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정상회담 반대 목소리, 지나가는 시민도 '외면'

[현장] 서울 시내 남북정상회담 반대 집회 열려... "문재인 구속하라" 주장도

등록 2018.04.26 17:52수정 2018.04.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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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반대 시위 나선 엄마부대 주옥순 26일 오후 2시께부터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비핵화 없는 평화 협정 반대! 종전 협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포함하여 몇몇 보수 인사가 모였다. 애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행진을 포함하여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시작하여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진은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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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성조기'에 거수경례 26일 오후 2시께부터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비핵화 없는 평화 협정 반대! 종전 협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이어붙인 깃발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곽우신


"문재인을 구속하라!"
"억지 평화협정, 중단하라!"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차가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을 주장했던 우익단체 '대한민국엄마부대(이하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 회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KT광화문지사 앞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모였다. 숫자는 10여 명 정도였다. 본래 오전 11시부터 예정되어 있는 집회였지만, 실제 집회는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시작됐다. "비핵화 없는 평화 협정 반대! 종전 협정 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펼쳐졌다.

엄마부대는 "남북정상회담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려는 김정은의 기만술책"이라며 현 정부와 북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판문점에 오는 것은 자유대한민국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에게 '빨갱이'였다. 엄마부대는 "(북핵 문제 해결 관련)성과가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하며 선전선동에 앞서고 있다"라며 "빨갱이 문재인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구걸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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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반대를 위해 모인 사람들 26일 오후 2시께부터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비핵화 없는 평화 협정 반대! 종전 협정 반대!' 집회가 열렸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포함하여 몇몇 보수 인사가 모였다. 애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행진을 포함하여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시작하여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진은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했다. ⓒ 곽우신


반면, 미국과 일본을 향해선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들은 "혈맹인 미국을 철저히 지지하고 응원한다"라며 "국가안보에 있어서는 일본과 비슷한 생각이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깝게 지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찬한 것은 아랑곳 않는 태도였다.

남북정상회담과 전혀 무관한 발언도 이어졌다. 최근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아무개씨의 활동기반인 출판사 사무실을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훔친 혐의로 수사당국과 충돌 중인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거론하면서 "파이팅", "힘내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 있다니"... 싸늘한 시선만 가득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음향 문제로 중간 중간 자꾸 마이크가 나오지 않았다. 애국가도 4절까지 부르겠다고 했으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으면서 1절까지만 제창하고 끝냈다. 참가자들의 발언 도중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들어와 스피커 음량을 낮추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돌풍에 바닥에 눌러놓은 현수막이 잠시 날아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엄마부대 측은 당초 신고했던 1.4km 가량 거리 행진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결국 집회는 예고했던 시간보다 1시간가량 이른 오후 3시께 마무리됐다.

지나가는 시민들 중 이들의 집회에 관심을 갖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욕설을 하고 지나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눈을 가리거나 팔을 잡아끄는 부모들도 보였다. 핸드폰으로 이들의 집회를 촬영한 30대 여성은 "버스를 기다리는 와중에 촬영했다"라면서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나가다 잠시 이들의 집회를 지켜본 50대 남성은 "신기해서 쳐다봤다"라며 "집회와 관계없이 내일 정상회담이 성공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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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 설치된 천막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가 26일 낮 12시경 서울 대한문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남북정상회담 철야 반대'를 위한 천막이었다. 그러나 천막 안은 한산했고, 대부분의 오가는 시민은 이 천막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곽우신


한편, 엄마부대 외에도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면서 거리를 지키는 이들은 더 있었다. 당장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부터 서울시청 맞은 편 대한문 앞에서 '남북정상회담반대 철야 대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하기 위해 밤을 새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대한문 앞에는 "4.27 문★김 판문점 회담 평화협정 대 사기극"이라고 적힌 천막이 설치됐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후 4시경까지 천막을 지키고 있던 이들은 1명 혹은 4명 정도였다. 대한문 인근을 통과하는 시민 중 이 천막이 무엇인지,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관심 갖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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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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