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질, 드루킹 댓글은 어떻게 여론을 조작할까

[주장] 뉴스 유통 시장 독과점 규제하고 인터넷 실명제 완전 폐지해야

등록 2018.04.20 14:01수정 2018.04.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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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논란을 계기로 네이버의 뉴스 유통 시장 독과점과 인터넷 실명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 picjumbo.com from Pexels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시끄럽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늘 그랬듯이 또 다시 여기저기서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고 있다.

과연 드루킹의 댓글에 여론은 조작되었을까?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양'과 '질'이다. 한국ABC협회는 매년 신문사들의 발행(유료)부수를 조사 발표한다. 닐슨코리아와 TNMS는 방송사 시청률을 조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통해 언론매체 신뢰도를 발표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발행부수(시청률)가 높을수록 신뢰도가 높을수록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발행부수(시청률)는 '양'이고 신뢰도는 '질'이다. 양과 질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매체는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인터넷 댓글 또한 이와 같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론이 이런 댓글 따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결과부터 말하면 드루킹 사건의 경우는 양과 질이 모두 충족되었고 여론은 조작되었다. '네이버 기사 댓글이 여론을 좌우한다'는 드루킹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첫째, '양'적인 충족은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의 독과점적인 구조에 기인한다. 네이버 하나만 공략하면 되니 이 얼마나 쉬운가. 만일 사람들이 대등한 수십 혹은 수백 개의 사이트로부터 뉴스 콘텐츠를 얻는다면 과연 이러한 가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댓글 패턴이 다수의 사이트에서 동시에 나타나면 이는 신뢰, 즉 '질'의 문제가 된다.

둘째, '질'적인 충족은 인터넷 실명제에 기인한다. 실명제로 인해 사람들은 드루킹의 댓글들이 실재하는 다수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믿게 된다. 이렇게 신뢰를 부여받은 드루킹의 댓글들은 다수의 의견 즉 여론이 되어 여론을 움직인다. 이처럼 인터넷 실명제는 가짜 댓글에 신뢰를 부여하고 여론은 이러한 신뢰의 유혹에 약하다.

만일 드루킹 사건이 제한없이 무한대의 닉네임 생성이 가능한 완전 개방된 비실명제 사이트에서 벌어졌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찬반 논란이 있는 어떤 글에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일방적인 댓글이 수백개가 달리고  추천 수가 급증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러한 댓글과 추천을 신뢰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드루킹은 키보드 워리어나 댓글봇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경우 댓글뿐만 아니라 본문 글마저도 관심에서 멀어져 외면받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런데 포털의 본인 확인제도와 댓글 수 제한 규제(부분적 인터넷 실명제)는 가짜 댓글에게 여론 조작에 충분할 정도의 신뢰를 부여한다.

한국은 정보통신망법에 의거 인터넷 부분 실명제(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시행하다가 2012년 8월 만장일치 위헌 결정으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제82조의6)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포털이나 인터넷언론사는 휴대폰,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 본인인증에 의한 확인조치를 취하고 있다.

모든 병은 그 원인을 알면 처방을 할 수 있다. 댓글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을 하여야 할까.

첫째, '양'에 대한 처방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뉴스 유통은 온라인이 대세이고 온라인은 포털이 장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뉴스 유통시장이 심각한 독과점 구조가 된 것이다. 시장경제사에서 독과점은 필연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려 왔고, 독과점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인 합의가 끝났다. 미국, EU, 일본, 중국 등 경제 체제를 불문하고 반독점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다. 다만 뉴스 콘텐츠 유통 시장은 아직 법망의 밖에 있다.

이제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은 스스로 독과점의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댓글 여론 조작도 그 증거의 하나이다. 독과점 규제는 댓글 여론 조작에 대한 양적인 처방일뿐 아니라 뉴스 유통시장이 건강한 공론장으로서 기능하여야 한다는 측면에도 부합한다.

둘째, '질'에 대한 처방이 있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댓글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가짜 댓글에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신뢰를 부여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그렇다면 댓글 조작이 불가능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면 되지 않을까. 현재 네이버는 아이디와 시간, 아이피(IP)로 댓글 수와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정원이, 군 사이버부대가, 드루킹이 어떻게 댓글 작업을 했나. 그들은 수십 수백 수천의 실명 아이디로 IP를 우회하여 댓글 작업을 했다. 기술은 영원한 엎어치고 메치기 게임이며 운영에 완벽한 통제는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뢰 없는 댓글은 여론이 될 수 없고 여론을 움직이지 못한다. 드루킹의 댓글들에 신뢰를 부여하는 인터넷 실명제와 사실상의 실명제인 포털의 본인 확인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 이미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드루킹 사건과 같은 댓글 여론 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는 뉴스 유통시장에 대한 독과점 규제, 질적으로는 인터넷 실명제의 완전 폐지가 처방되어야 한다. 지금의 포털 뉴스 플랫폼은 규제와 개방이 서로 뒤바뀌어 댓글 여론 조작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적의 환경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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