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북미회담 파투는 없을 것"

북·미 '비핵화 의제' 의사 교환의 의미와 전망

등록 2018.04.09 20:46수정 2018.04.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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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앤드류공군기지에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1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국가과학기술원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 연합뉴스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이 비공식채널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왔다. 비공식채널이 조만간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미국 현지 시각 8일) 미국 주요 언론들은 5월 말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이 정보당국끼리 비공식접촉을 해왔고, 여기서 북한 측이 '북미회담에서 비핵화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아래 VOA)는 미국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보도했다. 북·미 양 측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같은 의사를 교환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한 이후 제 3국에서 여러 차례 접촉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스전문케이블 방송 CNN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북한의 정보당국이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해 북한 측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정상회담 장소로 북한은 평양을 원하고 있고, 몽골 울란바토르 등의 제3국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확인은 없었지만, 이 같은 내용은 대체로 사실로 판단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북미 실무대화가 직접 이어지고 있다는 자체는 우리 정부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북미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비핵화 문제를 올려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수순대로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비핵화 대화 용의'를 거듭 밝혔다. 지난 3월 5일 남측의 정의용·서훈 특사를 만난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지를 표명했고, 곧바로 미국을 방문한 남측의 특사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또 한 번 비핵화의지를 밝혔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냈다.

그런 점에서 북미 간의 실무접촉에서 '협상에서 비핵화를 논의하자'는 의사를 직접 재확인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몇몇 전문가들은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NSC 보좌관으로 기용된 분위기에서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것' '김정은의 비핵화 해법은 이미 실패한 6자회담처럼 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수용한 북미정상회담이 서로 조건이 안 맞아 결국엔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하지만 여러 미국 언론들의 보도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다시 한 번 미국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는 것은, 비록 미국 정부가 공식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북미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는 기정사실화 됐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폼페이오-김영철 만남 빨리질 듯"... "북미회담 '파투'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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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내정자. ⓒ 연합뉴스·EPA


현재까지 회담장소 같은 중요 쟁점이 많이 남아 있지만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호흡이 더 빨라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미 간에 국무성-외무성 라인은 여전히 살아 있는데 이 라인을 소강상태로 두고 CIA 라인을 활용한다는 것은 실무접촉을 길게 끌지 않고 빨리 고위급 대화로 가는 수순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북미회담 의제 등 중요한 문제를 양측 정보라인이 만나서 결정지을 순 없으니 장관급이 만나 합의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에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측에선 폼페이오 국무부장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을 마친 직후 만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예측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간 정보당국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데 대해 "CIA 국장이던 폼페이오가 상원 인준을 받고 국무부가 정상 작동 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백 위원은 "폼페이오와 볼턴 같은 강성 인사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결정과정은 트럼프의 의사에 전적으로 따라가는 체제로 돼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딜'(협상)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한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어려운 상황, 파투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전문가는 북미 간 정보당국라인이 접촉하고 있는 데 대한 분석은 달리 했지만,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을 매우 압축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점은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거듭 '비핵화 의지'를 밝힐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한 얘기는 '최대 압박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내용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자체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무런 카드를 보여준 적이 없다.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는 이들의 시선은 김정은에서 트럼프의 속내로 옮겨가는 수순이 됐다.
#북미회담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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