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혔던 금강 백제보 수문, 다시 열린다

[현장] 17일부터 개방 시작... "농민들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록 2018.04.16 18:10수정 2018.04.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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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린 비로 백제보를 타고 흐르는 강물이 온통 흙탕물이다. ⓒ 김종술


굳게 닫혔던 백제보의 수문이 다시 열린다. 정부는 17일부터 추가로 백제보의 개방에 들어가 수위를 2.5m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누적 강우량이 풍족해 지하수위가 예년 수준 이상으로 유지된 것이 개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 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부여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백제보에서 회의를 하고 수문 재개방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 농사가 끝나고, 기온 상승으로 녹조가 창궐할 것을 우려해 개방을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 4대강 수문 개방 보를 6개에서 14개로 확대했다. 당시 금강에서는 백제보 1.5m, 공주보 20cm, 세종보 1.85m 정도 수위를 낮췄다. 백제보 우안 부여군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두 달 만에 백제보의 수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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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백제보 인근에 증가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 김종술


환경부 담당자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수막 재배가 끝나서 농민 피해는 없을 것으로 추정하여 지난주 회의에서 16일 수문개방을 결정했다. 그런데 개방에 따른 농민 홍보를 위해 하루를 늦춰 내일부터 개방에 들어간다. 현재 4.2m인 수위를 1차로 2.5m까지 낮춰 임시대책 완공 및 지하수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원래 목표치인 1.8m까지 낮출 계획이다. 6월까지는 목표 수위를 지정하고 이후 장마기에는 탄력적으로 보 개방을 해나갈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농번기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사용량이 많은 5월 초부터는 모든 공사를 마치고 금강 용수를 공급을 가동할 예정이다. 농민들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7일 추가개방을 앞둔 금강은 최근 내린 비로 온통 흙탕물이다. 공주시 소학동, 무릉동, 이인면 등 금강에서 물을 가져가는 양수장 임시대책 시설물 공사도 4월 말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이르렀다.

강변에서 만난 한 고위직 퇴직 공무원은 "공주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왔다. 여름 홍수기만 빼고 바짝 말라버린 빈약한 강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할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찬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금강의 수문이 열려 심한 악취와 죽은 물고기를 보면서 정부를 비난하고 비판했다. 그런데 조금씩 물이 맑아지고 모래톱이 생기더니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예전 어릴 때 줄다리기하고 닭싸움하면서 뛰어놀던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매일같이 산책하면서 금강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활짝 웃었다.

그러나 공주시와 일부 관변 단체는 수문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공주시는 구석기 축제를 앞두고 부교를 띄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현재 1m) 수심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용권 부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지속해서 환경부에 행사를 위해 부교를 설치해야 한다며 수문을 닫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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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린 비로 백제보를 타고 흐르는 강물이 온통 흙탕물이다. ⓒ 김종술


한편, 4대강 사업은 비단처럼 굽이쳐 흐르던 금강을 파괴했다. 식수로 사용하던 강물은 보가 생기면서 썩고 녹조가 창궐했다. 물고기 떼죽음과 함께 큰빗이끼벌레가 생겨나고 미세한 펄층이 강바닥을 뒤덮으면서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등만 살아가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개방 중인 금강은 4개월 만에 강의 유속이 40%나 빨라졌다. 또한, 모래톱을 지표종으로 살아가는 새들도 30%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4대강 사업 #백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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