만들고 있는 행복한 노부부 ⓒ 김진홍


시내는 가두행진으로 요란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와 산타, 학생, 군인 단체의 퍼포먼스 행렬이다. 중국의 용도 보인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아라온호로 귀선한다.

드디어 출항이다.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떠난 앨리스처럼, 모험을 떠난다. 10여일의 항해 그리고 남극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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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악대 행렬 호주 군인들이 시만들의 환호를 받으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김진홍


덧붙이는 글 2015년 - 2017년 남극 장보고기지 하계 안전요원으로 생활한 파르밧(김진홍 대원)의 탐사경험, 남극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남극 #태즈매니아 #호바트 #프라이시넷 국립공원 #남극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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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트레킹 / 남극 장보고기지 안전요원. 해난구조대(SSU)대위 전역 / 산. 바다. 여행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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