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했던' 개들에 대한 책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읽고

등록 2018.04.30 10:26수정 2018.04.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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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기까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번식장, 경매장, 개농장, 개시장, 도살장... 몇 자의 단어만으로도 짐짓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읽기 전부터 온몸에 섬뜩한 기운이 나를 덮는다. 책 한 장 한 장 넘기기도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야 하는 책.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라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읽혀지지 않을 책.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으로 책 한 권을 펼쳤다. 이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식용동물에 대한 르포다. 또한 내가 외면했던 그 개들에 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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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ㅣ창비 출판 ⓒ 심선화


15~16살 때쯤. 동네에 떠도는 흰색 개 한 마리가 있었다. 혼자 다니는 게 불쌍하기도 하고 어린 마음에 보살펴줄 마음으로 집으로 데려왔다. 다 큰 성견이었고 '뽀삐'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뽀삐'에 비해 어렸던 나는 개를 목욕 시킬 줄도 몰랐고 무엇을 먹여야 하고 무엇을 먹이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몰랐다. 개에게 대소변 가리는 방법도 교육시킬 수 없었다.

길 위의 습관이 남은 개를 집 안에 묶어만 두었으니 왜 그토록 짖었는지 이제는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결국 아빠가 '뽀삐'를 다시 길에 풀어 주었고 가끔 하굣길에 '뽀삐'를 마주쳤지만 난 모른 체 했다.

20년도 더 된 기억인데 그때의 뽀삐는 어떻게 됐을까?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죽었을까?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 평생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니면 최악의 경우에 부딪혔을까. 확실한 건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길 위로 나는 뽀삐를 내몰았다.

"꼭 나이가 많거나 아프지 않더라도 유기동물들은 다 사지에 놓여 있어요. 보호소로 끌려갔든 길거리를 떠돌고 있든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거야. 그러다 구사일생으로 마지막 손길을 붙잡았는데,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았는데, 그렇게 떠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허망하죠. 내가 본 누렁이의 마지막은, 조각조각 잘려서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었어요." - 172p

비 오는 날 개 우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새끼 개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동네 꼬마들이 어미에게서 데려온 새끼를 데리고 놀다 비가 오니 담벼락에 두고 돌아간 것이다. 그 새끼 개를 데려와 수건으로 덮어주고 우유도 데워서 먹였다. 그 새끼는 얼마간 우리 집에 있다 시골 할머니 댁으로 갔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댁에 가면 개 집에 묶여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개. 새끼였을 땐 짧았던 털이 성견이 되니 장모가 되어 있던 개. 우리를 보고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던 그 발바리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개 어디 갔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도망갔어'라고 대답해줬던 것 같다.

"시골은 집집마다 개를, 주로 혼종 발바리나 혼종 중.대형견을 키우잖아. 그 사람들에게는 개는 마당에 묶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이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식용 문화가 있기 때문에 키우는 거야. 짬밥 처리용으로 대충 키우다가 복날 되면 개장수한테 팔아서 노인네들 담뱃값 하는 거야." - 154p

어렸을 때 나는 개를 이뻐한다곤 했지만 개를 끝까지 책임진 적은 없었다. 가슴에 늘 개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데 아무래도 어린 날 개들에게 한 나의 부족한 행동들 때문인 것 같다. 20년이 지난 지금 개 한 마리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내 개뿐만 아니라 다른 개들도 책임지고 싶은 성인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다른 개들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다 알진 못하지만 책을 팔고 글을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조금씩 행동하려 한다.

내 주변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SNS 프로필을 강아지 이미지로 등록한 지인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 오랫동안 개를 키우고 있던 나에게 상담을 해오거나 조언을 구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은 '개 한 마리 데려오는데 굳이 상담이나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좋은 품종견을 어디에서 파는지도 모르고 어느 정도의 가격을 줘야 사는지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는 입장이니까. 다만, 조금 더 윤리적인 선택으로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는 있었을텐데라는 약간의 원망은 한다.

그들 상당수는 팻숍을 통해 새끼 개들을 샀다. 어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채로 유행하는 새끼들을 샀을 것이다. 직장을 옮길 때나 해외여행을 갈 때도 심지에 근처 맛집을 찾을 때도 꼼꼼히 물어보던 사람들이 정작 개를 데려올 때는 그 어떤 것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귀여워서', '혼자라 외로워서', '원래부터 개를 좋아해서'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을 돈 주고 산 행위 자체는 변함이 없다. 반려동물을 무조건 보호소를 통해서만 입양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왜 그토록 동물보호단체들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을 펼칠 만큼 입양을 권하는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책에는 이런 언급이 나온다.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사는 개들의 수명은 15년 정도지만 번식장에서는 나이가 많은 개도 7, 8세 정도다. 발정촉진 주사를 맞고 제왕절개수술을 받으며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한 개들은 일고여덟살쯤 되면 암이든 자궁축농증이든 장기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새끼를 못 가지는 모견, 교배를 못 하는 종견,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망가진 개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번식창을 벗어난다. 번식업자의 손을 벗어난 그들은 이제 도살업자의 손에 넘겨진다." - 64p

귀엽고 사랑스러운 쇼윈도의 새끼 개들의 이면엔 제대로 빛도 못 받는 상태로 뜬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어미와 아비 개들이 있다. 종견, 모견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이 사 온 개와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접 번식장을 운영한 건 아니지만 팻숍을 통해 개를 샀다면 비윤리적인 시스템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거나 다름없다.

번식장의 개들은 햇볕도 제대로 안들고 환기조차 안 되는 환경에서 산다. 윗칸에 있는 개가 싼 오줌과 똥을 맞고 자란 개가 낳은 새끼도 절대 건강할 리 없다. 건강하지 않은 개를 데려온 견주는 아픈 아이를 보살피며 가슴 아파해 할 것이고 비싼 치료비 또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어떤 이는 개를 유기하기도 한다. 결국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며 반려동물로 우리들 곁에 머무는 한 이렇듯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그 질문에 답은 스스로에게 있다.

저자 하재영은 책 말미에 이런 말을 실었다. '모든 사람이 윤리적인 선택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무엇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을지 그 결정은 각자의 몫'이라고. 나 역시 저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사람들만은 윤리적인 선택과 행동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창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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