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사라져야 보수가 산다

[주장] 그의 막말 정치가 위험한 4가지 이유

등록 2018.04.01 19:56수정 2018.04.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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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가 종내 매섭기도 했고 경기가 못내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방선거가 따뜻한 봄처럼 다가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보수정치권은 지금 마치 격랑 속에서 기우뚱거리는 조각배처럼,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위기에 빠져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한국정치의 대들보 역할을 떠맡아야 할 제1 야당은 아직도 역경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과 적폐부조리로 인해 결국 촛불혁명으로 대통령 탄핵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여태 대안부재와 리더십 위기로 자유한국당은 갈팡질팡이다. 심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치료방법의 하나로 알려진 충격요법까지도 마다해서는 안 될 듯이 생각될 정도로, 사태는 매우 심각해 보인다.

어쨌든 자유한국당은 믿고 투자할만한 대안세력이라는 범국민적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기민하게 신용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대단히 어려울지 모른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이번 지방선거가 출로를 제시할 것 같기도 하다.

홍준표, 자유당 결정적인 위기의 진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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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짜 교육 이야기 학부모 100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목윽 축이고 있다. ⓒ 남소연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위기의 진원지가 바로 당 대표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희극적이면서 동시에 비극적이다. 말하자면 홍준표 대표가 가장 심각한 정치적 '문제사병'이라는데 문제의 근원이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한 마디로 홍 대표는 '입술정치'와 '악플정치'의 대가다. 그에게서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이라는 걸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노름판에서 판돈 질러대듯이, 우선 마구잡이로 큰소리부터 치고 본다. 건설적인 대안제시에는 관심도, 능력도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일단 터무니없이 '막말'부터 터뜨린다. 곧이어 망발을 저지른다. 막말과 망발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막말과 망발을 자행해 왔지만, 최근의 사례만 들추어도 질겁할 정도다. <오마이뉴스>가 '보수야당의 올림픽 적화개그 3종 세트' 를 띄운 적이 있다. 그 중 물론 홍준표 대표의 개그가 일품이다. 홍 대표는 평창올림픽을 스스로 평양올림픽이라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으로는 버젓이 그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가 정말 평양올림픽이라 믿었다면, 안보를 최우선으로 아는 보수당의 대표로서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된 '평양' 올림픽에는 결단코 나가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다. 해당 글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 대표만은 그 자리를 마다할 줄 알았는데, 기어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하다 나오셨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홍 대표의 막말은 여성이라고 가만두지 않는다. 한때 나경원 의원에 대해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에서 뽑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나 의원이 비록 홍 대표의 잦은 여성 비하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래 전에는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당당히 외치기도 했다. 물론 상대 당 여성 정치인이라고 예외로 남겨두지는 않았다. 거의 10여 년 전, 당시 야당이었던 추미애 의원에게는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 (국회의원) 배지 떼라"는 폭언도 삼가지 않았다. 방송사와 인터뷰 하면서는, "하늘이 정해 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설거지)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결혼을 반대했던 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장인 영감탱이'라 표현한 것은 그의 흔한 일상화법으로 알려지기도 했을 정도다. 전방위 무소불위 수준이다.

어느 정치인은 그러한 홍 대표를 "아무 말 대잔치를 하시는 분"이라 비웃기도 했다.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홍발정'(홍준표+돼지 발정제)당이라고 비꼬고 있다고 까발리는 정치인까지 있다. 최근에는 당 대변인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찰을 "미친개"라 부르며 "몽둥이질"을 퍼부어야 한다는 막말폭탄을 터뜨렸다가 엄청난 빈축을 사서 꼬리를 내리는 처량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기야 이런 류의 저급한 사례는 너무 많다.

막말 정치가 위험한 이유

그렇다면 막말정치의 의미와 폐해는 어떠한 것인가? 첫째, 정치권에서 막말이란 '네 까짓 것하고는 상대할 수 없어' 하는 독불장군식 삿대질이다. 그러므로 타협과 협상을 꼬이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다원화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해관계의 상호충돌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정치·사회적 협상과 타협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본질에 속한다. 그러나 막말과 망발은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인 협상과 타협을 뿌리 채 뒤흔드는 정치적 소아병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홍 대표는 위장 자유민주주의자처럼 비친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알파와 오메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선열들이 지킨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 의무'며, "자유민주주의 부정은 헌법 부정"이라고까지 윽박지르고 있다.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막말만 질러대는 홍준표 대표는 자신이 마치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신인 양 으스대길 좋아한다. 코미디다. 왜냐하면 '나는 약수터에서도 숭늉을 구할 수 있다'고 혼자 절규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일갈한 적이 있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러한 막말과 망발의 정치가 자연스레 가 닿는 곳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한 무책임 정치관행이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무반당'(무조건 반대만 하는 당)이라 부르는데 지극히 익숙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일삼느라 정신이 없어, 박근혜와 이명박 등, 영광스러운 선배님들이 저지른 갖가지 실책과 과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할 따름이다.

홍 대표는 '한 분은 출당, 한 분은 탈당을 했다'며,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는 막말만 허망하게 질러대고 있을 뿐이다.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하기야 국정농단이나 탄핵 등의 사태에 대해 당연히 책임져야 할 한나라+새누리+자유한국당 등은 일체 책임 있는 반응도 보이지 않아, 정치적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날카로운 논객은 "탄핵과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주권자의 뜻과 한국사회의 지향점에 대해 애써 눈과 귀를 닫고, 극우적 안보 이슈로 정당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구태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단히 매섭게 자유한국당을 꾸짖기도 했다.

셋째, 따라서 막말정치는 정치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막말로써 평화로운 대화와 협상에 못질하는 꼴이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이나 여당 등, 정치적 파트너의 존재와 의의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보무도 당당히 홍준표 대표가 등극한 이래 자유한국당은 차곡차곡 극우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홍 대표는 냉전 반공이데올로기의 화신인 셈이다. 오로지 극우안보 이슈만이 전부다. 그러하니 권위주의 정권의 충실한 후예답게 사회경제적 민주화 문제 같은 것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지가 없다. 그런 탓에 제1야당임에도 수권대안 정당의 면모를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정당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넷째, 이러한 현실에서 터뜨리는 막말정치는 홍 대표 자신이 지닌 수준미달의 정치력을 무모하게 드러내고 자인하는 볼품 없는 형태를 취하는 정치행위다. 이처럼 제1야당 대표 스스로가 정치의 품위를 실추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대내외적인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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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좌파폭주 저지 국민운동 검토할 것"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따라서 홍 대표는 정치적 위기가 아니라 정치 자체의 위기를 앞장서 불러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엔 우리의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자신의 당내 정치까지 혼란 속에 몰아넣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홍준표 식 악플정치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가일층 혐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깊어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 몹시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볼 때, 홍준표 대표에게서 정치적 지조를 찾아 보기란 매우 힘든 것처럼 여겨진다. 왜냐하면 그가 이적행위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생적 친여 인사인 것만 같다. 홍 대표 자신의 '입술정치', '악플정치', '무책임정치'의 힘에 의존해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정체와 집권여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솔선해서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 내부에서조차 홍 대표의 리더십에 머리를 절래절래 가로젓는 현상이 빈발해진다. "시종일관 원맨쇼 하듯이 당을 이끌고 있다"거나 "독선적 태도" 등의 표현을 동원해 가며, "당 대표 1인의 사당적 욕심 때문에 대한민국 유일 보수적통 정당인 한국당이 이렇게 지리멸렬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는 없다"며 매서운 비판의 화살을 섬뜩하게 자신들의 대표를 향하여 날리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이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를 오지 않는 게 지역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속닥거림까지 흘릴 정도다. 홍준표 대표는 이미 제1야당의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힌 것 같다. 당원들은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내부문제로 속 끓이는 게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6.13 지방선거와 홍준표  

새가 두 날개로 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다른 쪽 날개 하나가 부디 썩어문드러지게만 해 달라고 꿈속에서도 열렬히 기도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보수는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대단히 존중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낼 고귀한 품위를 높이 평가한다. 이런 의미에서 홍 대표의 보수는 아무래도 특이한 유형인 것만 같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홍 대표는 지난 2월 14일 "경남은 나의 고향으로 경남지사 후보와 자신의 재신임을 걸고 나가겠다"며, 경남지사 선거를 통해 대표직 재신임을 묻겠다는 심오한 뜻을 밝힌 적이 있다. 오랫동안 정치학만 공부해온 평생 소소한 정치학도인 나는 이번 지방선거가 끝남과 더불어, 홍준표 식 막말정치와 그의 정치생명 역시 획기적으로 정리되길 충심으로 기원해마지 않는다. 그것만이 보수를 위한 소중한 길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새롭게 일어서고 결속하는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단히 중대한 정치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촛불혁명 이후 최초의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을 들었던 모든 시민들은 자신들이 세운 촛불정부의 촛불을 꺼지지 않도록 추슬러나갈 역사적 책무를 스스로 짊어지고 있음에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가 잡다한 정치적 잡상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미래지향적인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보수세력의 중흥이 이루어져 건강한 두 날개로 건강하게 날 수 있는 나라가 이룩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서강대 정외과 명예교수입니다.
#홍준표 #막말정치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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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창간될 때부터 신랄한 시대정신과 예리한 작풍에 매료됐습니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와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낸 뒤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어서 강단에 서지는 못하지만, 제게 능력과 기회가 따라준다면 오마이뉴스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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