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제비꽃

등록 2018.04.10 15:55수정 2018.04.10 15:55
0
원고료주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김은경


a

ⓒ 김은경


푸르름을 머금은 언덕에 보라색 제비꽃이 화려하게 유혹한다. 보통은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꽃핀다고 제비꽃이라 불리지만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오랑캐꽃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고 어느 만큼 커서야 표준말이 제비꽃이라는 걸 알았다. 제비꽃이 필 무렵에 오랑캐들이 자주 쳐들어왔다고 오랑캐꽃이라 불린다고 한다.

강원도 산 중의 제비꽃 피는 이맘때면 건조한 날씨에 콧속이 자주 헐었고,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실조로 인한 버짐을 얼굴에 허옇게 달고 다녔다. 그래도 봄엔 비쩍 마른 몸에도 생기가 돌아 제비꽃과 진달래꽃을 따 먹고 찔레를 꺾어 먹었다.

제비꽃 지고 나면 씨주머니가 달리고 그 안에 쌀알 같은 씨가 가득 들어 있다. 그게 쌀밥이나 되는 양 톡톡 터트리며 입속에 넣었고 작은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녔지만 그래도 오래 씹으면 달착지근했다.
중년이 된 지금 그때 생각이나 입속에 넣어봤지만, 곧 뱉어버렸다. 나이가, 세월이 그때의 맛을 앗아가 버렸나 보다.

제비꽃 옆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탁탁 소리가 들린다. 제비꽃씨주머니가 저절로 터지는 소리이며 봄이 깊어 가고 뭇 생명이 살아가는 소리이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풀과 나무를 좋아하고 벌을 키우는 양봉인으로 식물의 소식과 벌의 이야기를 하고싶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황교안 대표 딱 들켰다... 66세 여성 농부의 일갈
  2. 2 조국 비난하던 나경원, 그를 둘러싼 자녀 의혹 7가지
  3. 3 연설 도중 'X' 표시 한국당, 뒤쫓아가 악수 청한 대통령
  4. 4 "최성해, 교육학 석·박사 학위 없었다"... 정부 공식 확인
  5. 5 웃음꽃 터진 '조국 TF 표창장' 수여식... "곽상도 세장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