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 마친 문정현 신부
"김득중 지부장에게 힘 됐다니 다행"

[스팟인터뷰] 추운 독방이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등록 2018.04.03 16:38수정 2018.04.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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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맞은편에서 반전평화를 위한 서각기도를 하기 앞서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읽고 있다. ⓒ 이희훈


"촛불 대통령이 왔지만 평택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단식을, 전북 전주에서는 택시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했다. 달라진 게 없다. 마음은 계속 쓰이지만 제주에서 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쉽게 찾아가보지도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사람 (마음이) 미치겠더라."

몸이 달았던 '길 위의 신부'는 스스로 교도소에 갇혔다. 문정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는 2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동자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마음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역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문정현 신부가 6일간의 노역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오전 9시쯤 제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앞서 문 신부는 지난 25일 제주 서귀포 관할 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쯤 제주교도소에 수감됐다.(관련기사: '길 위의 신부' 문정현, 벌금 대신 노역장 간 이유)

문 신부가 교도소에 수감된 건 벌금 80만 원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당시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희망버스' 운동에 참여한 문 신부는 한진중공업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다. 문 신부는 벌금을 내기보다 '벌금 노역'을 택했고 6일간 노역을 마치고 나왔다.

문 신부는 "감옥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똑같다"라며 "(현장에 가고자 하는) 마음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신부는 "하지만 마음이 있으니 스케줄에 여유가 생겨 움직일 수 있을 때 바로 (노동자가 있는 현장으로) 갈 것이다"라며 "뛰어 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2일 오전 문정현 신부와 나눈 스팟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언제 교도소에서 나왔나
"금요일(3월 30일) 오전 9시경 나왔다."

- 벌금 80만 원이라 8일 노역을 살아야 하는데 예정보다 빨리 나왔다.
"지난주 금요일(30일)이 천주교에서는 (부활절을 이틀 앞둔) 성금요일이다. 매년 이때마다 '강정 십자가의 길'을 해왔다. (노역을 하게 되면 참여를 못하니까) 경찰서로 출두하기 전에 강정에서 기억해야 할 장면 14개를 나무에 새기고 색칠하는 작업을 해놓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십자가의 길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금요일에 내가 있어야 한다며 2일치 벌금인 20만 원을 낸 것이다. 8일 동안 (노역을) 살려고 했는데 그렇게 안 됐다."

- 78세다. 고령의 나이에 노역이 힘들지는 않았나.
"일을 시키지는 않고 그냥 가둬두더라. 그래서 감방에 앉아 기도했다. 물론 첫 날에는 추워서 혼났다. 독방이었는데 혼자 있기에도 비좁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방이어서 좋았다. 피정(천주교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일정기간 동안 침묵과 묵상, 기도 등을 하는 것)하는 마음으로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둘째 날에는 병실로 보내더라. 기도하고 생각도 하고 책도 읽다가 나왔다."

-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 공권력에 대한 거부다.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한 푼도 낼 수 없다.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한 행위가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는가.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벌금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거기다 촛불 대통령이 왔지만 평택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단식을, 전북 전주에서는 택시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다. 마음이 계속 가고 아렸다. 마음이 있으면 직접 가서 연대해야 하고 참여해야 한다. 마음이 계속 쓰이지만 제주에서 미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쉽게 찾아가보지도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사람 (마음이) 미치겠더라. 마음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역을 결정했다. 그것도 끝까지 못해서 아쉬웠다."

- 그런 마음이 노동자들에게 전해진 것 같나.
"하루에 10분 정도 면회가 됐다. 그 때 김득중 지부장의 소식을 들었다. 내가 노역에 들어간 것이 그에게는 마음의 부담이면서도 용기와 힘이 됐다고 전해 들었다. '(노동자와) 함께 한다'라는 내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마음이 좀 편했다."

- 32일 동안 단식투쟁을 하던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지난 1일 단식을 끝냈다.
"사실 그에게 단식을 하라고도, 중단하라고도 못하겠는 마음이었다. 지부장이 단식을 중단해서 다행이다. 어떻게 죽을 때까지 (단식을) 해야겠나. 그 정도면 의사 표시는 충분히 됐다라고 생각한다."

- 쌍용자동차 사태에 어떻게 연대할 계획인가.
"밖에 있으나, 감옥에 있으나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똑같다. (노동자가 있는 현장에 가고자하는) 마음 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이 있으니 스케줄에 여유가 생겨 움직일 수 있을 때 바로 (현장으로) 갈 것이다. 뛰어 나가고 싶다."

- 단식 농성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쌍용자동차 문제는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고된 투쟁을 하는 노동자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나.
"우리 싸움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람들은 어떻게 정부 시책을 이길 수 있겠느냐, 자본가를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싸움을 계속하면 반드시 변화는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투쟁을 계속하자."

-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지만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정부는 자본 앞에서, 미국 앞에서도 자유롭지 못 한 것 같다. 특히 강정과 성주를 보면, 미국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는 느낌이다. 한미 관계에 있어서는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없이 굴종적인 것 같다. 할 이야기를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없어서) 아쉽다. 정치인이 '미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 '미국이니까 국민 재산 뺏어서 기지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정치 지도자들이 죽을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아야 한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앞에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힘이 아닌 진실에 굴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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