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희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번엔 성사시켜야 한다...플랜비에 대해서 묻는다면 플랜비는 없다고 답하겠다. 수주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지금은 위임장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번엔 성사시켜야 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항소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삼성 합병을 요구한 문건이 등장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후엔 검찰이 항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집중했다. 법원이 이 부회장 항소심과 최씨,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의 제3자 뇌물죄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작업은 삼성 뇌물사건의 핵심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고, 그룹 전반을 장악하기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국민연금 주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은 반면, 이 부회장 등 삼성 일가는 그만큼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직접 강력한 합병 의지를 드러낸 'CEO 말씀자료'를 중요 증거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재용 등 삼성 핵심관계자들이 삼성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담겨 있다"며 "합병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 말씀자료는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포함한 삼성 핵심인사들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이 만나 나눈 대화를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정리한 보고서다.
이 부회장은 면담에서 "(합병을) 이번엔 성사시켜야 한다. 플랜비에 대해서 묻는다면 플랜비는 없다고 답하겠다"며 "이 정도의 대가와 노력을 치르고 또 한 번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번엔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합병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의 핵심"당시 삼성 대주주 일가는 제일모직 주식은 42.19%, 삼성물산은 1.41%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을 4.06% 확보했지만, 제일모직은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제일모직에게 유리하도록 합병을 진행해 삼성물산 지분율을 높여야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특검은 "삼성 지배권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삼성물산을 과연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가 이재용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데 그 해결책이 바로 삼성 합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언급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보면, 지주회사 체제로 갈지 준지주회사 체제로 갈지 정확히 모르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대체로 그쪽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CEO 말씀자료는 박 전 대통령 1심, 최씨 1심, 이 부회장 1심·항소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홍완선 본부장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박 전 대통령·최씨 1심 재판부도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재판 때 CEO 말씀자료의 증거 능력을 제대로 강조하지 못한 만큼 이번 최씨의 항소심에선 비중 있게 설명했다. 면담 자리에 동석했던 홍 전 본부장은 이 부회장의 1심 때 증인으로 나와 "그런 취지의 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이익을 얻은 부분과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부분을 인정해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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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항소심에 '삼성 합병 요구' 이재용 문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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