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101일, 유족은 오열... 제천시는 노래공연

등록 2018.04.01 11:23수정 2018.04.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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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6시15분 유가족들이 화재 현장에서 오열하는 가운데 같은 시각 100여m 떨어진 용두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가수들 초청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제천인터넷뉴스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어린 손녀가 애처롭게 죽어갔는데 무엇이 좋다고 가수들 불러 모아 저리 공연을 한단 말입니까?"

제천 화재로 고등학생 손녀를 잃은 한 유가족이 참사 현장에서 목 놓아 울부짖으며 한 말이다.

화재 참사 101일이 된 지난달 31일 오후 6시 15분께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하소동 일대에서는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와 가수들의 노래 소리가 뒤섞이는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

제천시는 이날 용두동행정복지센터에서 가수 7명을 초청해 '힘내라 제천! 특별콘서트'를 개최했다.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위축된 지역 분위기 회복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근규 제천시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과 일반 시민이 모여 공연을 즐겼다. 용두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은 사고 현장과 180m 거리다.

같은 시각 참사 현장에서는 유족 20명이 모여 둘러쳐진 펜스에 조화를 내거는 등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 유가족은 "참사 100일을 맞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러 온 것이다. 현장을 보니 슬픔이 북받쳐 견딜 수 없는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화재 인근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대해 일부 유가족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는 하나 유족들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처사 같아 매우 서운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31일 오후 6시15분 유가족들이 화재 현장에서 오열하는 가운데 같은 시각 100여m 떨어진 용두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가수들 초청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제천인터넷 뉴스


화재 참사 101일이 된 31일 오후 유가족들이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제천인터넷뉴스


그는 "사고 100일이 지났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사고수습이 이뤄진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 국민과 시민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사라져 간다.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누가 헤아리겠는가?"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참사 현장에는 콘서트 관람 대신 유가족들의 오열을 지켜보며 함께 눈물짓는 시민이 다수 목격됐다.

노래 소리에 격분한 시민 A(62.남)씨는 "침체된 하소동 경기를 살리려면 바자회 또는 별도의 의미 있는 행사를 열어야 했다. 제천시의 부적절한 행사 추진에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콘서트에 참석한 이시종 충북도지사(오른쪽) 등이 시민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제천인터넷뉴스


제천시는 "유족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가수 노래 곡목까지 협의하는 등 사전에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유가족은 협의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대표 B씨는 사전 협의 유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한편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참사 100일인 3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믿고 기다려 달라는 정부의 말에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제대로 규명되거나 해결된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사건 자체가 잊혀지고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천인터넷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제천인터넷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제천화재 #노래공연 #유가족대책위 #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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